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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데모스가 부상하면서 벌어진 논쟁과 혁명가들의 과제

4월 26일 스페인 계급투쟁 상황과 포데모스 등 급진좌파의 활동에 대해 김종환 기자와 천경록 씨가 스페인 엔루차(En Lucha; ‘투쟁 속에서’라는 뜻)의 헤수스 까스띠요, 그리스 사회주의노동자당(SEK)의 파노스 가르가나스와 대화를 나눴다. 헤수스 까스띠요는 안달루시아 지역의 포데모스와 안달루시아노동자연합(SAT)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 헤수스 까스띠요의 발제

포데모스의 진로를 둘러싼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유럽 지배자들이 그리스의 시리자를 길들이려 하는 것은 스페인의 포데모스를 염두에 둔 것이기도 하다. 그들은 시리자 같은 정당이 집권해도 별반 달라질 것이 없다는 것을 각인시켜, 포데모스 등 긴축에 반대하는 다른 나라 좌파들에 대한 대중의 기대를 짓밟으려 하는 것이다.

5월 말 지방선거와 하반기 총선을 앞두고, 스페인의 보수 정당 국민당은 스페인 국민총생산(GDP)이 늘어나고 있다며 스페인이 경제 위기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노동계급이 체감하는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아서 국민당의 선전은 별 효과가 없다.

사회적 투쟁의 수위는 경제 위기 전보다는 높지만 지난해 일부 시기를 포함한 절정기에 비해서는 낮다. 스페인 최대 통신사 모비스타에서 파업이 벌어지고 있고 광원들도 파업에 돌입했다. 그러나 투쟁들은 여러 작업장에서 분산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거리 운동의 경우, 지난해 마드리드에서 2백만 명이 참가한 ‘존엄성 행진’은 올해는 규모가 줄어 10만 명이 참가했다. 오히려 1월 31일 포데모스가 주최한 ‘마드리드 행진’이 20만 명으로 더 컸다. ‘마드리드 행진’은 인디그나도스 운동의 활력이 여전함을 보여 줬다. 여러 좌파 단체들이 메이데이와 10월에 행동의 날을 건설하려고 애쓰고 있다.

한편, 지배계급은 포데모스를 견제할 목적으로 반(反)부패를 강조하는 우파 포퓰리즘 정당 시민당을 급조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시민당은 15~20퍼센트의 지지율을 보였고 최근 안달루시아 주 선거에서 포데모스의 표를 상당히 잠식했다. 포데모스 지도부가 추상적 구호를 앞세우며 내세운 포퓰리즘 전략의 취약점을 파고든 것이다.

한두 달 전에만 해도 포데모스가 올해 하반기 총선에서 승리하리라는 예측이 많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시민당의 등장으로 지지율이 더 떨어질 수도 있어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유사 포데모스’ 논란

포데모스 안에는 처음부터 진로를 둘러싼 논쟁이 있었다. 엔루차를 비롯한 포데모스 내 좌파들은 사회적 투쟁을 중심에 둬야 한다고 강조한 반면, 사무총장 파블로 이글레시아스를 중심으로 한 지도부는 주되게 선거 승리를 강조했다.

그런데 이제 시민당이 부상하자 지도부 안에서도 진로를 둘러싸고 의견 차이가 커지고 있다. 비록 공식 석상에서는 잘 드러내지 않지만 말이다. 예컨대 파블로 이글레시아스는 “우리가 거리와 민중 속에 실질적 기반을 갖추지 않으면 원하는 만큼 전진할 수 없다”며 모호하게나마 기존의 선거주의 노선과는 다른 말을 한다.(하지만 이글레시아스는 ‘작업장’과 ‘노동자’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반면 지도부의 또 다른 일원인 이니고 에레혼은 포데모스가 오직 선거를 위한 기구라며 이렇게 말한다. “우리도 시민당처럼 해야 한다. 그래서 시민당이 아니라 우리가 진짜라는 걸 입증해야 한다.”

포데모스 지도부는 긴축을 시행한 주류 사회민주주의 정당인 사회당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려는 듯하다. 그동안 포데모스 지도부는 사회당을 부패한 ‘카스트’의 일부라고 비난했는데, 최근에는 이글레시아스가 사회당의 호세 사파테로 전 총리와 만나는 등 두 정당이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다. 총선 결과에 따라 포데모스가 사회당과 연정을 구성할 가능성도 있다. 그런 연정이 실제로 수립된다면 끔찍한 일일 것이고, 우리뿐 아니라 많은 세력들이 포데모스에서 이탈할 것이다.

