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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크루그먼의 잠을 설치게 만드는 중국 경제 위기

얼마 전 뉴욕 증시에 기업을 상장한 알리바바 창업주 마윈(馬雲)의 성공 신화가 중국 대륙을 뜨겁게 달궜다. 총리 리커창도 “중국 경제의 새 엔진으로 창업자를 1억 명으로 키우겠다”고 공언했다. 마윈 현상을 계기로 지난해 중국에서는 2백91만 건의 창업이 있었다. 이런 벤처 열풍 또는 창업 열풍은 1990년대 말에 부상했다가 2001년에 몰락한 미국의 닷컴 호황을 연상케 한다.

알리바바의 성공적인 기업 공개(IPO)와 벤처 열풍과는 달리 중국의 실물경제는 뚜렷한 침체 양상이다. 중국에 투자했던 기업들이 하나 둘씩 중국을 떠나면서, 폐쇄된 공장과 실업자들이 늘고 있는 게 그 징표다. 최근 일본 시계업체 시티즌(CITIZEN)의 현지 공장인 광저우 시톄(西鐵)정밀이 지난 설 연휴 직전 기업 청산에 들어갔다. 지난해에는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중국 내 노키아폰 공장을 폐쇄하면서 9천 명이 실업자가 됐다.

휘청거리는 “세계의 공장” 경제가 호황기에서 불황으로 전환할 때 노동자들의 저항은 예상치 못한 사회 격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사진 출처 Robert Scoble (플리커)

중국 남부의 최대 공단지역인 둥관에서만 대형 기업 1백여 곳 이상이 도산하거나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있다. 그래서 홍콩의 봉황망(鳳凰網)은 “둥관은 중국 경제의 축소판으로, 이 지역 경제의 몰락은 중국 경제 침체의 서막”이라고 지적했다. 원저우의 1회용 라이터 생산업자는 “지난해 상반기 5백여 곳에 이르던 업체 수가 1백여 곳으로 줄었다”며 “이번 춘제 이후 라이터 생산업체에서만도 일자리 2만여 개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경제의 침체는 거시경제 지표로도 드러나고 있다. 2014년 7.4퍼센트를 기록한 중국 경제 성장률은 1990년(3.8퍼센트) 이래 24년 만에 가장 부진했고, 또 16년 만에 처음으로 정부 목표치에 미치지 못했다. 성장률 둔화의 주된 요인은 부동산 경기 침체, 대외 무역 둔화, 설비투자 축소 등이다.

경기 둔화

〈파이낸셜 타임스〉는 갈수록 취약함을 드러내는 중국 경제가 미국 경제에 가장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전력과 철강 생산의 감소가 중국 경제의 민낯을 보여 주고 있다며, 이렇게 중국에서 감축된 생산 규모는 말레이시아 경제 규모의 갑절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이 점이 제대로 반영되면 중국의 지난해 실질성장률은 5퍼센트 정도로 추락한다. 이 때문에 폴 크루그먼은 “밤에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을 정도”로 “중국 경제 침체가 나를 겁나게 한다”고 말했다.

중국 경제가 침체에서 쉽게 벗어나기 힘든 근본적인 이유는 기업 수익성의 전반적 하락이다. 지난 1월 27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연간 매출 2천만 위안 이상인 공업 기업의 이윤 총액이 지난해 11월에는 전년 동기(同期) 대비 4.2퍼센트 감소했고 12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8퍼센트 감소했다고 밝혔다. 또한 연간 이윤 총액 증가율도 2013년 8.9퍼센트에서 2014년 3.3퍼센트로 급속히 떨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산업 이윤율이 하락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자금이 부동산과 단기 고수익 상품에 몰렸다. 하지만 중국의 부동산 거품이 계속될 수는 없었다. 최근 국가통계국이 발표하는 월간 신축 주택 판매가격 추이를 보면, 주요 도시 70곳 중 66곳에서 주택 가격이 하락했고, 하락률도 최대 5퍼센트에 이른다. 주택 거품의 붕괴로 주택 건설과 관련된 건축과 건축자재 분야가 침체에 빠졌고, 주택 가격 상승 전망에 기초한 소비 증가 효과도 사라졌다.

중국에서 산업 이윤율 감소와 부동산 거품 붕괴 위험 때문에, 중국으로 몰려들었던 자본들이 이제는 중국을 빠져나가고 있다. 이 자본들은 전에는 고수익을 보장했던 다양한 “그림자 금융” 상품들, 즉 자산관리상품(WMP)들이다.

