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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자의 집권과 혁명적 좌파의 과제(2)

이 글은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 중앙위원 조셉 추나라가 2015년 2월 방한해 〈노동자 연대〉 신문 기자들과의 모임에서 한 강의를 녹취해 실은 지난 호 기사 “시리자의 집권과 혁명적 좌파의 과제(1)”의 질의 응답 부분이다. [ ] 안의 말은 독자의 이해를 돕고자 〈노동자 연대〉 편집팀이 덧붙인 말이다.

시리자 내 좌파가 겪는 혼란에 관해 스타티스 쿠벨라키스의 인터뷰 기사를 읽으면 유용할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그 기사는 영어로 돼 있고 상당히 긴 것으로 압니다. 영어를 읽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그 내용을 간략히 소개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그 기사는 상당히 깁니다. 쿠벨라키스를 인터뷰한 사람은 세바스티앙 버젱(Sebastian Budgen)인데, 다른 사람 말을 다 들어 주는 스타일이라 기사가 더 길어진 면도 있습니다. 아무튼 그 기사에는 흥미로운 정보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쿠벨라키스는 시리자 내 좌파여서 시리자 지도자들이 당내 좌파를 주변화시키려 한 일들을 꽤나 솔직하게 말합니다.

제가 보기로 쿠벨라키스와 국제사회주의경향(IST)의 차이점 두 가지가 그 기사에서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첫째, 쿠벨라키스는 의회 내 투쟁과 노동자 투쟁의 결합을 말하는 니코스 풀란차스와 비슷한 주장을 합니다. 어떤 점에서는 쿠벨라키스와 풀란차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투쟁이 돌파구를 열지 못한 데에 따른 사기 저하와 레닌주의 전통에 대한 회의론입니다.

둘째, 쿠벨라키스는 정부에 입각하는 것에 대해 국제사회주의경향과 입장이 다릅니다. 그는 시리자 내 좌파가 시리자 정부에 참여하는 것은 시리자 정부가 어떤 전략적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시리자가 강령을 고수하느냐 마느냐가 그 판단의 기준이라고 합니다. 그것도 몇 년 전의 급진적 강령이 아니라 이번 총선에서 내놓은 온건한 강령이라도 지킨다면 좌파가 정부에 입각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시리자의 강령이 매우 모호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많은 그리스인들이 그리스의 부채를 어느 정도는 탕감해야 한다고 보며 시리자에 투표했는데, 재무장관 야니스 바루파키스는 유럽 나라들을 순방하며 다른 얘기를 하는 일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사실 시리자가 원하는 것은 유럽연합한테 ‘가교대출’(bridge-loan program; 그리스가 갖고 있는 부채 상환을 위해 일시적으로 자금을 빌려 해결하겠다는 것)을 받는 것일 뿐입니다. 거기에 부채 상환 조건을 두고 재협상까지 하면 좋고, 재협상을 하더라도 채무 자체를 꼭 줄이지는 않겠다는 것이 시리자의 입장입니다.

그래서 제가 보기로 쿠벨라키스는 실용성과 현실성을 중시하는 인물로 비치려 하지만, 그가 제시한 방안들은 꽤나 비현실적입니다.

두 가지 질문인데요. 첫째, 시리자 정부에 대한 ‘심층 국가’(deep state)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더 구체적으로 말해, 이번 총선의 개표가 한창 진행중일 때 시리자의 한 간부가 ‘우리는 그리스 군대와 경찰을 신뢰한다’는 식으로 말한 것이 사람들의 눈길을 끈 적이 있습니다. 또, 제가 알기로 스타티스 쿠벨라키스는 시리자가 그리스독립당과 연정을 맺으리라고 보면서도 국방장관 자리는 내주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실제로는 그리스독립당이 국방장관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이런 행동들이 군대로 대표되는 ‘심층 국가’에 대한 시리자 지도부의 불안감을 보여 주는 것입니까? 현재 국가의 핵심 무력 기구들의 움직임은 어떠합니까?

둘째, 그리스 사회주의노동자당의 파노스 가르가나스는 시리자가 노동조합 안에서는 비교적 강하지 않다고 하면서 노동자들이 싸우려 할 때 시리자가 그것을 막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자신감이 넘친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현재 노동조합 안에서 사회당, 공산당, 시리자, 안타르시아 같은 정당들의 세력 분포가 어떤지 자세히 얘기해 주십시오. 2012년 방한한 그리스 사회주의노동자당의 소티리스 콘토야니스 동지는 노동조합에서는 시리자보다 안타르시아와 공산당의 영향력이 더 크다고 했는데, 지금도 그런지 궁금합니다.

먼저, ‘심층 국가’에 관해 답하겠습니다. ‘심층 국가’라는 말은 조금 학술적인 용어인데, 그냥 자본주의 국가를 뜻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우리가 잘 알듯이 국가기구는 대부분 선출되지 않습니다. 제가 보기로 현재 그리스에서 진짜 위험은 군대가 아닙니다. 군대가 쿠데타를 벌이려 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경찰이 정치에 훨씬 더 많이 개입하고 투쟁에 더 위험한 기구입니다. 2012년 총선에서 그리스 수도 아테네의 경찰 50퍼센트가 강경 파시스트 조직인 황금새벽당에 투표했습니다.

