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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국제캠퍼스 기숙사 해고 노동자 20명 복직 합의:
학생들의 탄탄한 연대와 세월호 정국이 낳은 성과

국제캠퍼스 기숙사 해고 노동자들이 5개월간의 농성 투쟁 끝에 근로조건 저하 없는 복직이라는 목표를 쟁취해냈다. 해고자 중 12명은 6월 초 원직 복직하고 나머지 8명도 12월까지 순차적으로 복직하기로 노조와 용역업체 세안텍스 사이에 합의가 이뤄진 것이다.

학교와 업체는 전체 노동자의 30퍼센트를 해고하거나, 노동자 전체 임금을 30퍼센트 삭감해서 학교가 실제로 쓰는 돈을 30퍼센트 줄이려고 해고를 벌였지만, 결과적으로 노동자들의 임금을 깎지 못한 채 모든 노동자들의 고용을 보장해 줄 수밖에 없었다.

굳건한 투쟁과 광범위한 연대가 거둔 성과

이 같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학교의 갖은 협박 속에서도 꿋꿋이 투쟁을 이어 온 조합원들의 투지 덕분이다.

학교는 강제퇴거 공문, 형사조치 예고 등 갖은 협박에다 학교 홈페이지 공지사항이나 전교생에게 보내는 메일 등을 통해 거짓말까지 일삼았다. 심지어 학교는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고 일하던, 게다가 해고 이후로는 실업 급여로 생활하던 노동자들을 거액의 돈으로 협박하는 가처분 신청까지 내서 노동자들을 악랄하게 압박했다.

게다가 학교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3자(학교당국-노조-학생) 회담을 제안했다가, 정작 노동자들이 회담을 수용하자 책임 있게 교섭에 나서기는커녕 학생들에게 메일을 보내 노동자들에 대한 허위사실과 매도를 퍼뜨려 뒤통수를 치기도 했었다. 그럼에도 노동자들은 굽히지 않고 천막 농성을 꿋꿋이 견뎌 왔다. 노동자들의 천막 농성은 연대의 구심이 됐다.

노동자들의 농성을 옹호하는 학생들의 광범위하고 강력한 연대가 있었기에 학교는 노동자들을 함부로 대하거나 무시할 수 없었다. 이번에 노동자들이 복직하게 된 데도 학생들의 연대가 매우 중요한 구실을 했다.

학생들은 대자보, 현수막, 바람개비, 기자회견 등 다양한 방법으로 노동자들의 투쟁을 알려 냈다. 학교 곳곳에 학생들의 배너와 손자보가 붙어 있고, 천막농성장 근처에는 연대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연세대 비정규노동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와 기숙사 노동권 수비대는 이런 활동을 조직하는 데 중심적인 구실을 했다.

학교가 천막 농성과 대자보, 구호에 대해서까지 벌금을 매기겠다는 어처구니없는 가처분 신청을 해 오히려 학교당국에 대한 반감이 커졌을 때, 이 기회를 활용해 학교를 압박하는 데서도 공대위가 중요한 구실을 했다. 공대위는 학교의 행태를 폭로하며 가처분신청 철회 연서명을 조직했는데, 이 연서명에는 학생회부터 학내 기도모임까지 75개 단체가 폭넓게 참가해 엄청난 호응을 얻었다. 결국 학교측은 역풍을 맞고 얼마 후 협상을 시도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특히, 국제캠퍼스 노동자들의 문제였기에 국제캠퍼스 신입생들의 연대가 중요했는데, 국제캠퍼스에서만 1천7백여 명이 복직 요구 서명에 동참했고, 국제캠퍼스 신입생들은 4월에 열린 국제캠퍼스 노동자들과의 간담회에도 강의실을 가득 메울 정도로 참가해 뜨거운 지지를 보여줬다.

이런 학생들의 연대 활동 덕분에 동문, 이웃 학교 학생, 언론, 국회의원 등 학교 밖에서도 폭넓은 사회적 지지 여론이 모일 수 있었다. (〈한겨레〉는 국제캠퍼스 투쟁 타결 소식을 보도하며, 마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덕분에 복직 합의가 이뤄진 것처럼 묘사했다. 하지만 이는 이 투쟁의 진정한 동력을 모르는 일면적인 보도다.)

메이데이 직전에 타결이 이뤄질 수 있었던 데에는 전체적인 계급 세력 관계도 큰 영향을 미쳤다. 연세대학교 당국도 지배계급의 일부로서 전체 계급세력 관계에 영향을 받는다.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반대 투쟁은 박근혜 정권에 대한 대중의 엄청난 분노를 불러일으켰고, 세월호 1주기 집회에는 수만 명이 결집했다. 정권의 핵심부가 부패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성완종 리스트 사건은 정권에 대한 분노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었다. 세월호 투쟁과 맞물린 민주노총 노동자들의 투쟁도 있었다. 민주노총은 4.24 총파업과 메이데이 투쟁으로 집결했다.

특히, 세월호 1주기 투쟁은 대학생들의 동참이 두드러졌다. 세월호 투쟁 참가에서 학생들이 얻는 영감과 자신감은 학내 청소 노동자 투쟁 연대 활동에도 좋은 영향을 미쳤다. 학생들은 생명보다 돈을 우선시하는 지배자들에 반감을 가졌고,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을 가처분으로 협박하며 쫓아내려 하는 적립금 1위 대학의 돈벌이 추구 행태에도 마찬가지로 반감을 느꼈다.

이런 전반적인 계급 세력 관계 속에서 서울지역 여러 대학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파업 계획만 세우고 실제로 돌입하기도 전에 대부분이 타결될 정도였다. 연세대 당국은 국제캠퍼스 노동자들을 의식해 좀 더 남아 버텼지만, 전반적 세력관계가 유리하지 않은 상황에서 신촌캠퍼스와 연세재단빌딩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까지 동시에 파업에 돌입해 학교를 압박하자 결국 타협에 나섰다.

진짜 사장의 책임을 물어야 할 과제

그러나 이번 합의에는 다소간의 아쉬운 점도 있다. 모든 노동자들이 일괄적으로 즉시 복직하지 못하고, 일부 노동자들은 몇 개월 더 생활고를 견뎌야 하는 순차 복직으로 합의한 것이다. 이는 진짜 사장 연세대가 노동자들의 일괄 복직을 위한 비용을 업체에게 즉시 지급하는 것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비록 복직 합의가 지노위 화해 절차를 거쳐 법적 구속력을 부여 받았다고는 하지만, 노동자들이 전원 복직되는 12월까지의 기간 동안 학교가 어떤 식으로든 다시금 태도를 바꿀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순차 복직은 함께 투쟁한 노동자들을 차별하는 것으로, 노동자들의 단결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처럼 일부 노동자들의 복직 절차가 아직 남았고, 학교의 구조조정(긴축) 시도도 끝나지 않았으므로 공대위의 역할이 끝난 것은 아니다. 국제캠퍼스 강의동 노동자들의 고용과 노동조건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며, 연세빌딩 시설 노동자들은 여전히 신종 구조조정으로 해고된 상태에 놓여 있다. 진짜 사장 연세대가 모든 학내 구성원들의 노동과 삶에 대해 책임지고 나서게 될 때까지, 우리 학생들의 연대도 지속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