국제결제은행(BIS)의 자료를 보면, 지난 6년간 중국에서 만기 1년 미만 단기 부채의 총량은 무려 7배로 늘었다. 2009년 3월 1천2백10억 달러에서 2014년 9월에는 천5백억 달러였다. 2015년 2월 초 인민은행은 단기자금의 유출을 줄이기 위해 지급준비율을 0.5퍼센트포인트 인하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중국 경제에 형성된 거품의 빠른 붕괴나 하반기에 예정돼 있는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은 중국의 금융 시장을 큰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

중국 자본들의 해외 진출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유럽 금융업계의 부실자산을 겨냥해 그렇다. 최근 푸싱그룹이 포르투갈 피델리다데의 지분을 인수했고, 하이퉁증권이 에스피리 코산토의 투자은행 부문을 인수했으며, 안방보험은 소규모 벨기에 은행과 피데아 인수를 추진 중이다. 그래서 지난해 중국 기업들의 유럽 금융업 투자는 2013년의 10배로 증가했다. 이제 중국의 자본 유출입을 볼 때 해외직접투자 유입국에서 해외투자국으로 바뀌고 있다.

“그림자 금융”

중국 산업의 이윤율이 저하하고 있으므로 부동산과 각종 신탁금융 상품들에 자금이 몰렸다. 그런데 이제는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부동산 거품이 꺼지고, 높은 수익을 보장했던 자산관리상품들의 부실이 드러나고 있다. 이런 거품 붕괴와 부실은 금융기관들의 부실과 지방정부의 부채 증대로 나타나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중국 은행 보유 부실채권이 17조 달러로 급증했다고 경고했다. 또한 지방정부 부채는 2008년 5조 6천억 위안에서 2013년 17조 9천억 위안으로 3.2배 증가했다.

더욱이 이제는 중국도 유로존과 마찬가지로 디플레이션 위험성이 점차 부각되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이 기관지 〈금융시보〉를 통해 중국이 디플레이션에 꽤 근접해 있다고 보도했다. 2015년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0.8퍼센트로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중국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처한다면 더 많은 기업들이 문을 닫을 것이고, 더 많은 노동자와 농민공들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은 악순환을 만들어 낼 것이다.

산업생산 둔화와 디플레 위험을 막기 위해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이로도 모자라 두 달 뒤에는 지급준비율을 내리는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경기를 살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015년 1월의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가 지난해 12월보다는 약간 상승했지만 고정자산 투자는 5개월, 부동산 개발투자는 10개월 내리 하락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이미 많은 통화를 시장에 뿌린 상태라서 통화 증대 효과는 거의 없을 것이다.

“뉴노멀”

지난해 12월 열린 경제공작회의에서 중국 지배 관료들은 최근 저성장으로 전환하고 있는 중국 경제를 “뉴노멀”(New Normal, 新常態)이라고 표현했다. 고속 성장에서 중고속 성장과 과잉생산 산업의 도태를 수반한 심도있는 조정 등이 그 내용이다.

이는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등 과잉생산 상태인 전통 산업과 에너지 산업에서 통폐합 등 구조조정이 추진되는 것을 뜻한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석유천연가스공사(CNPC)와 중국석유화학공사(Sinopec)의 합병,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와 중국 국영 화학에너지 업체 시노켐(Sinochem)의 합병을 고려하고 있다. 그 과정은 노동자들의 대량 해고를 동반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최근 〈중국노동회

보〉(China Labor Bulletin)에 따르면, 2010년에서 2013년 사이 노동자 투쟁은 구조조정, 공장폐쇄, 공장이전으로 인한 매각이나 합병 등에 반대하는 것이 주된 쟁점이었다.

〈중국노동회보〉를 보면, 2011년에서 2013년까지 노동자들의 파업과 항의 시위가 1천1백71건 있었다. 그 대부분은 중국 산업의 심장부인 광둥 지역에서 벌어졌으며, 그 주된 요구들은 실업 보상, 체불임금 지급, 임금인상 등이었다. “중국의 노동자들은 가난하고, 착취받는 개인에서 적극적이고 역동적이며, 자신을 위해 행동할 수 있는 집단으로 등장하고 있다.”(〈중국노동회보〉)

중국 경제는 세계경제의 핵심 부분이자 세계의 공장이 됐다. 하지만 2008년부터 심각해지기 시작한 세계경제 위기는 “세계의 공장”을 휘청거리게 만들었고, 이것은 “세계의 공장”에 공작기계와 원자재를 수출하는 독일과 호주 같은 경제들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경제가 호황에서 불황으로 전환할 때 노동자들의 저항이 나타나면 예상치 못한 사회 격변이 벌어질 수 있다. 오늘날 중국의 상황이 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