치프라스가 국가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는지 확실히 알기는 힘듭니다. 그래도 저는 그가 유러코뮤니즘 전통의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추측합니다. 유러코뮤니즘이 발전하기 시작한 것이 1973년 칠레 쿠데타 이후라는 것을 기억하셔야 합니다. 어떻게 하면 국가를 잘 다룰 수 있을지 조언해 줄 사회주의 자문들이 칠레 아옌데 정부에 필요했었다는 것이 유러코뮤니즘의 주장이었습니다. 다른 말로 해서, 투쟁을 조정하면서 전술적으로 영리한 책략을 부렸다면 국가 문제에 잘 대처했으리라는 것입니다. 저는 1973년 칠레의 경험에서 완전히 다른 결론을 이끌어 냅니다. 즉, 기존 국가기구를 파괴할 수 있는 운동이 필요했었다는 것입니다.

그리스 국가와 자본가들이 어떤 책략을 부릴 것이냐를 말하는 것은 아직 조금 이릅니다. 그러나 베네수엘라 차베스 정부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가장 흔히 사용되는 핵심 전술의 하나는 경제적 사보타주입니다. 예컨대 많은 그리스 자본가들이 돈을 국외로 빼돌리고 있습니다. 이런 움직임을 저지하려면 좌파 정부뿐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대중 운동이 필요합니다.

시리자 정부의 특징 하나는 그리스독립당을 정부로 끌어들였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는데, 경찰청장은 시리자 출신도 아니고 그리스독립당 출신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경찰청장은 사회당에서 이탈한 세력에 속해 있습니다. 이것은 큰 문제인데요, 치프라스가 심지어 경찰 수장을 통제하지 못한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말씀하셨듯이 그리스독립당이 국방장관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최근 국방부는 그리스의 오랜 적국인 터키를 상대로 군사적 긴장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리스에서는 외교정책 문제가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시리자가 나토에서 탈퇴하겠다고 말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스에서는 전통적으로 반제국주의 정서가 강하다는 점을 보면 그리스의 나토 탈퇴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를 수 있습니다. 사실 시리자 안에서도 이 문제를 두고 논쟁이 있습니다.

둘째 질문에 답하겠습니다. 노동조합 안에서 각 정당의 영향력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한 수치는 기억나지 않습니다만, 그동안 시리자의 노동조합 내 기반이 작았던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제 시리자가 두 배로 성장해 당원이 3만 명쯤 됐으니 만큼, 노동조합 활동가도 꽤 많이 유입됐으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시리자는 교사노조 같은 곳에 기반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노조 안에서 시리자는 고전적 개혁주의처럼 행동합니다. 예를 들어, 2013년 평조합원들이 투표에서 절반 이상의 찬성으로 파업을 벌이기로 결정했는데, 시리자와 연계된 집행부는 그 파업을 승인하지 않았습니다.

노동조합 집행부들 안에서는 공산당의 기반이 확실히 더 큽니다. 그리고 적어도 평조합원 수준에서는 안타르시아의 영향력이 시리자보다 클 것입니다. 흥미롭게도, 쿠벨라키스도 안타르시아의 영향력이 총선 득표율보다 훨씬 더 크다는 사실을 인정합니다.

안타르시아는 이번 총선에서 0.6퍼센트를 득표했습니다. 이것은 시리자는 말할 것도 없고, 전통적 기반이 있는 공산당의 득표율보다 한참 낮은 것입니다. 하지만 지방선거, 노동조합 선거, 학생회 선거에서 안타르시아의 득표는 훨씬 큽니다. 즉, 많은 사람들이 지역이나 현장 수준에서는 자기들이 잘 알고 투쟁을 잘 이끄는 안타르시아 활동가들에게 투표하지만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시리자에 투표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개혁주의적 의식의 모순을 잘 보여 주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포데모스 출범에서 혁명적 좌파가 큰 구실을 했다가 지금은 이글레시아스에 의해 주변화되기 시작했다고 말씀하셨는데, 그 혁명적 좌파는 어디인지 궁금합니다.

포데모스 내 혁명적 좌파 중 가장 중요한 단체는 ‘반자본주의 좌파’입니다. ‘반자본주의 좌파’는 트로츠키주의 단체로 제4인터내셔널과 연계가 있습니다.

사실 이글레시아스는 온라인 방송으로 유명했지만, 실제로 정당을 건설할 수 있는, 기층 수준의 물질적 재료가 되는 세력은 없었습니다. ‘반자본주의 좌파’가 바로 그런 세력이 돼 줬습니다. 즉, 개혁주의 지도자들이 흔히 그렇듯이, 이글레시아스도 혁명가들을 일종의 장기짝으로 이용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반자본주의 좌파’는 포데모스 창당에서 한 기여 덕분에 포데모스 안에서 존재감도 크고 널리 존중받습니다.

