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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노조 4차 파업:
의료 민영화 중단하고 노동조건 개선하라

보건의료노조 소속 사립대병원 지부들이 10월 말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의료 민영화 반대를 내걸고 올해에만 세 차례 파업을 한 바 있다.

이번 4차 파업에서는 의료 민영화 중단 요구뿐 아니라 임금 등 노동조건 개선 요구가 중요하게 제출될 것이다.

주요 사립대병원들은 지난 몇 년 동안 임금 동결과 물가 인상률에 못 미치는 임금 인상을 반복해 왔다. 사실상 실질임금을 삭감해 온 것이다. 이에 맞서 노동자들은 실질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통상임금 문제와 연관된 초과근무 수당 확대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사립대병원들은 그동안 기본급 대신 각종 상여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임금 인상을 억제해 왔다. 간호사 등 교대근무를 하는 노동자들의 수당이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책정되기 때문이다. 이는 사실상 노동자들의 임금을 떼먹어 온 것이나 다름없다. 주요 사립대병원의 정기상여금은 1천 퍼센트가 넘는다.

그런데도 사립대병원 측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라는 정당한 요구를 완전히 나몰라라 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올해 초 발표한 임금체계 개악안과 연계해 통상임금 인상 효과를 제약하겠다는 의도도 드러내고 있다.

[표] 주요 사립대병원의 대차대조표

(2013년 결산. 단위 천 원. 출처 : 한국사학재단 사립대학회계정보시스템에서 재구성)

한양대학교 경희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아주대학교 고려대학교 가톨릭대학교
당기순손익 -6,376,530 -8,642,321 -317,525 1,067,729 -4,079,385 -35,409,208
의료이익 -7,814,583 -916,124 -7,759,982 4,601,444 19,023,093 29,304,973
의료외수익 8,732,086 18,546,677 13,058,988 15,682,957 23,069,863 41,715,499
고유목적사업비+준비금 전입액 3,665,800 15,095,438 500,000 10,378,858 33,000,000 82,623,322
실제 순손익 -2,710,730 6,453,117 182,475 11,446,587 28,920,615 47,214,114
대학 이월금 8,546,253 43,674,006 23,925,434 22,310,227 40,850,204 15,725,744

일부 사립대병원 측은 병원 경영의 어려움을 이유로 통상임금 적용 문제는 물론 임금 인상안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러나 위 [표]에서 보듯 사립대병원의 경영난은 크게 부풀려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 경기침체 등으로 흑자 폭에 조금씩 증감은 있었지만 적어도 노동자들에게 실질임금 삭감을 강요할 수준은 아니다.

‘고유목적사업비’는 병원이 수익의 일부를 대학 운영비와 적립금으로 지급하는 돈이다.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은 장차 지급할 돈을 적립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 액수가 회계상 적자 규모보다 훨씬 크다는 것이다.

게다가 대학 측은 이를 포함해 매년 수백억 원씩 적립금을 쌓고 있다. 특히, 한양대병원 측은 정작 경영이 잘 될 때는 필요한 투자도 하지 않고 이제 와서 노동자들에게만 고통을 떠넘기고 있다. 한양대병원은 동네병원도 갖추고 있는 전자의무기록 시스템이 제대로 돼 있지 않아 아직도 수기와 바코드를 이용하고 있다.

필요할 때는 월차를 쓰지도 못하게 하더니 이제는 월차수당조차 아까워 강제로 이를 사용하게 한다. 심지어 새벽 근무를 위해 출근하는 노동자에게 한 두시간 전에 연락해 나오지 말라고 하는 일도 있었다. 병원 측은 그만큼 수당도 깎고 오프(휴일)도 줄였다.

인력 부족

고질적인 문제인 인력 부족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한국 병원들의 병상수 대비 인력 비율은 OECD 평균의 5분의 1, 병상수 대비 간호사 비율은 4분의 1밖에 안 된다.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높은 노동강도 때문에 법적으로 보장된 휴일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임신부가 야간노동을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고, 가임기 간호사들이 관리자들의 지시 하에 임신 순번을 정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비율도 14퍼센트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노동자들이 제대로 환자를 돌보지 못하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잦은 이직과 퇴직으로 숙련도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이는 결국 환자들에게 손해가 된다. 안전 문제뿐 아니라 간병 등 추가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병원 측은 물리적으로 한계에 이른 인력 문제를 완화하려고 비정규직 고용만 늘리고 있다. 최근 박근혜 정부는 시간제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화의료원의 경우 상대적으로 숙련도가 높지 않은 외래 업무를 임시직으로 채우고 있다.

비정규직 고용 자체도 문제인데다가 이는 정규직 간호사들이 3교대 근무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 나이가 많아지면 3교대 근무가 힘들어 외래로 배정되곤 하던 일이 원천 차단된 것이다. 최근 파업 찬반투표에서 83.1퍼센트라는 높은 찬성율이 나온 배경이다.

의료 민영화는 이런 문제들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수익성 강화’는 병원비 폭등을 낳는 한편, 노동자들의 일자리와 노동조건을 위협할 것이다. 병원의 특성상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영리 자회사 설립과 부대사업 확대는 외주화와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박근혜 정부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병원 간 인수합병을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상정하려 한다. 인수합병은 대규모 구조조정과 해고로 이어질 수 있다.

병원 인력 문제 해결은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지키는 요구이자, 의료의 질을 개선하고 의료의 공공성을 높이기 위한 중요한 요구다.

최근 쟁점이 되고 있는 공무원연금 개악 문제도 있다. 사립대병원 노동자들은 대부분 사학연금에 가입돼 있는데 사학연금은 공무원연금법을 그대로 좇아서 쓰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의료노조의 파업에 지지를 제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