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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금융 연장 합의가 시리자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2월 20일 유럽 재무장관들이 그리스로 하여금 구제금융 연장에 합의하도록 강제하면서 그리스는 꼼짝없이 채권자들의 통제 하에 네 달 동안 긴축을 시행할 처지가 됐다.

유럽연합·유럽중앙은행·국제통화기금으로 이뤄진 “트로이카”는 지난 5년간 그리스 은행들에 구제금융을 제공하는 대신 그리스에 긴축을 강요했다.

결국 1월 25일 트로이카와 긴축을 끝장내라는 대중의 염원을 안고 급진좌파 정당 시리자가 승리했다.

그러나 2월 20일 구제금융 연장 관련 합의가 이뤄지면서 트로이카는 긴축을 완화하는 조처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긴축을 강요하는, 그리스 노동자의 적 “트로이카”

〈소셜리스트 워커〉가 인쇄되는 지금 트로이카는 그리스 정부가 제출한 개혁안을 검토하고 있다.[2월 24일 유럽 지배자들은 그리스 정부가 제출한 개혁안을 일단 수용했다. - 〈노동자 연대〉 편집팀]

이 개혁안에는 부유세 도입과 최저임금 인상 계획도 있지만, 민영화를 추진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이번 구제금융 연장 합의는 시리자의 공약 이행에 걸림돌이 될 것이다. 시리자는 해고된 청소 노동자들을 복직시키는 대신 일손이 부족한 병원에 인력을 충원하지 않는 식으로 어떤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른 약속을 포기해야 한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TV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전투에서 이겼지만, 전쟁에서 이긴 것은 아니다.”

그러나 독일 재무장관 볼프강 쇼이블레는 시리자가 “그리스 유권자들에게 이번 협상 결과를 납득시키려면 애를 먹을 것”이라면서 흡족해 했다.

이번 합의까지 그리스 정부는 엄청난 압력에 시달렸다. 65억 유로의 빚을 2월 말까지 갚아야 했기 때문이다.

반대

여기에 구제금융도 2월 말에 끝나기로 돼 있었고, 예금 인출이 쇄도하면서 압력은 더 커졌다.

이제 그리스 정부는 6월까지 채무에 대한 새 합의를 이뤄야 한다.

시리자 지지자들은 덕분에 시간을 좀 벌게 됐다고 말한다. 그러나 트로이카도 시간을 벌었기는 마찬가지이고, 또한 시리자가 수세에 밀린 상황을 이용할 수도 있다.

이번 합의에 반대하는 시위 두 건이 2월 26일로 예정돼 있다. 하나는 인디그나도스 운동에 참가했던 활동가들이 조직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혁명적 반자본주의 좌파 연합 안타르시아가 조직하는 것이다.

그리스 〈노동자 연대〉 신문의 편집자 파노스 가르가나스는 이렇게 말했다. “주요 요구는 이번 협상을 거부하라는 것입니다. 안타르시아는 채무 불이행(디폴트), 유럽연합 탈퇴, 은행 국유화도 함께 주장합니다.”

“전에 시위에 참가했던 사람들이 다시 시위에 나올지 아닐지, 시리자에 대한 충성심이 계속 유지될지 아닐지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

2월 셋째 주, 대학노조는 신임 교육부 장관과의 상견례가 있는 날 파업을 벌이겠다고 했다.

그리스 북부 도시 테살로니카 출신의 마놀리스 스타투폴로스는 전 정부에 의해 해고된 2천 명이 넘는 학교 경비원 중 한 명이다. 그는 〈소셜리스트 워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일자리를 되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들은 게 맞다면, 이건 유럽연합을 상대로 거둔 첫 승리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고, 계속해서 싸울 것입니다. 우리는 돈 없이 살 수 없습니다. 우리는 자유를 원한다고 다른 유럽인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파노스는 이렇게 말했다. “노동자들이 투쟁하면 긴축을 폐기할 수 있습니다. 시리자 내의 비판자들을 비롯한 그리스 좌파들은 단결해서 투쟁을 지지해야 합니다.”

시리자의 유럽의회 의원이 구제금융 연장 합의를 강력 비판하다

시리자의 유럽의회 의원이자 [제2차세계대전 때 나치 독일의 점령에 맞서 싸운] 반나치 레지스탕스로 유명한 마놀리스 글레조스가 이번 합의에 대한 강력한 비판의 포문을 열었다.

그는 이번 합의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트로이카를 ‘기관들’로, 양해각서를 ‘합의안’으로, 채권단을 ‘파트너’로 말만 바꾼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글레조스는 당 내에서 즉각 반대 여론을 모으자고 호소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긴축을 폐기하겠다고 한 공약을 보고 시리자에 투표했다.

“억압자와 피억압자 사이에 어떤 타협도 있을 수 없다.”

원래는 사회당 소속 국회의원이었다가 사회당이 긴축을 지지하자 탈당해 지금은 시리자 소속의 유럽의회 의원이 된 소피아 사코라파와 시리자의 지도적 경제학자 존 밀로스가 글레조스의 성명에 신속히 서명했다.

은행가들을 꺾을 힘은 노동자 투쟁에 있다

정치인들은 이렇게 말한다. 그리스가 빚을 갚지 않으면 다른 나라의 평범한 사람들이 고통을 겪을 것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그 정치인들이 유럽 전역에서 일자리와 복지를 공격해 왔다. 임금을 너무나도 혹독하게 쥐어짠 나머지 심지어 독일에서도 1천2백만 명이 빈곤층이다.

위기가 터지기 전 돈을 벌 수 있겠다며 그리스에 돈을 빌려줬던 은행가들은 빌려준 돈을 이미 모두 회수했다.

그러나 시리자 정부의 재무장관 야니스 바루파키스는 유로존 재무장관들의 회의인 “유로그룹”에 참석해 빚을 모두 갚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시간을 조금 늦춰 달라고 했다.

바루파키스는 이런 타협으로 동맹을 얻기를 바랐다. 그러나 네덜란드 사회민주당 소속 [유로그룹 의장] 예룬 데이셀블룸은 강경하기가 독일 총리 메르켈 못지 않았다.

스페인·포르투갈·아일랜드 정부는 승리를 낙관하기 힘든 선거를 앞두고 있다. 그들은 그리스가 긴축에 맞선 대안을 보여 주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

사회민주주의 성향의 프랑스 사회당 정부와 이탈리아 민주당 정부는 노동자들의 권리를 공격하고 있다.

[유로그룹] 회담장 안에서 긴축을 무너뜨릴 가망은 거의 없다. 하지만 회담장 밖에서는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긴축에 맞서고 있다.

그리스에서 일어난 파업과 강력한 시위들은 일자리 삭감을 저지하고, 병원 폐쇄를 막고, 빈민들에 대한 전기 공급 중단을 가로막았다. 대중적 항의 운동으로 정부가 여러 차례 무너졌다.

노동자 계급 투쟁이 더 강해지면, 은행가와 관료들보다 훨씬 더 큰 힘을 보여 줄 것이다.

출처: 영국의 혁명적 좌파 신문 <소셜리스트 워커> 24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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