‘반자본주의 좌파’는 포데모스 내의 더 큰 좌파 연합체인 ‘소마도 포데모스’에 속해 있습니다. 2014년 가을에 열린 포데모스 당대회에서 이글레시아스를 중심으로 한 당내 우파와 ‘소마도 포데모스’는 당 구조에 대한 서로 다른 제안을 내놓았습니다. 투표 결과 9만 표 대 1만 4천 표로 이글레시아스의 안이 채택됐습니다. 이렇게 채택된 포데모스의 새 당 구조는 지역 서클들의 힘을 최소화하고 사무총장이 된 이글레시아스와 그가 임명한 자문위원들의 힘을 극대화하는 형태입니다. 또, 다른 단체에 소속된 사람은 포데모스의 지도적 지위에 오르지 못하게 했습니다. 이것은 정확히 ‘반자본주의 좌파’가 포데모스에서 지도적 지위를 차지하지 못하게 하는 것을 겨냥한 조처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혁명적 좌파가 현재 포데모스 안에서 활동하는 것이 틀렸다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스페인에서는 혁명적 좌파들의 힘이 비교적 약하고 포데모스는 혁명적 세력들이 협력해서 활동할 좋은 공간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안달루시아 지역에서 활동하는 국제사회주의경향의 동지들이 포데모스 안에서 꽤나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입니다.

첫째, 한국의 일부 좌파가 시리자 정부를 노동자 정부로 보는데, 이런 관점의 문제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둘째, 이 질문은 약간 다른 질문일 수 있는데, 이번 영국 총선에서 ‘레프트 유니티’의 성적이 어떨지 궁금합니다. 첫째 질문과 마찬가지로 한국의 일부 좌파들이 ‘레프트 유니티’에 낙관적 기대를 하고 있어서 묻는 것입니다.

‘노동자 정부’와 관련해서는 크리스 하먼과 팀 포터가 오래 전에 쓴 훌륭한 글을 꼭 읽으시길 바랍니다.(크리스 하먼, 팀 포터, ‘노동자 정당이 집권하면 노동자 정부인가?’, 《마르크스21》 10호)

코민테른에서는 ‘노동자 정부’ 문제를 두고 논쟁이 매우 혼란스럽게 벌어졌습니다. 제가 보기로 크리스 하먼의 입장이 매우 명쾌합니다. 하먼의 입장은, 혁명가들이 자본주의 정부에 참여하는 것은 성공적 전략이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혁명 운동이 매우 고조된 때라는 예외가 있을 수는 있습니다. 즉, 혁명가들이 떠밀리다시피 정부에 들어가지만, 그 지위를 단지 노동자들을 무장시키고 봉기를 준비하는 데 이용하는 상황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누가 봐도 현재 그리스는 그런 상황이 아닙니다.

만약 시리자 정부가 노동자 정부라면, 대부분의 노동당 정부도 노동자 정부라고 봐야겠죠. 물론 많은 노동자들이 시리자를 지지해 투표했고, 그 덕에 시리자가 집권했습니다. 그러나 시리자는 개혁주의 조직이고, 그에 맞게 분석해야 합니다.

‘레프트 유니티’는 시리자와 동급으로 볼 수 있는 단체가 결코 아닙니다. 물론 ‘레프트 유니티’가 출범할 때 몇 천 명이 좌파 정당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서명해 줬습니다.

그러나 ‘레프트 유니티’는 여러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첫째, 영국에서는 주류 사회민주주의로부터 규모 있는 조직적 이탈이 일어나고 있지 않습니다. 즉, ‘레프트 유니티’ 같은 프로젝트가 끌어들일 수 있는 사람이 제한적인 것입니다.

둘째, 영국의 투쟁 수준이 높지 않습니다. 작업장의 노동자 계급 투쟁이든 사회 운동이든 수준이 낮습니다. 유일한 예외는 스코틀랜드입니다. 지난해 스코틀랜드 독립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를 둘러싸고 큰 논쟁이 일었었죠. 스코틀랜드 독립 찬성 운동을 통해 정치적 대안을 건설할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운동의 주된 수혜자가 스코틀랜드국민당이었다는 것입니다. 이는 스코틀랜드국민당이 독립 찬성 운동에서 주도력을 가졌던 덕분입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부르주아 민족주의 정당들도 자신들이 노동당보다 좌파적인 사회민주주의 정당인 양 행세했다는 것입니다. 이는 노동자 계급 내에서 개혁주의적 의식이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 주는 또 다른 사례입니다. 또한 혁명가들만이 노동자들의 개혁주의적 의식에 다가가 조직적 성과를 내려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보여 줍니다.

