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데모스가 직면한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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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몇 달은 스페인 정치의 향방에 결정적 시기가 될 수 있다. 5월 24일에 지방선거가 있고, 9월 27일에는 카탈루냐의 독립을 결정하는 주민투표가 있을 예정이다. 아마 11월에는 총선이 있을 것이다.
여러 해 동안 계속된 대규모 거리 항의 운동과 만연한 부패 때문에 30년 이상 스페인 정치를 주름 잡았던 양당 체제가 끝나가고 있다. 이 와중에 이런 선거들이 치러진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둘이 합쳐 80퍼센트 정도를 득표해 왔던 보수 정당 국민당
이 양대 주류 정당은 두 개의 신당한테서 도전을 받고 있다.
기존 정치세력들의 견제
포데모스의 입지가 단단해지기 전에 그 돌풍을 잠재우고 올해 내내 영향을 미칠 전례를 만들려고 사회당은 3월 22일 안달루시아 주에서 조기 지방선거를 실시했다. 안달루시아 주는 1982년부터 지금까지 사회당이 통치해 온 지역이다. 사회당은 의석수는 유지했지만
포데모스는 지난해 유럽의회 선거 때보다 득표를 갑절로 늘려 15석을 얻었다. 투표 전에 포데모스가 주최한 마지막 선거 유세에는 1만 6천5백여 명이 참가했는데, 다른 주요 정당들의 선거 유세 참가자는 모두 합해도 겨우 1만여 명밖에 안 됐다. 포데모스에 투표한 사람들은 생애 처음으로 투표권을 갖게 된 청년들, 그 전에는 투표하지 않거나 사회당 또는 좌파연합
잠식
3월 22일 안달루시아 지방선거에서 포데모스가 얻은 표가 아주 많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앞으로 마드리드 주나 발렌시아 주 같은 핵심 지역에서는 많이 득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포데모스가 제1당이 될 수 있다는 기대
국민당의 안달루시아 선거 결과도 매우 나빴다. 의석이 50석에서 33석으로 줄었다. 주로 시민당에게 50만 표 가까이 빼앗겼다. 덕분에 시민당은 9석을 얻었다. 최근까지만 해도 시민당은 카탈루냐 주에만 기반이 있었다.
포데모스 지도부의 전략
긴축에 반대하고, 조직 구조가 혁신적이고, 집권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포데모스는 그리스 좌파 정당 시리자와 종종 비교된다. 그러나 시리자가 기존 정치조직을 기반으로 한 정당인 반면, 포데모스는 완전한 신생 정당이다. 포데모스는 인디그나도스
긴축에 반대하고 대책없이 부패한 정치 체제에 항의해 인디그나도스 운동은 2011년 광장 수백 곳을 점거했다. 그러나 이 운동만으로는 대량 실업, 빈곤, 복지 파탄을 끝낼 수 없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포데모스를 그 해결책으로 여겼다. 따라서 포데모스 지도부는 불신받고 있는 현 정치 체제
주로 젊은 대학강사들인 포데모스 지도자들은 애초에는 라틴아메리카의 좌파 포퓰리즘 정부들에서 영감을 얻었다. 급진민주주의 투쟁이 계급투쟁을 대체한다고 주장하는 에르네스토 라클라우 같은 “포스트 마르크스주의자들”의 영향으로 포데모스 지도자들은 이제 핵심적 정치 분단선이 좌·우가 아니라 “민중”과 부패한 정치·경제 엘리트들 사이에 그어진다고 주장한다.
