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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영리병원 녹지국제병원 설립이 무산되다
의료 민영화 저지 투쟁이 거둔 또 한 번의 승리

제주도에 영리병원을 만들려던 박근혜 정부의 계획이 또다시 좌절됐다. 이는 ‘의료민영화저지범국본’과 ‘의료영리화저지제주도민운동본부’ 등 의료 민영화 반대 운동이 거둔 성과다.

지난 4월 2일 제주도는 보건복지부에 ‘녹지국제병원’ 설립을 승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녹지국제병원은 중국 부동산 기업인 녹지그룹이 출자해 만들겠다고 한 영리병원이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해 싼얼병원 설립 시도가 무산된 지 1년도 안 돼 또다시 이 영리병원을 유치하겠다고 나섰다.

싼얼병원은 응급 처치 시설도 갖추지 못한 데다 기업주가 사기 혐의로 구속된 엉터리 병원이었다. 정부는 이런 사실을 제대로 알아 보지도 않고 유치에 나섰다가 크게 망신을 당한 바 있다. 당시에도 보건의료단체연합 등 의료 민영화 반대 운동 진영의 폭로가 유치 계획이 무산되는데 기여했다.

그런데 이번에 설립 신청을 한 녹지국제병원도 사실은 국내 법인이 외국 법인을 내세워 추진하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자본가들이 외국 법인의 이름만 빌려 영리병원 설립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관련기사 〈노동자 연대〉 148호에 실린 ‘또 추진되는 제주도 영리병원, 누구를 위한 것인가?’를 보시오.)

제주도지사 원희룡은 복지부에 이런 병원을 허용해 달라고 승인 요청을 했다. 그러나 몇 달 동안 사업계획서를 검토한 제주도 측이 이런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 보건복지부도 한 달 반이나 시간을 끌다 이런 사실이 폭로되자 마지못해 제주도 측에 법인을 바꾸라는 ‘의견’을 줬다.

사실상 위법성이 드러나 설립 시도가 무산된 것인데, 제주도와 보건복지부는 아무런 해명이나 설명도 없이 은근슬쩍 서류만 바꿔 다시 추진하겠다고 한다.

연이어 벌어진 영리병원 스캔들은 박근혜의 의료 민영화가 어디로 갈지를 잘 보여 준다. 환자들의 건강과 안전이 아니라 병원과 제약회사 등 기업들의 이윤 획득이 보건의료 정책의 우선순위가 되면 썩은 냄새가 진동할 것이다.

응급의료 시설도 갖추지 않은 성형외과가 환자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이들은 치료 효과도 불분명한 줄기세포 치료 등으로 환자들의 주머니를 털 것이다. 국내 자본이 외국 기업으로 가장해 눈가리고 아웅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해질 것이다.

박근혜의 의료 민영화는 이런 날강도 짓을 합법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다.

영리병원 설립을 비롯한 박근혜의 의료 민영화 정책은 완전히 폐기돼야 한다.

“병원비 폭등, 건강보험 붕괴, 영리병원 추진 중단하라”

지난 5월 20일 제주도청 앞에서 영리병원 설립 추진 규탄 집회가 열렸다.

‘의료민영화저지범국본’과 ‘의료영리화저지제주도민운동본부’가 공동으로 주최한 이 집회에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보건의료노조 등 노동조합들과 보건의료단체연합, 노동자연대, 노동당, 사회진보연대 등 노동·사회단체들이 참가했다. 60여 일 동안 파업을 하고 있는 언론노조 소속 JIBS 노동자들도 이 집회에 참가해 지지를 보냈다.

집회가 열리기 직전 제주도 측이 사실상 녹지국제병원 승인 요청이 반려됐음을 알리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 소식을 들은 집회 참가자들의 사기는 높았다.

5월 20일 제주도청 앞에서 열린 영리병원 설립 추진 규탄 집회. ⓒ장호종

민주노총 김경자 부위원장은 “설립 신청서 보완이 아니라 철회 입장을 밝혀야 한다” 하고 제주도 측의 태도를 비판했다. 양지호 민주노총 제주본부장은 “제주도와 정부가 국민의 건강을 팔아 넘겨 자본의 배를 채우려 한다”며 영리병원 설립 시도를 완전히 좌절시키겠다고 결의를 밝혔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제주도 원희룡 도지사가 반 년 가까이 법적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하며 제주도가 영리병원 설립 시도를 계속하려고 꼼수를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이렇게 영리병원이 만들어지면 결국 국내 자본들에게 영리병원 설립을 허가하는 꼴”이라며 “의료 관광을 위해 영리병원을 세운다지만 사실은 국내 의료 민영화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참가자들은 집회를 마치고 도지사실에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도지사 원희룡은 담당자들과 함께 제주포럼 참가를 이유로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참가자들은 도지사의 뻔뻔한 행동에 항의하며 도청 입구를 막고 30여 분 동안 정리집회를 했다.

집회가 끝난 뒤에는 제주시청 앞에서 제주 영리병원 도입에 반대하는 의견서에 서명을 받고 리플릿을 배포하는 활동을 벌였다. 이후 이어진 간담회에서 제주도 활동가들은 멀리 서울에서 온 활동가들에게 연대의 인사를 건넸다. 참가자들은 제주도와 박근혜 정부의 영리병원 설립 시도가 계속되는 한 끝까지 연대해 싸울 것을 결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