□ 파노스 가르가나스의 논평

선거보다 중요한 것은 기층의 분노에 개입하는 것이다

여론조사 결과를 볼 때는 언제나 조심스러워야 한다.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리스의 경우, 1월 25일 총선을 앞두고 나온 여론조사 결과는 시리자와 신민당의 박빙 승부였다. 그러나 실제로는 시리자가 10퍼센트포인트 차이로 승리했다.

여론조사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다는 것보다 더 중요한 사실이 있다. 오늘날 유럽에서 긴축과 부패에 대한 기층의 분노가 매우 강력해, 정치인들이 이런저런 책략을 부리며 그 분노를 대변하겠다고 하는 것에 사람들이 쉽사리 놀아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 사실이 중요한 이유는 단지 우리가 선거를 잘 치러야 해서가 아니다. 그보다는 향후 몇 달 동안 우리가 어떤 상황에 대처해야 할지 제대로 된 전망을 세우기 위해서다. 기층의 분노는 여전히 강력하고, 혁명가들은 그런 정서에 잘 개입해야 한다. 포데모스가 포함된 연정이 등장할지 아니면 시민당이 포함된 연정이 등장할지보다 이것이 더 중요하다.

□ 김종환 기자의 논평

대중의 좌경화 속 좌파의 위기

최근 스페인의 혁명적 단체들이 겪는 우여곡절을 보면, 대중이 좌경화할 때에도 혁명가들의 처지가 녹록지 않을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포데모스 창당에 크게 기여한 제4인터내셔널 경향의 스페인 단체 ‘반자본주의 좌파’(IA)는 최근 분열했다[본지 이번 호 기사 ‘포데모스가 직면한 도전’ 참조].

국제사회주의경향(IST) 조직 엔루차도 만만찮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엔루차는 안달루시아 주에서는 포데모스에 입당하는 전술을 사용하고 있지만 카탈루냐 주에서는 민중연합후보(CUP)에 입당하는 전술을 사용하고 있다. 지역별로 대중의 급진화가 표현되는 양상이 달랐으므로 이런 상이한 선택을 한 것이다. 그러나 하나의 조직이 다른 지역(사용 언어도 다르다)과 다른 정치 환경에서 활동하는 것은 원심력으로 작용한다. 단적으로, 최근 엔루차의 카탈루냐 조직은 지난해 구성된 엔루차 중앙위원회의 지도를 인정하지 않고 엔루차의 기관지를 카탈루냐어로 발행하는 것도 중단했다. 스페인의 다른 지역에서도 엔루차의 역량을 포데모스 안에서 정치 경향을 건설하기에 집중할지 아니면 엔루차 자체를 건설하는 데 더 할애할지를 두고 논쟁이 있다.

엔루차의 헤수스 까스띠요는 이렇게 말했다. “상황은 유동적이고 우리가 포데모스 안에 얼마나 오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엔루차가 독자적 조직으로서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안달루시아의 주도(州都) 세비야에서는 2011년 인디그나도스 운동이 벌어졌을 때만큼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 파노스 가르가나스의 두번째 논평

단련된 조직이 필요하다

카탈루냐와 안달루시아의 차이가 언제까지고 계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일부 타협을 하더라도 엔루차의 분열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반자본주의 좌파’ IA의 분열을 시작으로 스페인 극좌파들의 이합집산이 벌어질 수도 있는 상황에서 엔루차의 지역 조직들은 서로 잘 조율해서 한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

엔루차의 세비야 조직이 기층의 분노에 잘 개입해서 성장하고 있다고 했는데, 봉합 가능성을 남겨두면서 그런 성과를 계속 유지하면 엔루차의 다른 조직들을 다시 끌어들이는 데 중요한 구실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혁명가들이 자신보다 큰 운동과 정당에 개입하면 다종다양한 상황에 처하고 다양한 압력을 받는다. 이런 압력을 견디고 상황 변화에 따라 성공적으로 방향을 전환하려면, 정치적으로 단단하고 독자적 일상 활동도 활발히 전개하며 단련된 조직이 필요하다.

녹취·번역 천경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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