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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정책 개선 방안 협의 기구:
연금 삭감 벌충 수단일까, 추가 개악 도구일까?

공무원연금이 개악된 뒤 ‘공무원 및 교원의 인사정책 개선 방안 협의 기구’(이하 ‘인사 기구’)를 보는 공무원·교사 노동자들의 심정은 복잡할 듯하다. 공무원연금 삭감으로 말미암은 손해를 벌충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 것이다. 대타협기구나 실무기구와 달리 반드시 개악을 전제로 한 것은 아닌 것 같고 그래서 조금이라도 여지가 있다면 활용할 수 있다는 생각도 까닭 없는 건 아니다.

실제로, 이전 정부들이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공격하고서는 이를 일부 보전해 준 적이 있었다. 손해를 완전히 벌충하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그러나 경제 위기 때문에 이전 정부들보다 각별히 사악하고, 재정 절감을 내세워 공무원연금을 대폭 삭감한 박근혜 정부가 임금 삭감 없는 정년연장이나 승진제도 변경 등 추가 재정이 필요한 조처를 취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은 “[공무원연금 개악에] 상응하는 금전적 보상을 한다면 개혁을 할 이유가 없다”고 못 박았다.

더구나 박근혜에게 공무원연금 개악은 단지 연간 재정 지출을 3조 원가량 줄이기 위한 것만은 아니었다. 임금피크제, 성과급제 등 다른 부문 노동자 공격을 위한 추진 동력을 형성하는 목적도 있었다. 공무원들의 특혜를 없앴으니 이제 공공부문도 따라야 하고 공공부문보다 상대적으로 나은 민간부문의 임금도 손을 보겠다는 식으로 말이다. 따라서 박근혜로서도 어렵사리 내디딘 한 걸음을 후퇴시킬 조처를 취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인사 기구의 구성도 과연 벌충 수단으로 기능할지를 의심케 한다. 정부 대표와 공무원·교원 대표, 전문가 등으로 구성되는데, 공무원연금 개악 과정에서 보듯이 ‘전문가’들은 정부 편을 들 공산이 크다.

게다가 결정 방식에 관한 어떤 언급도 없다. 인사 기구에서 논의한 내용은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 보고하는 것으로 끝난다.

최악의 경우, 정부는 공무원에게 임금피크제 등을 도입하기 위한 수단으로 인사 기구를 사용하려 들 수 있다. 실제로 인사혁신처장 이근면은 공무원연금 개악안이 통과되자마자 공무원에게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겠다고 선전포고했다. 그것도 당장 내년에 시범사업을 하고 2017년에 본격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공무원연금 수급 개시 연령과 정년연장을 맞바꿀 것처럼 하더니,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늦춰지자 이제는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를 맞바꾸자는 것이다. “우리의 옷을 빼앗아간 강도가 목숨을 노리는 것”과 같다.(공무원노조 김해시 지부가 조합원들에게 보낸 편지)

공무원노조·전교조 내의 투사들은 추가 공격에 맞선 투쟁을 기층에서 준비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인사 기구 참여보다 더 실질적인 방어 수단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