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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시장의 상승세는 심각한 문제를 드러낸다

여기저기서 절망적 처지에 놓여 있는 영국 총리 데이비드 캐머런과 재무장관 조지 오스본은 필사적으로 영국 경제가 나아지고 있다고 말한다. 국제통화기금 IMF는 2014년 영국 경제가 3.2퍼센트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서방 선진 7개국 중 가장 빠른 속도다.

미국에서도 괜찮아 보이는 소식들이 나오고 있다. 10월 31일 S&P 주가지수가 최고치를 경신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수치들을 잘 들여다보면 상황이 꽤 나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 연준이 막대하게 쏟아부은 돈은 실물 경제가 아니라 주식과 금융시장으로 흘러 거품만 키웠다. ⓒ〈노동자 연대〉

10월 29일 미국의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은 양적완화를 종료시켰다. 양적완화는 2008년 9월 금융 붕괴 이후 처음 도입됐는데, 그중 한 방법은 중앙은행이 회사채 등 금융 자산을 매입하는 것이다.

양적완화의 효과는 중앙은행과 거래하는 은행들의 계좌에 돈을 찍어 주는 것이다. 이 정책의 밑바탕에 있는 이론은 이렇다. 돈이 생긴 은행들이 기업과 가계에 돈을 빌려주면 소비가 늘어 경제가 살아난다는 것이다.

영국 중앙은행도 양적완화 정책을 시행했다. 그러나 양적완화가 실제로는 어떤 효과를 냈는지를 두고 논란이 있다. 어쨌든 미국 연준은 미국 경제가 잘 성장하고 있어서, 돈 나오는 수도꼭지를 잠가도 이제는 괜찮다고 결론지었다.

미국 소식에 시장은 기뻐했다. 그러나 시장을 과열 상태로 만든 일은 따로 있었다.

일본 경제는 1990년대 초 금융 붕괴를 겪은 이래 계속 침체해 왔다. 거기에 디플레이션도 일어났다.

디플레이션은 소비를 위축시킨다. 한 이유는 부채 비용이 올라가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사람들이 가격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며 고가품을 구입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2012년 12월 아베 신조가 일본의 총리가 됐고 그는 구로다 하루히코를 일본은행 총재로 임명했다. 구로다는 양적완화 정책을 실시했다. 구로다는 1백90조 엔 규모의 자산을 사들여 2015년 봄까지 물가인상률을 2퍼센트로 올리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이 “아베노믹스”는 실패했다. 2014년 9월 일본 소비자 물가는 겨우 1퍼센트 올랐다. 그래서 10월 31일 구로다는 일본은행의 자산 매입 규모를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이런 행보가 노리는 것은 달러 대비 엔화 가치를 떨어뜨려 일본 수출품 가격을 떨어뜨리는 것이고 실제로 그리 됐다.

시장은 미국과 일본의 모순된 행보가 세계경제의 성장을 가속시킬 것이라고 확신하는 듯하다. 그러나 유로존 상황을 못 본 척하지 않고서야 그렇게 바랄 수는 없다. 유로존은 일본이 1990년대 초부터 겪어 온 침체와 디플레이션이라는 병에 걸린 듯하다.

유로존 침체

유럽중앙은행 총재 마리오 드라기는 광신적 긴축 찬성론자들(특히 독일에서 강력한)에 맞서 유로존에서 양적완화를 실시하려고 마음먹은 듯하다. 미국은 양적완화를 끝내는 데 반해 일본과 유로존은 양적완화에 더 기대는 모양새인 것이다.

양적완화에 회의론이 많은 이유 하나는 은행들에 주입된 돈이 금융 시스템 안에 고여 있다는 것이다. 유럽중앙은행이 만신창이가 된 유럽 은행들을 지원하려고 백방으로 뛰어다녔지만 채권과 대출의 양은 2009년보다 줄었다.

선진 자본주의 세계 도처에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은행을 옹호하는 자들은 이 문제가 관료들이 추가적 위기를 막으려고 실시하는 조처들 탓이라고 주장한다. 얼마 전 유럽 은행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재정건전성 평가 같은 것 말이다.

하지만 더 근본적으로 보면, 은행들은 자신들의 수익성을 회복시키려고 할 수 있는 일을 모두 하고 있고 그중 하나가 대출 축소다.

어쨌든 기업들은 돈이 모자라지 않다. 2014년 6월 미국 비금융 기업 부문에서 잠자고 있는 현금이 1조 6천만 파운드[2천8백조 원]이다. 그러나 기업들은 투자를 하지 않는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를 보면, 미국 기업 재무담당자들이 현금 잔고를 줄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나 비주택 고정투자는 2007년에 견줘 겨우 5퍼센트밖에 높지 않다.

마이클 로버츠 같은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들은 수익성이 아직 너무 낮아서 투자가 대규모로 살아나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기업들은 투자하지는 않고, 다른 기업을 인수·합병하거나 자사주를 매입하는 데 돈을 더 많이 쓴다. 그래서 주가가 오른다.

최근 시장의 상승세는 경제가 건강해지고 있음을 보여 주는 징후가 아니다. 세계 자본주의가 계속 불안정하다는 것을 보여 주는 징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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