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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유플러스?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 파업:
“자본가들은 경쟁하지만, 우리 노동자는 단결합니다”

11월 21일 LG유플러스?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서울역에서 처음으로 ‘공동 파업 투쟁 결의대회’를 열었다. 

LG유플러스 비정규직지부와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지부는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 희망연대노조 소속으로 올해 3월 30일 함께 출범했다. 그리고 11월 19일과 20일부터 각각 무기한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이 날 결의대회에서 LG유플러스와 SK브로드밴드 조합원이 서로 편지를 써서 낭독했다. 낭독 후 두 조합원은 서로 뜨겁게 포옹했다. 편지 전문을 싣는다. 

언제나 반갑고 든든한 LG유플러스조합원 동지들께

저는 SK브로드밴드조합원 정범채입니다. 통신밥을 먹은 지 어느덧 10년이 넘어 갑니다. 10년 넘게 이 바닥에 있으면서 요즘처럼 즐거운 날이 없습니다. 드디어 우리에게 노동조합이 생겼고 사장들의 심장을 쪼그라지게 만든다는 총파업까지 하고 있습니다.

그간의 서글펐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갑니다. 전봇대에 메달린 채 죽어가던 동료 형님, 고객에게 도둑으로 내몰려 억울함에 마셨던 깡소주의 기억. 갈 때마다 겁나던 고객 집 옥상의 컹컹 짖는 셰퍼드…

그러나 이젠 이 모든 일의 원흉인 원청 앞에서 마음껏 투쟁 구호를 외치고 있습니다. 하루하루가 살아 있는 것 같고 당장에 무슨 일이라도 일어날 것만 같습니다.

이것은 LG유플러스 동지들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지금껏 살아 온 인생에서 지금처럼 신나는 날들은 없으셨을 겁니다.

그래서 저는 이 투쟁 꼭 이겼으면 합니다. 절실히 간절히 승리를 기원합니다.

다시는 입 닥치고 숨죽이며 살아가는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 않습니다. 원청에서 시키면 시키는 대로, 센터에서 까이면 까이는 대로 동료들과는 등지고 내 몫만 챙기는 굴욕의 삶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승리에 대한 염원은 LG조합원도 SK조합원도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모두 염원하는 승리를 위해서는 우리 통신 노동자들이 더욱 단결해야 합니다. LG비지부에 대한 공격은 바로 SK에 대한 공격입니다. LG비지부가 무너지면 다음 차례는 SK이고, SK비지부가 무너지면 LG도 버텨낼 수 없습니다.

자본가들 사이엔 경쟁 관계이겠지만, 우리 노동자들은 그리고 우리 노동조합은 공동 운명체입니다. 서로 좋은 모습들만 찾아보고, 함께해서 좋은 점만 찾았으면 합니다. LG비지부의 ‘보라돌이투쟁단’을 보고 SK비지부의 ‘불꽃투쟁단’이 생겨났고, SK비지부의 ‘경력 사원 모집 현수막’을 보고 ‘LG 사원 모집 현수막’이 생겨났습니다.

이렇게 서로 배울 것을 찾고 서로 좋은 영향을 주기 위해 노력한다면 우리의 단결력은 더욱 높아질 것입니다.

여의도와 을지로의 칼바람을 뚫고 하나 된 통신 노동자의 힘찬 투쟁으로 다 같이 승리하는 날이 어서 오기를 기원합니다.

늘 즐겁게 당당하게 투쟁하시는 LG비지부 조합원 동지 여러분, 아픈 분들 없이 모두 모두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언제나 함께하는 SK비지부가 되겠습니다.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지부 쟁대위 부위원장 정범채

사랑스러운 우리 SK동지여

우리는 한날 한시에 태어난 쌍둥이처럼 우린 그렇게 태어났습니다. 우리는 형제요, 가족입니다.

같은 날 태어나서 형제인 것이 아니라, 우리는 똑같은 일을 하고 있고 현장의 똑같은 아픔을 겪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같은 날 태어나야만 했던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비록 입고 있는 유니폼은 다르고 SK, LG라는 이름으로 나뉘어져 있지만, 희망연대라는 노동조합의 일원으로서, 현장의 슬픔과 기쁨을 함께하는 노동자로서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그것, 비정규직이 없는 세상을 함께 만들어 봅시다.

그러나 저 파렴치한 SK, LG 자본은 서로 경쟁하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우리와 같은 노동자를 착취하고 고객과 국민을 기망하는 반사회적 기업의 행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간접고용 비정규직이라는 나쁜 일자리를 만들어 놓고 자신들의 잇속만 채우기에 급급합니다.

많은 센터장들이 과거 원청 또는 그룹사의 임직원이었습니다. LG, SK 원청은 그들을 허울 좋게 각 지역 센터장이라는 바지사장으로 만들어 놓고, 정작 우리들의 일을 실질적으로 지휘 감독했습니다. 이제 와서 그들은 우리를 “하청업체 직원이라 모른다” 하고 자신들은 “책임이 없다”고 합니다.

SK, LG가 명백한 직접적인 사용자임에도 SK, LG는 부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무지하고 무능력하고 부도덕한 센터장들 뒤에 숨어서 노동조합과 우리 노동자들의 삶을 파괴하려고 온갖 악행을 저지르고 있습니다.

노동조합을 만들고 지난 8개월의 시간은 어떠했습니까?

LG, SK 원청과 센터장들, 그리고 그들이 속한 자본과 권력을 따르고 신봉하는 몰지각한 관리자들은 우리를 회유하고, 협박하고, 갈라 치고, 일감을 주지 않고, 지역 센터를 분할하고, 조합원을 해고하는 등 이루 다 열거할 수도 없는 파렴치한 짓을 서슴지 않고 자행했습니다.

그러나 이 자리에 계신 LG, SK 동지들은 모든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정말 대견하고 자랑스럽습니다! 그리고 정말 멋집니다! 한 집안의 아버지이자 아들이자 배우자로서 부끄럼 없는 삶을 살아 간다는 자부심을 가지셔도 될 것 같습니다.

SK 동지여. 그거 아시나요? 주황색 나비 옷을 입은 우리 SK동지들 멋지고 자랑스럽습니다! 투쟁하는 SK 동지여! 그리고 투쟁하는 모든 노동자여! 우리가 이 시대의 진정한 주인입니다! 올해 3월 30일 같은 날에 태어난 쌍둥이 형제 SK동지여. 우리 같이 멋지게 싸워봅시다! 우리 같이 멋지게 투쟁합시다! 그래서 우리가 원하고, 우리가 당연히 누려야만 했던 노동자의 권리를 찾도록 합시다! 기쁨도 슬픔도 같이하는 가족처럼 언제나 같이합시다!

LG비[정규직] 동지들을 대표해서 사랑과 우정과 감사의 메시지를 보냅니다. 사랑합니다, 동지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SK, LG 자본에게 경고합니다. 우리는 모두 LG, SK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아름다운 기업이 되길 바랍니다. 우리가 입은 주황색 옷과 보라색 옷이 창피하지 않도록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되길 바랍니다.

무능력하고 무지하고 부도덕한 센터장들 뒤에 숨지 말고 실질적이며 명백한 사용자인 LG, SK가 직접 나와서 지금까지의 잘못을 사과하고 성실한 자세로 문제를 해결하길 바랍니다.

SK비[정규직], LG비[정규직]에서 ‘비’를 빼는 그날까지 우리 모두 투쟁합시다!

LG유플러스 비정규직지부 쟁대위 연대팀장 정종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