셋째, ‘레프트 유니티’에는 영국에서 중요한 혁명적 정당들을 제외한 급진좌파들이 모여 있습니다. 즉, 최근 몇 년간의 경험으로부터 상처받고 그래서 굉장히 종파적인 세력이 많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레프트 유니티’ 안에서 큰 논쟁이 일어나고 있고, 이는 원심력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레프트 유니티’에 있는 사람들은 혁명적 조직이 합류하는 것을 싫어해서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이나 사회당을 배제합니다. 그럼으로써 노동당보다 좌파적인 대안을 건설하는 데 이바지할 수 있는 꽤나 만만찮은 좌파 세력과 스스로 선을 긋는 것이죠. 제가 보기로 그들은 땅에 깃발 꽂고 ‘우리가 영국판 시리자다’ 하고 선언하면 일이 저절로 풀려 나갈 것이라고 보는 큰 착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우리도 똑같이 ‘레프트 유니티’에 종파적으로 굴어서는 안 됩니다. 한편에서는 사회민주주의의 위기가 계속 심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영국에서는 5월에 총선이 열리는데, 단독으로 50퍼센트 이상을 득표할 정당이 없을 듯합니다. 아마도 노동당이 절반 이상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채 혼자 또는 연립으로 정부를 꾸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노동당 정부는 계속 긴축을 시행할 것이므로 노동당에 대한 불만이 계속 커질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혁명적 좌파들이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노동자들에게 내놓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러저러한 한계가 있겠지만 말이죠. 그래서 2014년 가을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은 좌파들이 단결하자고 호소했습니다. 아무런 전제조건 없이 만나 노동당 왼쪽의 선거 대안을 만들자는 제안이었습니다. 영국 노동계급은 도대체 왜 좌파적 선거 연합이 여러 개 출마해 죄다 죽을 쑤는지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이번 총선 전까지 좌파들을 하나로 묶을 선거 연합이 건설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사회주의노동자당 당원들은 ‘노동조합-사회주의자 연합’(TUSC; Trade Unionist and Socialist Coalition)으로 출마할 것 같습니다.

흥미롭게도 우리 후보가 강력한 지역에서는 그 지역 수준에서 좌파들의 단결을 이뤄 냈습니다. 우리는 단결을 촉구하는 우리 주장의 호소력을 이용해 ‘레프트 유니티’도 우리 후보들을 지지하도록 압력을 넣었습니다.

TUSC가 총선에서 5퍼센트 이상 득표하면 매우 기쁠 듯한데, ‘레프트 유니티’의 성적은 더 나쁠 듯합니다.

‘소셜리스트 유니티’와 ‘레프트 유니티’의 관계는 무엇입니까?

‘소셜리스트 유니티’는 가십 거리를 주로 다루는 종파적 웹사이트인데, 다른 단체와 조직적 연계는 없습니다. 웹사이트 운영자는 ‘레프트 유니티’ 지지자인 듯합니다. 몇 년 전에는 중요한 일을 했지만 이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제 질문은 포데모스에 대한 것입니다. 한국에는 한국 노동자들과 스페인 노동자들의 조건이 매우 비슷하다는 얘기가 많습니다. 불안정층이 많고, 청년들이 불안정하고, 실업이 높은 것 등이 비슷하다는 것이죠. 제가 듣기로 스페인 노동조합들이 긴축에 반대해 [2010년 말] 하루 총파업을 했다가 배신적으로 타협한 뒤에 거리에는 ‘노조 없는 총파업’을 하자는 구호가 나왔다고 합니다. 앞에서 수평주의적 이데올로기가 포데모스 안에 주요 이데올로기로 자리잡고 있다고 하셨는데, 그것은 스페인 노동운동의 상황을 반영하는 결과입니까? 만약 그렇다면 포데모스는 기존 노동조합들 및 그 지도자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궁급합니다.

포데모스에 대해서는 제가 잘 모르는 것도 있고 또 워낙 신생 정당이라서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 힘든 면이 있습니다.

스페인 노동조합의 특징 하나는 노조 관료의 힘이 강하다는 것입니다. 파업을 선포해도 그것의 추동력이 주로 관료들에게서 나오고 노동조합도 상당히 관료화됐습니다.

광장 점거 운동의 일부 참가자들이 노동조합을 정당 및 자본가들과 한 묶음으로 보고 비판한 것은 확실한 사실입니다. 죄다 부패했다는 것이죠. 그런데 ‘노동조합 없는 총파업’을 말로 하는 것과 실제로 조직하려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또, 스페인에서는 기존 노동조합에서 떨어져 나와 별도로 노동조합을 조직하는 것이 마치 전통처럼 된 관행입니다. 여기에 인디그나도스 운동과 포데모스의 등장이 이런 오랜 관행을 한층 더 강화해 준 면도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대형 노조에서 분리해 나가 ‘적색 노조’를 만들자고도 주장합니다. 트로츠키가 ‘아나키즘은 개혁주의에 대한 대가로 치르는 비용이다’ 하고 말했던 것이 생각납니다. 개혁주의 지도자들이 워낙 환멸을 불러일으켜서 사람들이 노동계급 조직으로부터 떨어져 나가게 되는 동역학이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발전하고 있습니다.

영국에서도 2011년 파업 이후 노조 지도자들이 배신하면서 비슷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서섹스대학교에서는 ‘팝업 노조’라는 것을 만들려는 시도가 있었고, 세계산업노동자연맹(IWW) 지부를 만들려는 시도도 있었습니다.

이런 실천 방식의 문제는 혁명적 좌파가 설득해서 끌어당기려고 하는 노동자 대중으로부터 스스로 담을 쌓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기존 노동조합에 남아서 그 안에서 투쟁하는 것이 혁명가들의 임무라고 주장합니다.