이런 관점 속에서는 근본적 변화의 필요성을 표현하는 지도자의 구실이 핵심이다. 그래서 지금은 포데모스 사무총장이 된 파블로 이글레시아스는 의식적으로 TV 토론을 통해 지지를 얻는 구상을 세웠다. 풍부한 사례와 통계로 무장한 이글레시아스의 명료한 정치적 메시지는
현재 여론조사에서 사회당·국민당·시민당·포데모스의 지지율은 비슷하다. 그러나 여론은 매우 유동적이다. 여전히 포데모스는 향후 몇 달 안에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할 잠재력이 있다. 만일 포데모스의 지지율이 실제로 하락했다면 그것은 시민당에 잠재적인 지지자들을 뺏기고, 언론이 포데모스를 물어뜯고, 당내 갈등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포데모스 지도부와 좌파 사이의 논쟁
포데모스는 당 중앙 및 지역 지도부, 공직 후보 선출 때 온라인 투표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이 때문에 많은 활동가들이 찬밥 신세가 됐다. 이글레시아스의 대중적 인기 때문에 그가 지지하는 후보가 당직 선거에서 대체로 압도적 득표로 선출된다. 마드리드에서는
이글레시아스와 그의 측근들은 당내 좌파들에게 충고하기를, 패배를 부르는 교조주의를 버리라고 한다. 목표는 이기는 것이라면서 말이다. 현재 온라인에 등록된 지지자가 30만 명을 넘는 등 엄청난 기세로 성장하고 선거에서 승리할 듯하자 포데모스는 전보다 온건한 정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경제 핵심 부문의 국유화, 60세로 정년 감축, 모든 시민들에 기본소득 보장, 부채 탕감이 공약에서 사라졌다.
이글레시아스와 그의 측근들은 양당 체제가 붕괴하면서 스페인을 위로부터 민주적으로 혁신할 “기회가 열렸다”고 본다. 그래서 포데모스는 “중원을 장악해야” 한다며 국민 다수가 지지할 수 있는 수준의
더 효율적인 조세제도 확립, 유럽연합 기관들과의 부채 재협상, 정치 파벌과 특혜 근절 같은 조처들은 긴축이 불러온 폐해 중 가장 나쁜 측면을 없애고자 하는 것이다.
급진좌파들은 펠리페 곤살레스 하의 사회당이 광범한 개혁을 약속하며 1982년에 정권을 잡았던 것을 포데모스가 답습한다고 비판한다. 그런데 이글레시아스는 공개적으로 그렇다고 말한다. 당시 사회당 정부가 프랑코 독재 종식 이후 전환기의 희망을 배신했는데도 말이다. 포데모스가 이를 자처하는 것은 사회당의 표를 뺏어오려는 치밀한 계산 때문이다. 포데모스는 야당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정권을 잡는 것이 목표라고 주장한다. 이 때문에 선거가 끝난 뒤 오래지 않아 다른 정당들과 손을 잡을지를 두고 포데모스가 선택의 기로에 설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그리스 상황을 보면, 시리자의 매우 온건한 개혁 의지도 얼마나 빨리 동결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시리자처럼 포데모스도 유럽연합 탈퇴는 물론이고 유로존 탈퇴도 분명하게 반대한다. 그래서 개혁의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하는 근본적 문제가 날카롭게 제기된다. 포데모스가 정치적 메시지를 온건하게 바꾸고, 시민당과 겹치는 지지층을 겨냥해 중도화하는 것은 자신의 지지층을 많이 잃을 위험이 있다. 긴축에 반대하고 부자들이 위기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분명하게 주장해야 포데모스가 다른 정당들보다 두각을 나타낼 수 있을 것이다.
혁명가들은 포데모스를 왼쪽으로 당겨야 한다
특유의 이데올로기적 구성 때문에, 포데모스가 “권좌에 오르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결코 미리 단정할 수 없다.
그럼에도 ‘포데모스는 결국에는 배신하고야 말 사회민주주의의 재탕이야’ 하며 일축하는 것은 심각한 실수일 것이다. 이 정당의 뿌리가 인디그나도스 운동이므로, 당 활동가와 지지자 다수가 2011년 광장 점거 운동에서 나타난 급진민주주의와 긴축 반대 정치를 공유한다. 이들 중 대부분은 포데모스가 중요한 변화를 이루기를 기대한다.
포데모스 안에는 더 급진적인 정책을 제한하고 서클이 당을 더 통제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산발적인 반대 여론이 있다. 소수이지만 반자본주의 좌파
이런 항의 여론은 보통 제4인터내셔널 경향의 반자본주의좌파
로드리게스는 전에는 다른 IA 회원들처럼, 이글레시아스가 상의하달식으로 당을 운영한다고 비판했었다.
이런 후퇴에도 불구하고 반자본주의자와 활동가들은 포데모스 안에서 계속 투쟁해야 한다. 기층 당원과 선출된 대표자들은 개혁 시도를 지지하고 포데모스를 좌경화하기 위한 활동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