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 개악이 물 건너간 것은 아니다 공무원노조는 실무기구를 탈퇴하고 파업의 배수진을 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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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세월호 진실규명 은폐 시도와 성완종 게이트로 대중적 공분과 항의운동에 직면해 있다.

이런 상황 탓에 공무원연금 개악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 섞인 관측이 많다. 실제로 공무원연금 개악은 박근혜의 바람대로 착착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결코 경계를 풀어서는 안 된다. 정부·여당은 위기일수록 공무원연금 개악을 성사시켜야 한다는 일념으로, 집요하게 개악을 추진하고 있다.

박근혜는 4월 16일 남미로 떠나기 전에 김무성을 만나 공무원연금 개악을 차질 없이 추진하라고 재차 주문했다. 김무성도 “지금 이 시기 우리나라에서 제일 중요한 문제”라며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화답했다. 개악에 반대하면 “파렴치한”, “매국노”라는 막말도 서슴지 않는다.

게다가 여야는 실무기구에서 합의안이 나오지 않더라도, 국회특위에서 5월 1일까지 공무원연금 개악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새정치연합도 5월 1일 국회특위 전체회의에서 개악안을 최종 확정한다는 일정에 합의해 줬다. 김무성은 아예 공무원단체들을 배제한 여야 2+2 협상으로 신속하게 처리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정부와 여당은 공무원연금을 개악해 정세의 반전을 이루려 한다. 지지층을 결속하고 노동자 투쟁 전선을 교란시키려는 것이다. 이럴 공무원연금 양보안을 내놓거나 개악안에 합의하는 것은 박근혜를 위기에서 구출해 주는 배신 행위와 같다. 박근혜의 노동시장 구조개악에 맞선 투쟁 전선에도 찬물을 끼얹는 꼴이다.

지금 공무원노조는 저들의 위기를 기회로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 투쟁을 확대해야 한다. 민주노총·전교조와 함께 더 강력한 투쟁을 한다면 개악 자체를 막을 수 있다.

△ 투쟁 회피는 조합원들의 투지를 꺾을 뿐이다. ⓒ조승진

지금 조합원들의 최대 관심사는 4월 25일 범국민대회 이후 노조 지도부의 계획이다.

여야가 5월 1일 공무원연금 개악안을 내놓겠다고 최후통첩을 한 상황에서, 이를 저지하기 위한 구체적인 투쟁 계획이 있어야 한다.

이미 공무원노조는 지난 2월 7일 대의원대회에서 공무원연금 개악이 가시화될 5월 1일 총파업에 돌입하기로 결의한 바 있다. 이충재 위원장도 “공무원연금 개악이 가시화한다면 총파업을 비롯한 총력투쟁”을 하겠다고 수차례 공언했다.

공무원노조 총력투쟁본부는 대의원대회 결정사항 이행을 포함한 4월 말~5월 초 투쟁 계획을 신속하게 내놓아야 한다.

5월 1일은 전국에서 민주노총 조합원 10만여 명이 상경하는 노동절 집회다. 이날 공무원노조가 파업에 돌입한다면 커다란 지지와 엄호를 받을 수 있다. 2004년에도 공무원노조는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 맞춰 파업에 돌입한 경험이 있다.

공무원노조 활동가들은 이충재 집행부에게 5월 1일 파업 돌입 등 총력 투쟁을 촉구하는 동시에, 지난 2월 대의원대회 결정사항(5월 1일 총파업)을 실질화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공무원노조 활동가들이 서로 네트워크를 구축해 이런 활동을 추진해 나간다면 한층 힘 있고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할 것이다. 

정부와 여당이 배수진을 친 지금, 우리도 배수진을 치고 총력 투쟁을 전개해 나가자. 박근혜가 위기에 빠진 지금, 저들을 몰아붙여 공무원연금 개악 계획을 좌절시켜야 한다.

개악 정도를 본격 논의하기 시작한 ‘실무기구’

이제 실무기구를 나와 ‘투쟁의 칼’을 뽑아야

4월 21일 공노총과 교총 지도부가 실무기구에서 결국 양보안을 제출했다. 이들은 기여금을 평균 21퍼센트 더 낼 수 있다고 했다. 가뜩이나 적은 임금을 더 삭감하는 꼴이다.

이제 실무기구에서 공무원연금 개악을 막을 수 없음이 분명히 드러났다. 실무기구는 개악을 전제로 그 수준을 논의하는 기구인 것이다.