그리스 평조합원 네트워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듣고 싶습니다. 노동자연대 단체도 민주노총이 조직하고 있는 총파업을 기회로 기층에서 평조합원 네트워크를 만들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리스의 평조합원 네트워크는 규모와 영향력이 얼마나 큽니까? 그 네트워크에 사회주의노동자당이나 안타르시아의 동맹 세력이 있다면 어디인지도 궁금합니다. 또, 공산당의 영향을 받는 조합원이나 활동가들과도 동맹을 맺고 있는지요? 마지막으로 평조합원 네트워크가 잘 조직된 산업 부문이 있다면 어디이고,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그렇게 자세한 것은 그리스 동지들에게 물어봐야겠지만, 총파업이 있을 때면 안타르시아와 사회주의노동자당이 평조합원 네트워크를 건설하려 애썼다는 사실 정도는 제가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그러나 평조합원 네트워크 건설을 안타르시아 이름을 내걸고 추진하지는 않았던 듯합니다. 평조합원 중에는 공산당 지지자, 시리자 지지자, 사회당 지지자가 있을 텐데, 이들을 결속시켜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리스와 영국 동지들의 이런 실천 방식은 일반으로 말해 한국에서도 유효할 것입니다. 이런 실천 방식의 출발점은 노동조합 내 핵심 분단선이 노동조합 관료와 평조합원 사이에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노동조합 관료들 사이에서 좌우파 분열은 투쟁의 계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중요하지만 결국 좌파든 우파든 관료의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좌파 관료의 등장으로 열린 공간을 어떻게 이용해서 평조합원 네트워크를 건설할 것인가’입니다.

스페인 급진좌파로는 포데모스 이전에 좌파연합(IU)이 있었습니다. 포르투갈에는 좌파블록이 있었었고요. 좌파연합과 포데모스의 관계는 무엇입니까?

우선 포데모스가 창당한 지 1년밖에 안 되는 신생 정당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포데모스 창당 전에는 좌파연합의 사정이 꽤 좋았습니다. 제 기억으로 좌파연합은 2011년 총선에서 6.9퍼센트를 득표했습니다. 2014년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도 10퍼센트를 득표했죠. 이 선거에서 포데모스는 8퍼센트를 득표했는데, 그 때가 창당한 지 서너 달밖에 안 된 시점이었습니다.

포데모스는 청년과 노동조합원 등 폭넓은 계층에 잘 접촉하고 있는 듯합니다. 현재 좌파연합의 지지율은 5퍼센트 정도로 반토막이 났는데, 여러 증거들을 보면 그 지지가 포데모스 쪽으로 옮겨 간 듯합니다.

그럼에도 저는 좌파연합이 사라질 것이라고는 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좌파연합은 공산당에서 발전해 나온 세력이어서 확고한 지지층이 있기 때문입니다. 즉, 포데모스보다 좀 더 안정적인 세력이라고 봅니다.

포르투갈의 좌파블록은 조금 다른 유형의 조직입니다. 좌파블록은 1999년 마오주의 단체와 트로츠키주의 단체 세 곳이 통합해 생겨 난 정당입니다. 좌파블록은 이탈리아 재건공산당과 비슷하게 2000년대 초의 반자본주의 운동과 관계를 맺으며 성장했습니다. 좌파블록은 전에는 사회당에 투표하던 사람들을 끌어당겨서 2009년 총선에서는 거의 10퍼센트를 득표해 역대 최고의 성적을 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러나 그 뒤로 득표율이 떨어졌고, 그러면서 꽤 날 선 내부 논쟁도 벌어졌습니다.

좌파블록은 매우 동요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한편으로는 포데모스처럼 기성 정당들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 주려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기성 정당의 지지층을 끌어당기려고 하면서 중도적 모습을 보입니다. 선거에서는 지지층이 훨씬 더 탄탄한 사회당과 공산당에 표를 빼앗깁니다.

포르투갈의 사회당은 스페인과 그리스의 사회당과 달리 집권했을 때 대중의 분노를 비교적 적게 샀는데, 이것이 좌파블록에 어려움을 줍니다. 기존 개혁주의 정당이 여전히 건재한 상황에 직면해 좌파블록은 내부 문제로 위기에 빠져 있습니다. 분파 투쟁이 매우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데, 당이 쪼개질 위험이 있습니다. 게다가 포데모스를 모델로 삼는 정당이 두 개가 새로 생겼습니다.

스페인 자매조직의 상황이 어떤지 궁금합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포데모스 안에서 활동하니까 잘 대처해야 하는 상황이 많을 것이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우리도 민주노동당 안에서 활동해 봤지만, 혁명적 원칙이 확고하지 않으면 용해돼 버릴 수도 있어요. 그런 점에서 스페인 자매조직이 큰 시험대에 올라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지난해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 분열 과정에서 스페인 동지들이 보여 준 태도를 보면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한국 속담에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말이 있는데, 지나친 비관일까요?

포데모스 안에서 우리 동지들이 어떤 경험을 하고 있는지 말씀드리는 것도 조금 이른 듯합니다. 경험이 그다지 많지 않아서입니다. 그리고 스페인의 꽤 많은 동지들이 카탈루냐의 바르셀로나에서 활동하는데, 그 동지들은 포데모스 안에서 활동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 동지들이 포데모스 안에서 뭔가를 시도하고 검증한 것이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안달루시아 지역의 동지들은 포데모스 안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 동지들 중에는 그리스 사회주의노동자당에서 활동하다가 이제는 스페인에서 활동하는, 여러분도 아실 니코스 루도스 동지가 있습니다. 꽤 만만찮은 노동조합 활동가인 헤수스 동지도 있습니다. 제가 보기로 이 동지들은 포데모스 안팎에서 잘 활동하고 있습니다.

