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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장 구조 개악의 칼 빼든 박근혜 정부에 맞서:
7월 15일 2차 총파업은 효과가 있어야

메르스 재앙이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는 와중에,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 대책회의 활동가들을 탄압하는 한편 노동자 쥐어짜는 게 시급하다며 노동시장 구조 개악에 팔을 걷어붙였다.

정부는 지난 17일 일단 6~7월 임단협에서 시급히 관철할 주요 과제를 중심으로 1차 노동시장 구조 개악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그리고 8~9월에 비정규직 확대 등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를 위한 2차 추진방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4월 24일 민주노총 1차 총파업 집회. ⓒ이미진

시기적으로 봤을 때, 정부의 우선 강조점은 임금피크제 전면 확산이다. 내년 정년 60세 도입을 앞두고 서둘러 고령자의 임금을 삭감하려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공공기관에서 임금피크제를 전면 도입하는 한편, 민간부문에서도 중점관리 사업장에 대한 지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는 이미 지난 5월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권고안을 발표한 데 이어 이달 중 기관별 추진계획을 세우기로 한 바 있다. 이번 정부 발표는 공공기관별 임금피크제를 본격 시행하겠다는 신호탄이다.

민간부문에서 임금피크제 도입을 촉진할 취업규칙 변경 가이드라인도 곧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노동부 장관 이기권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노조 동의 없이 취업규칙을 변경할 수 있도록 지침(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6~7월 임단협 시기를 넘기지 않겠다는 것이다.

한편, 정부는 6월 임시국회에서 통상임금 확대 억제, 법정 노동시간 연장 등 근로기준법 개악 의도도 드러냈다. 당장 국회 환노위에 입법 의제로 상정되지는 못하고 있지만, 정부는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며 불을 지피는 모양새다.

정부는 노동시장 구조 개악이 세대 간, 원하청 간, 정규직·비정규직 간의 “상생”을 위한 것이라고 치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노동계급 내 갈등을 조장해 공격을 관철하려는 위선적인 포장이다.

예컨대 정부가 청·장년 “상생”의 모범 사례로 치켜세운 두산인프라코어에선 2012년 임금피크제 도입 이후 1년 미만 단기 계약직이 늘어나고 희망퇴직까지 시행되는 등 청·장년 모두에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했다.

비정규직 처우개선을 위한 가이드라인들은 정규직화와 조건 개선을 강제하지도 못하는 생색내기일 뿐이다. 더구나 정부는 하반기에 기간제 기간 연장과 파견 확대 등을 밀어붙이려 한다.

대정부 집중 투쟁

민주노총은 이번 발표가 노동자들에 대한 “전쟁 선포”라고 규정하고, 18일 중앙집행위원회에서 7월 15일 2차 총파업 계획을 결정했다. 한국노총도 7~8월 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노동자 연대〉가 거듭 주장해 왔듯이, 정부의 가이드라인 공격에 맞서 각자 임단협에 대응하는 식으로 투쟁을 분산시켜서는 각개격파 당할 수 있다. 민주노총 차원의 파업 조직이 중요한 이유다.

이번 투쟁 계획을 현실화하려면, 우선 현대·기아차 등 주요 노조들이 민주노총의 지침대로 파업에 들어가야 한다. 금속노조는 최근 중집에서도 거듭 ‘가이드라인·지침 발표 시 총파업으로 저지한다’는 3월 임시대의원대회 결정을 재확인한 바 있다.

‘우리는 단협이 있어 괜찮다’며 미조직·취약노조 사업장에서 손쉽게 임금피크제가 도입되는 것을 방치한다면, 잘 조직된 노조도 사용자들의 압박을 견뎌 내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다.

그리고 만약 4·24 파업 때처럼 현대차 이경훈 집행부가 또다시 총파업 지침을 거부할 조짐을 보이면, 민주노총·금속노조는 조합원들에게 직접 파업을 호소하고 조직해야 한다.

공공운수노조가 파업에 참가하는 것도 중요하다. 정부는 거듭 공공기관을 먼저 공격해 민간부문으로 확산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미 공격은 시작됐다. 따라서 공공운수노조 지도부는 노정 협상 촉구나 양보안 제시 등으로 전체 투쟁 전선을 이완시키지 말고 적극 투쟁에 동참해야 한다.

둘째, 임금피크제에 대한 반대를 분명히 해야 한다.

노동운동의 일각에서는 임금피크제로는 싸우기 어렵다고 하는 한편, 노동시간 피크제를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한다. 정년 전 특정 시점부터 노동시간을 줄여 그만큼 임금도 삭감하자는 것이다. 한국노총이 지난 4월 노사정위에서 이를 제시했고, 최근 정의당 심상정 의원실도 비슷한 입장을 내놨다.

이들은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동시간 피크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렇게 “세대 간 상생” 논리에 발목이 잡히면 고령자의 임금 삭감, 기업주들의 인건비 부담 경감이라는 정부의 진짜 노림수에 제대로 맞서기 어렵다.

노동시간 피크제는 임금을 삭감하는 것이기는 마찬가지인 방안이다. 청년들의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나 임금·조건 후퇴 없는 노동시간 단축 등의 대안이 필요하다.

셋째, 민주노총 집행부는 정부의 일방통행에 대응해 “국회 검증 논의기구” 구성을 촉구했는데, 투쟁보다 국회 대응에 매달리거나 잘못된 기대를 키워서는 안 된다.

최근에도 문재인은 “공무원연금이 그랬듯 노동시장 구조개혁도 사회적 대타협으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즉 이들은 개악 저지가 아니라 우리 쪽에 타협 압력을 넣는 구실을 할 것이다.

더구나 민주노총이 4·24 이후 두달여 만에 다시 파업 채비를 시작하는 지금, 국회 대화 촉구는 조합원들에게 분산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

박근혜 정부는 경제 위기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겠다는 확고한 신념 하에 공격을 시작했다. 따라서 우리 쪽도 단호하게 맞서야 한다.

민주노총 중앙과 산하 노조들은 힘있게 7월 15일 2차 파업 투쟁을 건설해 나가야 한다. 비록 민주노총의 5~6월 투쟁 공백으로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장의 좌파 활동가들은 민주노총의 파업 결정을 이용해 조합원들 사이에서 투쟁을 조직해 나가려고 애써야 한다.

만약 가이드라인 발표가 파업 시점보다 앞당겨진다면, 그에 조응해 파업 시기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