또 이런 기구에 참여하면 양보 교섭이 불가피하다는 경고도 현실로 드러났다. 이처럼 양보안을 강요하는 실무기구에 남아 있을 이유가 전혀 없다.

게다가 공적연금 강화를 위해 ‘사회적 기구’를 만들기로 한 합의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공적연금에 대한 논의는 시작도 하지 않고 있다.

△ 지도부의 실무기구 참가에 항의하는 노동자들 ⓒ조승진

잠재력

이충재 집행부는 실무기구에 참가하면서 “더 이상의 고통분담은 안 된다”고 선언했다. 최근에도 “절대 양보안을 내놓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제 이충재 집행부는 전교조 지도부처럼 양보안을 내놓은 공노총과 교총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그들이 공무원 노동자들을 제대로 대변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밝히 드러내야 한다.

또, 실무기구를 탈퇴해 투쟁에 나섬으로써 이들이 개악에 합의하지 못하도록 강제해야 한다. 민주노총의 선제파업 등 비타협적인 투쟁이 한국노총의 노사정위 탈퇴에 적지않은 영향을 주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4월 18일 민주노총 총파업 선포대회에서 이충재 위원장은 공무원노조가 투쟁의 칼을 본격적으로 뽑지도 않았다고 정부를 위협했다. 파업 투쟁이 없으면 개악을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이 갈수록 분명해지고 있는 지금, 공무원노조 집행부는 실무기구에서 나와서 본격적으로 ‘투쟁의 칼’을 뽑아 들어야 한다.

공무원 노동자들은 2000년과 2004년에 정부를 물러서게 할 잠재력이 있음을 입증한 바 있다. 이 잠재력을 최대한 이끌어낸다면 박근혜를 물러서게 할 수 있다.

새정치연합을 믿고 기다려선 안 된다

이충재 집행부는 ‘실무기구 합의안’이 없으면 ‘특위 개악안’도 만들 수 없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실무기구가 합의안을 못 내는 상황에서 설마 새정치연합이 국회특위를 통한 개악 추진에 합의해 주겠느냐는 것이다.

최근 박근혜 정부의 위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 새정치연합이 합의해 줄 까닭이 없다’는 기대가 커진 듯하다.

그러나 경계 없이 새정치연합을 믿어서는 안 된다.

새정치연합으로 말하자면 무려 6백만 명이 서명한 세월호 특별법 요구도 배신한 전력이 있다.

지난해 12월 초에는 공무원연금 ‘빅딜은 없다’고 말한 지 1주일 만에 자원외교 국정조사와 ‘빅딜’했다.

이들은 지금도 세월호 항의 운동과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인한 정부 여당의 위기를 이용해 제 잇속을 챙기려고 주판알을 튕길 뿐이다.

무엇보다 새정치연합은 공무원연금 개악의 근본 취지에 반대하지 않는다. 공적연금 강화를 말하지만 재정 지출 절감도 중요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타협기구에 내놓은 새정치연합 안은 새누리당 못지 않은 개악안이었다.

문재인은 “2009년의 공무원 연금개혁으로 이미 많이 양보한 공무원들이 또 다시 고통 분담 의지를 보이고 있”다며 노동자들이 동의한 적도 없는 개악안을 ‘합의안’으로 포장했다. 또, 그는 김무성의 4자회동 제안을 거절하면서도 특위에서 결론을 못 내면 그 때 하자고 여지를 남겼다.

양보 협상

공무원노조 내 일부 활동가들도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듯이 새정치연합이 합의 파기 선언을 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는 듯하다. 이충재 집행부가 대타협기구와 실무기구에서 양보 협상을 추진하면서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 전망을 보여주지 못한 탓이 크다. 

그러다 보니 노동조합 힘을 믿고 공무원연금을 막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공무원 10명 가운데 7명이 공무원연금 개악을 강행할 경우 “파업으로 저지해야 한다”(공무원노조 성명서)고 응답할 정도로 공무원연금 사수에 대한 조합원들의 의지는 높다.

이런 의지를 모아 조합원들이 행동에 나서도록 한다면, 새정치연합에게도 진정한 압력을 가할 수 있다.

여야가 5월 1일 공무원연금 개악안을 제출하지 못하도록 막으려면 공무원노조가 실무기구에 매달리며 새정치연합만 바라볼 게 아니라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 투쟁을 실행에 옮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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