스페인에서는 혁명적 좌파 조직을 지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인디그나도스 운동이 처음 시작됐을 때 사람들은 정당의 참여를 배제하려 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는 운동주의와 자율주의의 압력이 매우 큽니다. 우리 동지들은 이런 압력에 순응하는 것에도 저항해야 했지만, 동시에 이 운동에 종파적이지 않도록 주의해야 했습니다. 스페인 동지들이 이런 균형 잡기를 얼마나 잘 하는지는 시간이 지나 봐야 알 수 있을 듯합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이 있는데, 선거 연합 안에서는 혁명적 좌파가 용해 압력을 특히 더 크게 받는다는 것입니다.

한때 우리는 선거 연합을 특수한 종류의 공동전선으로 이론화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까지 말하는 것에는 명백한 문제가 있었습니다. 고전적인 공동전선 안에서는 혁명가들이 자신들의 전술이 개혁주의 지도자들의 전술보다 낫다는 것을 입증해 사람들을 혁명적 정치로 끌어당깁니다. 반파시즘 투쟁에서든 파업 투쟁에서든 그 원리는 같습니다.

그런데 영국에서 리스펙트에 들어가 활동하던 동지들은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표를 얻는 데서는 개혁주의자들의 전술이 혁명가들의 전술보다 오히려 더 나은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리스펙트가 더 성공할수록 리스펙트 내 우파와 타협해야 한다는 압력도 더 커졌습니다.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이 리스펙트의 위기 속에서도 생존할 수 있었던 것은 혁명 조직의 독립성을 유지한 덕분이었습니다.

리스펙트나 포데모스 같은 조직에서 활동하는 것은 매우 새로운 경험입니다. 그래서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배우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유럽연합에 대한 좌파 개혁주의의 태도와 관련된 질문입니다. 전에 〈소셜리스트 워커〉 기사에서 ‘유럽연합에 반대하는 것을 극우들이 선점하도록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 하는 주장을 봤습니다. 2014년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심지어 마린 르펜이 유럽연합을 ‘황금 옷을 두른 파시스트’라고 비난하면서 선거운동을 벌이는 것을 보며 큰 충격도 받았고, 유럽연합 반대 주장이 이렇게나 극우가 선점한 주장이 돼 버렸구나 하는 것도 느꼈습니다. 그런데 시리자는 유럽연합에 반대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시리자만 그런 것인지 다른 좌파 개혁주의 단체들도 그런 것인지 궁금합니다. 만약 그렇다면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상당수 유럽 좌파들이 유럽연합을 어느 정도 진보로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 이유 하나는 유럽연합에 대한 환상입니다. 유럽연합 안에서 유럽 나라들 사이의 갈등을 해소할 수 있고 사회민주주의적 요구를 성취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죠.

유럽연합을 진보로 보는 태도는 패배에서 비롯한 비관론의 영향이기도 합니다. 개혁주의자들이 1970~80년대 패배를 겪으며 유럽연합을 통해서 노동계급 친화적 입법 등의 개혁을 달성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환상을 품게 됐습니다.

그러나 시리자 안에서도 모두가 그런 태도를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유러코뮤니즘을 배경으로 하는 사람들은 유럽연합에 친화적이지만, 정통 스탈린주의나 트로츠키주의 경향은 유럽연합 탈퇴를 지지합니다. 예컨대 런던대학교에서 경제를 가르쳤던 마르크스주의 학자이자 이번에 시리자의 후보로 출마해 국회의원이 된 코스타스 라파비차스는 시리자 내 좌파이고, 그리스가 채무를 털어내려면 유럽연합에서 나와야 한다고 분명하게 주장합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보면 급진우파가 유럽연합에 대한 공격을 주도하고 있는 형국인 것은 맞습니다. 특히 프랑스 상황이 비극적인데, 프랑스에서는 2005년 거대한 운동이 일어나 유럽연합 헌법을 부결시켜 버린 적이 있기 때문이죠. 당시 좌파들이 이 운동을 주도했는데, 기층 수준에서도 대규모 시위와 토론회가 열렸었고, 운동은 결국 승리했습니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마린 르펜이 유럽연합 공격의 선봉장이 돼 있습니다. 프랑스 좌파들에게는 매우 뼈아픈 일입니다.

영국에서도 유럽연합에 반대하는 주된 세력은 영국독립당입니다. 보수당은 올해 총선에서 승리하면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시행하겠다고 주장합니다. 보수당의 국회의원과 당원 상당수가 유럽연합에 반대합니다.

