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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리스트는 박근혜를 가리키고 있다

‘성완종 리스트’가 박근혜 정부의 위기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권력 누수를 막고 정적을 약화시키려던 박근혜의 애초 의도와는 달리, 이명박 자원외교 비리 수사는 박근혜 정권의 부패·비리 스캔들로 번지고 있다.

‘의혹이 사실이면 목숨도 내놓겠다’던 이완구는 성완종 리스트가 폭로된 지 열흘 만에 총리직을 내놓았다.

박근혜는 “부정부패에 책임이 있는 사람은 누구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남 일인 양 책임에서 벗어나려 한다. 그러나 전·현직 비서실장이 모두 명단에 올라 있고, 명단에 있는 대부분이 대선과 당내 경선 당시 박근혜 선거 캠프의 조직과 자금을 관리하는 핵심 직책을 맡았던 자들이다.

성완종은 전 청와대 비서실장 김기춘에게 10만 달러를 줬다고 폭로했다. 성완종은 “내가 입을 열면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며 현 비서실장 이병기도 지목했다. 첫 비서실장이자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박근혜 캠프의 직능총괄본부장이었던 허태열에게는 7억 원을 건넸으며 이 돈이 박근혜의 경선 자금으로 쓰였다고도 주장했다.

이완구는 시작일 뿐이다. 부패의 뿌리를 건드려야 한다 4월 17일 불법대선자금 부패 비리 주범 구속 수사 촉구 노동자·농민·빈민 공동 기자회견. ⓒ조승진

성완종은 2012년 대선 캠프 조직총괄부장이었던 홍문종에게 2억 원, 직능총괄본부장이던 유정복(현 인천시장)에게는 3억 원, 당무조정본부장 서병수(현 부산시장)에게는 2억 원을 줬다고 폭로했다.

성완종이 건넨 돈이 박근혜 선거 자금으로 유입됐을 것이라고 능히 짐작할 수 있다. 박근혜가 검은 돈으로 대선을 치른 것이 드러나면, 국정원 대선 개입에 이어 또 한 번 통치 정당성에 흠집이 날 수밖에 없다. 지금 검찰 조사가 박근혜 대선 자금과 관련이 깊은 인물들이 아니라 이완구와 홍준표 주변만 맴도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사실 박근혜야말로 부패의 화신이다. 2012년 대선 때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는 경남기업 전 회장 신기수가 1982년 박근혜에게 성북동 집을 무상으로 지어 줬다고 폭로했다. 박근혜는 이 집과 관련해 세금 한 푼 내지 않았다. 또한 장물로 취득한 영남대 이사로 있을 당시에, 회계부정과 부정입학 등 온갖 비리가 벌어져 국정감사를 받고 1988년에 도망치듯 퇴진해야 했다. 2013년 경남기업이 베트남에 건설한 랜드마크72에서 박근혜 한복쇼를 연 것을 두고 박근혜와 경남기업의 관계에 관한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노동운동이 나서야 한다

성완종 게이트에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 운동까지 맞물리며 박근혜의 지지율은 다시 30퍼센트대로 떨어져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는 이완구가 사퇴하자마자 ‘정치 개혁’ 운운하며 물타기를 시도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노무현 정부 때 성완종이 특별사면된 사실을 부각시켜 새정치연합으로 초점을 돌리려 한다. 실체적 진실을 흐려 4·29 재·보선에 미칠 파장을 최소화하려는 것이다. “불법”, “폭력” 운운하며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 운동을 공격하는 것도 국면 전환 시도의 일부다.

동시에 박근혜는 “사회 개혁에 박차를 가해 반드시 경제 재도약을 이뤄내겠다”며 공무원연금 개악과 노동시장 구조 개악을 밀어붙이려 한다. 〈조선일보〉도 “공무원연금 개혁과 노동 개혁은 정치 소란 속에 결코 묻힐 수 없는 절체절명의 국가 과제”라고 거들었다.

따라서 지금의 박근혜 위기를 두고 “무리하게 꺼내든 사정의 칼을 마구잡이로 휘두르다가 … 공무원연금 개혁을 비롯한 국정과제를 모두 다 떠내려 [보낸다]”는 〈한겨레〉 성한용 선임기자의 걱정은 부적절하다. 박근혜 국정의 본질은 노동자 공격과 쥐어짜기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박근혜의 위기를 이용해 ‘국정과제’를 좌절시키는 것이 노동계급과 보통 사람들에게 이롭다. 노동운동은 부패 정권을 향한 항의의 목소리를 모아 박근혜가 성완종 게이트를 쉽사리 덮을 수 없도록 해야 한다.

아직 4월 재·보선 결과를 알 수는 없지만 애초 새누리당 우세로 점쳐지던 곳들이 ‘박빙’으로 분류되고 있다. 만일 새누리당이 패배한다면 위기는 더욱 깊어질 것이다. 선거에서 박근혜를 패배시키기 위해서라도 노동운동은 선거 결과만을 기다리지 말고 지금 반격에 나서야 한다. 진보·좌파 세력들도 힘을 보태야 한다.

박근혜 정부의 정치적 위기가 깊어지면, 위기 탈출법을 둘러싼 지배계급 내의 분열도 커져 일치단결한 공격이 좀 더 어려울 수 있다. 박근혜의 위기는 노동계급에겐 기회다.

새정치연합에 독립적이어야

새정치연합도 결코 대안이 될 수 없다. 김대중 정부는 최규선 게이트 등 온갖 비리 사건이 터져 세 아들이 실형을 선고받았고, 노무현 정부는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됐다. 2005년 폭로된 ‘삼성 X파일’은 한나라당(새누리당)만이 아니라 김대중·노무현 정부도 비리 사슬의 일부임을 보여 줬다.

새정치연합은 박근혜 위기에서 반사이익을 얻으려 할 뿐, 부패를 뿌리 뽑는 데에는 뜻이 없다.

당장에 성완종 사면이 노무현 정권 시절에 이뤄졌다. 문재인은 “특검 결과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새정치연합은 [박근혜의] 정통성의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부패의 뿌리는 건드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국가 운영을 목표로 하는 새정치연합은 대중의 불만이 부패와 비리로 얼룩진 지배계급 전반과 체제로 향하는 것을 그냥 두고 보지 않을 것이다.

진보세력은 새정치연합에 독립적 태도로 부패 세력에 대한 항의 운동을 벌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새정치연합의 부패나 비리가 폭로됐을 때 발목 잡힐 수 있다. 정경유착 부패·비리로부터 어떤 이득도 얻을 것이 없는 노동자들과 평범한 대중만이 진실과 정의를 바로 세울 자격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