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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연금 개악 저지 투쟁, 아직 끝나지 않았다:
투쟁의 리더십을 새로 구축해 5월 국회 통과를 저지하자

여야와 일부 공무원 단체 대표들이 합의한 공무원연금 개악안 국회 처리가 일단 무산됐다. 재벌들의 이익을 고려한 박근혜와 우파 언론들이 발목을 잡았다.

박근혜는 “개혁의 폭과 속도가 당초 기대했던 수준에 미치지 못해 매우 아쉽[다]”며 국민연금 상향 합의는 “월권”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조중동을 비롯한 우파 언론은 국민연금 상향 합의에 비난을 쏟아붓는 것은 물론이고 공무원연금도 더 개악하라고 요구했다. ‘하나마나 한 개혁’이라며 아예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애초 정부의 개악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새정치연합과 함께 ‘사회적 합의’라는 이름으로 이를 계속 추진하려 한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이런 야합에 동의해 준 적이 없다. 5월 2일 전교조와 공무원노조는 공식적으로 개악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투쟁적인 지도부를 새로 세우는 것이 노동조합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이다 5월 6일, 전교조와 공무원노조 조합원들이 참석한 ‘여 · 야 야합 공무원 연금개악 저지! 공적연금 강화! 민주노총 결의대회’. ⓒ이미진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더한층 개악되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파적 압력으로 국회 통과가 무산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무원노조 이충재 위원장이 이런 상황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 그는 전교조와 ‘공무원연금 사수 네트워크’(이하 사수넷)를 비롯한 공무원노조 내 활동가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사회적 합의’에 참여해 결국 공무원노조 사무처장이 개악안에 서명하는 상황을 조성하는 데 크게 일조했다.

따라서 합의안을 압도적으로 부결시킨 5월 2일 중집 회의와 뒤이어 열린 5월 4일 중집 회의에서 대다수의 중집 성원들이 이충재 위원장과 김성광 사무처장의 사퇴를 요구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는 직권조인을 함으로써 노동조합 민주주의 전통을 훼손한 것에 대한 책임을 지라는 요구이자, 양보안을 내지 않는다는 대의원대회의 결정을 무시한 것에 대한 항의이자, 공무원·교사 노동자의 연금 삭감에 노조 지도자가 동의해 준 것에 대한 문책이다.

이충재 위원장은 조합원 편지를 통해 “완벽한 저지가 불가능한 상황”이므로 “실현 가능한 목표”를 추구했다고 변명한다.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는 “대외적 목표”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결론으로, “피해를 최소화”했다며 이제 “국민연금 강화 투쟁과 인사정책 제도 개선”을 중요 과제로 삼자고 한다.

대의원대회, 중집 회의 등에서의 결정을 완전히 무시하는 주장이다. 공무원노조는 그동안 “양보는 없다”는 입장을 누차 확인한 바 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개악 최소화’가 목표였다고 합리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위원장 스스로 조직적 결정을 지키지 않았음을 인정하는 꼴이다. 무엇보다 5년 동안 연금이 동결되고 최소 6천여만 원에서 1억 6천여만 원이나 삭감되는 것을 두고 ‘피해의 최소화’를 말하는 위원장은 물러나야 마땅하다.

개악안은 노동자들을 분열시키는 안이기도 하다. 상대적으로 교사 노동자들에게 더 큰 양보를 요구하고 지급개시연령 연장과 지급률 인하에 시차를 둔 탓에 노동자들 사이에 격차가 커질 수 있다. 특히 지급개시연령 문제가 심각한데, 1996년 이전 입직자 가운데 62년생 이전은 60세부터 연금을 받을 수 있고, 72년생 이후는 65세부터 연금을 받게 됐다. 2010년 이후 신규자부터 생겼던 분열이 더 확대된 것이다.

공무원노조원들의 일부는 개악을 완전히 막기 어려우니 양보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또, 위원장 사퇴 요구가 조직을 분열시킨다고 주장한다. ‘인사정책 개선 기구’에 참여해 실리를 찾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투쟁의 힘을 다 발휘한 끝에 불가피하게 타협하는 것과 별로 싸우지도 않고 교섭에 집착하다가 스스로 양보하는 것은 다르다. 파업이 필요하다는 조합원이 67.8퍼센트나 되는 상황에서 제대로 싸워 보지도 않고 물러서는 것은 불필요한 양보이자 배신적 타협이다. 노동조합이 애당초 싸울 생각이 없다면 정부가 뭐가 무서워 개악을 거둬들이겠는가.

또, 이런 조합원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조직적 결정을 어기고 독단적으로 직권조인한 데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노동조합 자체가 무기력해질 수 있다. 노동조합 민주주의가 파괴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연금 투쟁은 끝났으니 ‘인사정책 개선 기구’에 참여해 ‘실리’를 찾아야 한다는 주장도 진실과 다르다. 무엇보다 연금 투쟁 자체가 끝나지 않았다.

게다가 박근혜 정부는 모든 노동자의 임금과 고용조건을 공격하려고 한다. 공무원연금 개악이 완료되면 ‘인사정책 개선 기구’도 유명무실해질 것이 뻔하다. 삼성 출신 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은 이미 수당 등 임금을 삭감하고 고용을 불안정하게 만들 계획을 가지고 있다. 정부는 공공부문 2차 구조조정에 포함된 성과급 확대와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시간선택제 공무원 등 고용 불안을 확대할 계획을 밀어붙이려 한다.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 투쟁을 포기한 뒤 더 나은 인사제도와 보수 현실화를 쟁취한다는 것은 훨씬 어려울 것이다.

공무원연금 개악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다. 더 개악될지도 모른다는 노동자들의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개악 저지를 위한 투쟁이 필요하다. 현 이충재 지도력으로는 이 과제를 실현할 수 없음이 분명하다.

따라서 공무원노조 내 활동가들과 좌파는 위원장·사무처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동시에 공동의 투쟁 기구를 만들어 투쟁적인 지도력을 조합원들에 제공해야 한다.(후자에 무게가 더 실려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공무원노조 대대 결정 사항인 “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을 실질화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