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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지부 대학 분회들 임단협 잠정 합의:
올해도 성과를 거두고 있는 대학 청소·경비 노동자들

올해 4월 파업을 예고한 대학 청소·경비 노동자들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 4월 7일과 10일, 집단교섭을 하는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대학 분회 14곳 중 5곳(이화여대, 고려대, 홍익대, 광운대, 한성대)이 사측과 2015년 임단협을 잠정 합의했다.

이로써 노동자들의 임금총액은 미화직이 약 6퍼센트, 경비직이 4.4퍼센트 인상됐다(지난해 집단교섭 대학 기준).

한성대는 지난해 6월에 처음 노조를 만들었는데, 미화직의 경우 이번 합의로 임금이 30퍼센트가량 인상된다. 여러 대학의 노동자들이 공동의 요구를 걸고 함께하는 집단교섭이 더 열악한 노동자들의 조건을 끌어올리는 좋은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서경지부가 빠르게 성장한 이유이기도 하다.

올해 임단협을 준비하며 일각에서는, ‘더는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싸우기 어렵다’ 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서경지부 대학 청소 노동자들의 임금이 전체 청소 노동자들의 평균임금보다 높기 때문이다. 2010년부터 서경지부 대학 청소 노동자들이 스스로 조직하고 투쟁하면서 해마다 두 자리 수 임금 인상률을 쟁취해 왔다.

그러나 이들의 임금은 여전히 한국 노동자 평균임금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정부가 발표한 ‘용역근로자 보호지침’의 시중노임단가(시급 6천9백45원)에도 못 미친다. 많은 노동자들이 단지 “용돈벌이” 하는 게 아니라, 한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는 점에서도 임금 인상 요구는 여전히 중요하다.

이외에도 이번 합의로 ‘신기술 도입 시 노조에 통보할 것’, ‘직장 내 성폭력, 폭언, 폭행 예방 및 금지’ 등 단협이 신설되거나 갱신됐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중요한 요구였던 고용 안정(고용승계 확약서, 신기술 도입이나 경영상의 이유로 인한 해고 제한 등)은 관철시키지 못해 과제로 남았다.

노동자들은 대체로 잠정 합의안에 수긍하는 분위기다.

“아쉬움은 있지만 이번엔 이 정도면 괜찮아. 고용 문제가 남았지만 그건 앞으로 계속 싸워야죠.”

총파업

지난해와 달리 노동자들이 본격적 파업에 나서기도 전에 사측이 양보한 것은 민주노총 4·24총파업의 좋은 효과인 듯하다. 노동자들은 옳게도 이번 임단협 투쟁을 민주노총 총파업과 연결시키며 조직했다. 임단협 쟁의행위 찬반투표와 함께 민주노총 총파업 총투표를 압도적으로 가결하고, 4·24총파업 동참을 선언했다. 4월 8일 민주노총이 주최하는 ‘2015 청소·경비 노동자 총파업 결의대회’에도 전체 조합원이 참가해 “최저임금 1만 원 인상”, “비정규직 종합대책 폐기” 등 민주노총 총파업 요구를 함께 외쳤다.

정부와 기업주들은 민주노총 총파업을 ‘정규직의 기득권 지키기 투쟁’으로 호도하는 상황에서 가장 열악한 청소·경비 노동자들이 총파업 대열에 합류하면 갈라치기의 이데올로기적 효과가 반감되는 것을 의식했을 것이다. 청소·경비 노동자 투쟁의 든든한 지원군인 학생들이 이를 계기로 민주노총 총파업과 연결되는 것을 우려했을 수도 있다. 그래서 학교 당국이 경비 노동자들의 경고 파업 직전에 서둘러 양보안을 낸 듯하다.

한편, 이번 서경지부 투쟁에서 경비 노동자들이 주도권을 발휘했다. 용역업체들이 경비 노동자 임금을 동결하려 하자, 경비 노동자들이 단체로 교섭장에 들어가 ‘참관 시위’를 벌였다. 경비 노동자들이 먼저 나서서 4월 8~9일에는 경고 파업을 하겠다고 예고했다.(7일에 타결돼 실제로는 연세대 경비 노동자들만 시한부 파업을 벌였다.)

“경비 노동자만 파업한 것은 처음인데 아주 호응이 좋아. 우리가 파업 선두에 서 있잖아. 북이랑 꽹과리 쥐어 주니까 아주 신났어.”(연세대 경비 노동자)

지난해 말 ‘신현대아파트’ 투쟁으로 경비 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지가 사회적으로 알려지고, 고령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이 쟁점이 되면서 경비 노동자들이 자신감을 얻은 듯하다.

서경지부 관계자에 따르면 나머지 대학 작업장 대부분도 대체로 이 잠정 합의안 수준으로 타결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직 버티는 대학들도 있다. 특히, 지난해 말 국제캠퍼스 청소·경비 노동자 23명과 연세세브란스빌딩의 시설관리 노동자 15명을 해고한 연세대는 신촌캠퍼스의 노동자들에게도 임금 동결을 고수하고 있다. 9백억 원 규모의 공사를 하면서 전체 대학 예산에서 겨우 3퍼센트 차지하는 용역비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현재 국제캠퍼스의 노동자들(전국여성노조 소속)과 신촌캠퍼스 노동자들(서경지부 소속)은 천막 농성, 시한부 파업 등을 벌이며 원청에 맞서 함께 싸우고 있다.

“해고는 살인이다. 연세대가 8월부터 총액입찰제 도입하겠다고 한다. 2차 살인해고를 계획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가만히 앉아서 당할 것 같냐.”

“치사하고 치졸하게 비용 절감이라는 이유로 동결만 고수하고 있다. 그렇다고 우리가 물러선다면 오산이다.”

서경지부는 연세대를 중심으로 투쟁을 이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