그러나 영국 자본가 계급은 대부분 유럽연합에 남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유럽연합에서 나올 것이냐를 두고 반대 입장은 지배계급이, 찬성 입장은 영국독립당이 주도해 운동을 벌이는, 생각도 하기 싫은 끔찍한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 상황이 되면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은 그 국민투표에 관해서는 선전밖에 할 수 없는 처지가 될 것입니다. 예컨대 왜 유럽연합에 남아서는 안 되는지를 좌파적 관점에서 주장하는 소책자를 발행하는 정도의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시리자가 그리스독립당과 함께 연정을 꾸렸는데, 제가 알기로 그리스독립당은 이민자 수용소 문제 등에서 매우 보수적인 입장입니다. 그리스독립당과의 연정이 인종차별·파시즘 반대 투쟁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십니까? 구체적으로 말해, 안타르시아와 그리스 사회주의노동자당이 시리자한테 3월 21일 인종차별·파시즘 반대 국제 공동 행동의 날에 함께하자고 제안했다는데, 그리스독립당과의 연정이 시리자의 운동 동참에 어려움을 주게 될까 하는 질문입니다.

둘째, 스페인 자매조직 동지들이 카탈루냐에서는 좌파 민족주의 단체 안에서 활동한다고 하셨는데,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즉, 카탈루냐에서는 포데모스가 기반이 약하고 세력이 작아서 그런 것입니까?

셋째, 포데모스가 민족 문제에 취약하다고 말씀하셨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스독립당은 인종차별적 정당이 맞습니다. 당대표도 유대인·동성애자 혐오론자이고 이민에 반대하는 인물입니다. 그럼에도 황금새벽당 같은 수준의 정당인 것은 아닙니다. 그리스독립당과 연정을 맺었는데도 시리자는 이민 2세들에게 그리스 시민권을 주는 법을 통과시켰습니다.

제가 보기로 그리스독립당이 연정에 포함돼 있어서 안타르시아가 시리자 지지자들을 인종차별 반대 운동에 동참시키는 것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왜냐하면 개혁주의와 공동전선을 맺는 목적의 하나가 개혁주의의 모순을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스 사회주의노동자당 동지들은 3월 21일 국제 공동 행동의 날 시위를 대규모로 조직하고자 크게 애쓰고 있습니다.

포데모스는 민족 문제에 매우 취약합니다. 한 가지 이유는, 포데모스의 관점이 민족 문제를 둘러싸고 크게 분열돼 있는 개혁주의적 상식을 반영한다는 것입니다. ‘정치 엘리트 카스트에 맞선 전체 민중의 투쟁’이라는 포데모스의 투쟁 개념도 한 이유입니다. 즉, 스페인 국가 내 여러 부분들을 구분하지 않고 뭉뚱그리니까 바스크나 카탈루냐 지역에서는 어느 정도 불만이 있습니다. 그래서 포데모스는 바스크와 카탈루냐 지역에서는 스페인 나머지 지역에서 만큼의 지지를 얻지 못합니다.

카탈루냐에는 극좌파들도 참가하고 있던 급진좌파적 민족주의 정당이 이미 있었습니다. 그리고 포데모스 관점의 모호함을 고려하면 이미 참가하고 있던 그 정당에서 나오는 것은 현명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샤를리 에브도〉 공격 사건과 관련해 미국 국제사회주의조직(ISO) 안에서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듯합니다. 제가 보기로 ISO의 중앙 지도부는 ‘나는 샤를리다’ 하는 구호를 사실상 지지하는 입장을 냈고, 이에 평회원들이 반대하는 글을 발표하면서 꽤 오래 논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아시는 것이 있으십니까?

저는 ISO의 내부 사정을 잘 모릅니다만 이 문제에서 혼란을 겪고 있는 한 프랑스 조직과 미국 ISO가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 ISO 내부 논쟁과 관련이 있는 듯합니다.

〈샤를리 에브도〉는 꽤 괴상한 언론입니다. 알렉스 캘리니코스가 해 준 말인데요, 〈샤를리 에브도〉의 만평가 한 명이 다니엘 벤사이드의 장례식에 쓰일 만화를 그린 적이 있다고 합니다. 다니엘 벤사이드는 제4인터내셔널 경향의 프랑스 조직 지도자였습니다. 이 사례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샤를리 에브도〉가 많은 사람들에게 좌파의 일부로 여겨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1970년대였다면 〈샤를리 에브도〉를 좌파 성향의 잡지로 보는 것이 옳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1990년대부터, 특히 ‘테러와의 전쟁’을 거치며 〈샤를리 에브도〉는 점점 이슬람 혐오 쪽으로 기울었습니다. 〈샤를리 에브도〉에 실린 만평을 보면, 〈샤를리 에브도〉는 이슬람 혐오뿐 아니라 온갖 최악의 인종차별적 편견을 이용합니다. 이런 잡지를 좌파의 일부로 보는 것을 보면, 프랑스 좌파들이 얼마나 큰 혼란을 겪고 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샤를리 에브도〉 공격 이후 심지어 반자본주의신당(NPA)도 혼란을 겪었습니다. NPA도 ‘내가 샤를리다’ 하는 구호를 채택했죠. 그 뒤에 NPA는 모호한 성명을 발표했는데, 테러의 기원 등을 말하는 글이었습니다.

국제사회주의경향의 프랑스 동지들은 훨씬 더 분명한 주장을 하는 성명을 냈습니다. 그러나 프랑스에서 우리 동지들은 매우 소수입니다.

