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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방미와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
중국을 견제하고자 오바마가 아베를 확실히 밀어주다

4월 26일 일본 총리 아베가 미국 방문 길에 올랐다. 많은 사람들이 아베의 방미를 우려했다. 비단 아베가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과거사를 왜곡하거나 부정하고 있어서만은 아니었다. 이번 방미가 동아시아에서 제국주의 간 경쟁을 심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미·일 역대 통치자들이 그랬듯이, 오바마와 아베는 제국주의 동맹을 위해 위안부 피해자를 철저히 외면했다. ⓒ사진 출처 백악관

아베는 총리가 되면서 중국에 맞선 선봉장을 자임해 왔다. 아베 정부는 동아시아의 점증하는 제국주의 간 갈등이 낳은 결과이자, 이 갈등을 더 악화시킬 요인이었다. 그리고 중국의 부상을 저지하는 데서 일본의 군사적 기여를 바랐던 미국은 아베의 강경한 대외 정책을 환영했다.

미국은 아베의 방문을 미·일 동맹을 강화해 중국을 견제할 중요한 기회로 삼고자 했다. 그래서 오바마는 상·하원 합동 연설 기회를 주는 등 아베를 환대했던 것이다. 그만큼 미국은 명백히 일본의 ‘과거’사 문제보다 미·일 동맹의 ‘미래’를 훨씬 더 중시하고 있다. 그 덕분에 아베는 4월 29일 미 의회 연설에서 식민 지배와 침략에 대한 분명한 사과는커녕 일본이 아시아의 발전에 기여했다고 강변할 수 있었다.

아베의 방미에 맞춰 4월 27일 뉴욕에서, 미국과 일본 정부는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에 합의했다. 이번 개정은 미·일 군사 협력의 지리적 제약을 없애 일본 자위대가 전 세계에서 미군과 연합 작전을 벌이고 중국을 견제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예컨대 남중국해 등지에서 미국과 ‘다른 나라’(중국) 사이에 분쟁이 벌어지면 일본은 기뢰 제거, 탄약 보급, 선박 검색 등 다양한 방식으로 미국과 그 동맹국들을 후방 지원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은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길도 열어 줬다.

미·일 군사 일체화

미·일 방위협력지침은 댜오위다오(센카쿠 열도)에서 중·일 간에 충돌이 벌어지면 미군이 자위대를 지원한다는 점도 명시했다. 그리고 안보와 방위 협력을 위한 양국의 조정을 위해 상설 “동맹 조정 메커니즘”을 설치하기로 했다. 이 기구를 통해 미국과 일본은 미·일 군사 일체화를 더욱 진전시킬 것이다.

뿐만 아니라, 미국과 일본 정부는 미·일 방위협력지침에 “3국 간 또는 다자간 안보와 방위 협력을 증진하겠다”는 내용을 넣었다. 이에 따라, 중국을 견제할 한·미·일 또는 미·일·호주 삼각 동맹을 강화하려는 시도도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방위협력지침을 개정하면서 발표한 미·일 외교·국방장관 공동 성명은 무인 정찰기 글로벌호크, F-35B, 이지스함 2척 등 미국의 첨단 무기를 일본에 추가 배치하겠다고 선언했다. 일본에 배치돼 있는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 호도 신형 로널드 레이건 호로 교체하겠다고도 했다. 미국의 첨단 군사력을 일본에 집중 투입해 동·남중국해에서 중국의 활동을 견제하려는 것이다.

4월 28일 미·일 정상회담에서 오바마와 아베는 공동성명을 통해 이렇게 주장했다. “힘 또는 강압을 통해 일방적으로 기존 질서를 바꾸려 시도해 주권과 영토 통합을 훼손하는 국가의 행동이 국제 질서에 도전이 되고 있다.” 이는 중국의 동·남중국해 영토 분쟁을 직접 겨냥한 것이다. 그리고 일본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도 지지한다고 밝혀, 미국이 일본의 ‘보통국가’화를 확실히 지지한다는 것을 표명했다.

미국과 일본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에도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다. 미국은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이 참가한 TPP를 체결해, 지적재산권 보호, 민영화·규제 완화 등으로 자국 기업에 유리한 자유무역 질서를 이 지역에 구축하고자 한다.

TPP에는 미국의 지정학적 이해관계도 걸려 있다. TPP를 통해 미국은 대(對)중국 견제 동맹을 더한층 강화하려는 것이다. 그래서 4월 초 미국 국방장관 애슈턴 카터는 이렇게 말했다. “TPP는 내게 또 다른 항공모함을 갖는 것만큼 중요하다.” 아베도 미 의회 연설에서 TPP는 “단지 경제적 이익을 넘어 미·일 양국의 안보에 관한 협정”이라고 강조했다.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 등으로 미·일 동맹이 강화되면 동아시아의 불안정은 더욱 심화할 것이다. 일본의 군사대국화가 가속될 것이고, 이 때문에 주변의 긴장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중국의 맞대응도 이어질 것이다. 동아시아의 불안정 증대가 한반도에도 악영향을 줄 게 뻔하다.

박근혜의 협력에 항의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한·미·일 삼각 동맹 강화에 일조함으로써 사실상 일본의 군사대국화에도 협력하고 있다. 4월 초에는 정부의 한 고위 당국자가 기자들 앞에서 과거사 문제에서 ‘일본을 편드는’ 미국을 두둔하는 일도 있었다(〈한겨레〉, 4월 10일).

4월 중순에 사상 처음으로 한·미·일 외교차관 회의가 열렸고, 연이어 한·미·일 3자 국방회의(DTT)도 있었다. 그만큼 한·미·일 삼각 동맹이 진전된 것이다. 외교차관 회의에서 한국 정부는 일본의 과거사 왜곡을 제대로 비판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중국이 남중국해 및 동중국해에서 취하고 있는 행동”에 대해 논의하는 데 동참했다.

게다가 이번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으로 유사시 한반도에서 일본 자위대가 군사 활동을 할 가능성이 더 커졌다.

한미 동맹을 통해 경제적·군사적 이득을 얻어 한국의 국제적 지위를 높이고 안전 보장을 확보하려는 전략 때문에, 한국 지배자들은 일본의 과거사 왜곡조차 제대로 비판하지 못하는 것이다. 또한 한국 지배자들이 오랫동안 일본과 긴밀한 관계를 맺으며 자본 축적을 해 온 것도 한국 지배자들이 과거사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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