제가 보기로 상황은 그리 복잡하지 않습니다. 우선 저널리스트들이 사무실에서 공격당한 것에 반대해야 합니다. 만약 한국의 우파 언론사에서 비슷한 일이 생겨도 우리는 사람들이 그렇게 살해되는 것에는 반대한다고 주장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내가 〈조선일보〉다’ 하는 식의 구호를 수용할 수는 없겠죠.

적어도 영국에서 제가 대화해 본 동지들은 모두 IST와 프랑스 자매조직 동지들이 낸 입장을 매우 자랑스럽게 여깁니다. 영국에서는 사회주의노동자당이 반전 운동에서 한 구실 덕분에 이슬람 혐오 문제에서는 사회주의노동자당의 입장이 가장 우세합니다.

좌파 개혁주의 정부 중에서도 꽤나 좌파적이었던 정부가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정부입니다. 차베스가 집권했을 때, 그 정부의 앞날에 대해 어떤 사람들은 경제 위기가 심해지고 베네수엘라 위기가 심해지면 차베스가 칠레 아옌데의 운명을 겪을지도 모른다고 얘기했습니다. 상당히 거칠고 성긴 주장이었습니다. 좌파 개혁주의적인 시리자 정부의 앞날에 대해서도, 칠레 아옌데와 같은 결론으로 갈 것이라고 볼 수도 있고, 베네수엘라 차베스 정부처럼 서서히 우경화해 보통의 개혁주의 정부가 될 것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저는 후자 시나리오의 현실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차베스 정부와 시리자 정부는 비슷한 점도 상당히 많지만 큰 차이점도 있습니다. 제가 보기로 중요한 차이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차베스가 집권할 때 베네수엘라 국가는 여러 차례 일어난 투쟁의 분출로 굉장히 약해져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자본주의 국가의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차베스가 무언가를 도모해 볼 수 있는 여지가 꽤 있었습니다.

둘째, 당시 유가가 배럴당 1백 달러가 넘었습니다. 그 덕분에 차베스는 수많은 급진적 미사여구와 달리 민간 자본을 크게 침해하지 않아도 됐습니다. 그래서 차베스 재임 동안 베네수엘라 경제 전체에서 민간 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이 오히려 더 커졌습니다. 석유 수출 수익 덕택에 차베스는 계급 간 갈등을 부드럽게 넘길 수 있었습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요소는 거리의 대중 운동이었습니다. 강력한 대중 운동은 우파의 쿠데타를 좌절시켰습니다. 그래서 그 뒤 베네수엘라 지배계급은 쿠데타가 아닌 다른 전략을 택했습니다. 즉, 차베스의 정책을 이어 가겠다고 주장하는 우파 후보를 대선에 내세우는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 베네수엘라 대중이 겪던 실질적 문제들, 예컨대 심각한 범죄율, 부패, 물가 인상 같은 문제에 대한 나름의 해결책도 내놓았습니다.

베네수엘라는 여전히 의회 민주주의 체제이고, 차베스가 누리던 지지는 점점 줄고 있습니다. 차베스 정부 사례는 급진적 정부가 폭력으로 축출되는 것만이 아니라 점진적으로 길들여질 수도 있음을 보여 줍니다.

제가 보기로 그리스 정부가 받는 압력은 어떤 면에서는 훨씬 더 큽니다. 차베스는 원래는 온건한 인물이었는데, 투쟁이 발전하면서 점점 왼쪽으로 떠밀려 왔습니다. 베네수엘라에서는 운동이 발전할 시간과 공간이 더 컸던 것입니다. 그리스의 치프라스는 차베스가 누렸던 혜택을 누리지 못할 것입니다. 당장 2월 말이 되면 그리스 정부의 재정이 고갈될 수도 있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2월 20일 유럽 지배자들과의 합의로 이 위기는 4개월 미뤄졌다.]

유럽 지배자들이 그리스에서 쿠데타를 일으키려 기획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리스 군대도 쿠데타를 지지하는 것 같지 않고요. 경찰과 그 주변의 우익들은 쿠데타를 원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들에게 뾰족한 대안이 있어 보이지는 않습니다. 크리스 하먼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지배계급은 분명한 어젠다가 있을 때만 쿠데타를 일으킨다고요. 칠레의 피노체트처럼 말이죠.

그래서 제가 보기로 그리스와 유럽의 지배자들은 경제적 압박을 가해 시리자 정부를 길들이려 할 가능성이 더 큽니다. 또, 시리자 지도부는 그런 압박에 쉽게 굴복할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이 펼쳐지면 그리스 앞날이 어떻게 될지는 불투명합니다. 하지만 투쟁이 결정적 요인일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므로 그리스 사회주의노동자당과 안타르시아 동지들이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투쟁들이 전투적이 되도록 애쓰는 것은 절대로 옳은 일입니다. 혁명적 좌파의 독립성을 유지하는 덕분에 사회주의노동자당과 안타르시아는 우파의 공격에 맞서서는 시리자 정부를 방어하기에 최상의 위치를 점하게 되고, 동시에 필요할 때는 시리자 정부에 발목 잡히지 않고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도 있습니다.

통역 천경록 / 녹취 박충범 / 교정 · 교열 차승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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