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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장 구조 개악과 7·15 파업:
투사들과 활동가들이 현장에서 조직해야 한다

최근 청와대 관계자는 노동시장 ‘개혁’의 다급한 심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에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한다.”

수출과 제조업 가동률 하락, 청년 실업 증대, 유럽·신흥국의 위기와 중국의 성장률 둔화 등 나라 안팎으로 경기 침체 심화를 가리키는 신호들이 줄을 잇자, 박근혜는 노동자들을 더 쥐어짜 이윤율 하락에 대처하려 한다. 그리고 내년 총선 때 인기 없는 공격을 감행해 표 떨어질까 봐 올해 서둘러 공격해야 한다고 여긴다. 최근 검찰이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에 체포영장을 발부한 것은 노동자 공격을 밀어붙이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정부는 일단 7~8월에 임금피크제 도입을 필두로 통상임금 범위 제한, 노동시간 관련법 개악과 수당 삭감 등 임금 삭감 정책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곧이어 비정규직 확대를 위한 법 개악 추진에 나서겠다고 했다.

이는 정규직 “과보호” 해체로 비정규직·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정부 논리가 얼마나 위선적인지를 보여 준다. 정부가 내세운 임금피크제 시행을 통한 일자리 창출 사업장 사례들을 봐도, 그 효과는 없거나 고작 저질 비정규직 일자리 늘리기뿐이었다.

사실 고령자 임금을 깎아 청년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것은 책임 전가를 위한 면피용일 뿐이다. 기업주들에게 임금피크제는 인건비 절감 효과를 위한 것이다. 그래서 최근 경총 부회장 김영배는 정부의 신규채용 주문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기업들에 과도한 기대를 말라”고 잘라 말했다.

정부가 정규직과 비정규직·청년들을 이간질하는 이유는 정규직 조직 노동자들을 고립·위축시켜 노동시장 구조 개악을 관철하기 위한 것이다. 10대 그룹사 사내유보금이 1년 사이 40조 원이나 늘어 5백조 원 넘게 쌓여 있는데도, 노동자들끼리 바닥을 향해 경주하라는 것이다.

효과적인 단결을 위하여

6월 27일 민주노총 주최로 열린 ‘최저임금 1만원쟁취! 노동시장 구조개악 저지! 전국노동자대회’. ⓒ조승진

따라서 정부의 이간질 책략에 맞서 노동자들이 단결하는 게 중요하다.

단결을 효과적으로 하려면, 좀 더 나은 처지의 노동자들이 전체 노동계급의 이익을 위해 앞장서 싸워야 한다. 정규직 조직 노동자 운동이 협소한 부문적 시각으로 전체 노동계급을 상대로 한 정부의 공격에 대처하려다가는 오히려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이는 임금피크제-취업규칙 개악 가이드라인을 대하는 데서도 마찬가지다. 가령 호봉테이블이 단협으로 보장돼 있는 금속노조 지부·지회들은 취업규칙이 개악된다 해도 당장에 직접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정부의 가이드라인 공격에 맞서 투쟁하는 데 소극적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태도는 종국에 자신의 임금을 지키는 데서도, 전체 노동계급의 이익을 방어하는 데서도 해롭다. 지난해 통상임금 투쟁에서 드러났듯이, 정부의 행정지침·가이드라인 등에 맞서지 않고 미조직·취약노조 사업장에서 공격이 관철되는 것을 방치하면, 잘 조직된 노조도 압박을 받기가 더 용이해진다.

반대로 잘 조직된 노조들이 투쟁에 앞장설 때, ‘정년이 연장됐으니 임금 좀 줄어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느끼는 노동자들에게도 투쟁을 통한 임금 방어라는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정부는 6월 17일 발표한 ‘노동시장 개혁 1차 추진 방안’에서 해고요건 완화는 말하지 않았는데, 그렇다고 관련 가이드라인이 물 건너 갔다고 볼 수는 없다.

더구나 이미 고용노동부는 고용 보호를 위한 단체협약 조항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노동조합과의 합의 없이 전환배치, 정리해고 등을 할 수 없도록 정한 단협 조항들을 문제 삼아 강제 시정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런 공격을 정당화하려고 정부는 몇몇 사업장의 ‘조합원 가족 우선·특별채용’ 단협 조항을 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내세우는 “평등”, “차별 해소” 같은 미사여구와 달리, 정부의 간섭은 노동조합을 무력화하고 정부와 회사에 길들이기 위함이다. 따라서 정부의 단협 시정 개입에 단호하게 맞서야 한다.

물론, 노조 활동가들은 정부의 압박과 무관하게 자체적으로 노동자들의 단결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조합원 가족 채용 특혜 조항을 “투쟁의 성과”라고 치켜세우기보다, 이것이 과연 노동자들의 단결에 도움이 되는지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정규직 노조가 자기 자녀 특혜를 요구하면, 정규직 전환을 바라는 비정규직 동료들, 양질의 일자리를 원하는 청년들에게 상실감을 줄 수 있다. 이는 오늘날 노동운동의 핵심 과제인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단결에 해로운 영향을 끼칠 것이다.

여권의 분열과 위기를 이용해 싸우기

정부는 어떻게든 공격을 관철하기 위해 국회를 우회하는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예컨대 국회 입법처조차 ‘취업규칙 변경 가이드라인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지만, 정부는 막무가내다. 청와대는 최근에도 “별도 입법 없이 할 수 있는 과제는 집중적으로 전진시킨다”며 가이드라인 추진 방침을 거듭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노총은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문재인을 만나 정부의 행정권 남용에 제동을 걸어줄 것을 주문했다.

그러나 정부가 의료 부대사업 범위 확대나 영리자회사 설립 등을 시행규칙·가이드라인으로 추진한 데서 보듯, 예정대로 공격을 감행할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국회 대응보다 저지 투쟁에 무게를 둬야 하는 이유다.

그런 점에서 민주노총 소속 노조들은 7월 15일 2차 총파업이 실질화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정부가 우선 가이드라인으로 공격을 감행한다고 각자 임단협에서 대응하는 식으로 투쟁을 분산시켜서는 각개격파 당할 수 있다.

그런데 파업을 벌일 힘과 조직이 있는 금속노조가 최근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쟁의권 확보 사업장’만을 그 대상으로 한정한 것은 유감이다. 올 초 금속노조 대의원대회가 가이드라인에 맞선 파업 방침을 정했을 때, 그것은 합법적 쟁의권 여부와는 상관없는 결정이었다.

이번 금속노조 중집 결정은 쟁의권이 없는 현대·기아차 등 대형 노조들이 파업을 비켜갈 수 있도록 문을 열어 준 것이다. 이경훈 현대차지부 집행부는 7월 15일에 임단투 출정식을 잡아 4·24 파업에 이어 또다시 민주노총의 파업 방침을 거부하려 하는데, 이에 면죄부를 준 것이다.

물론 지금 현장 분위기가 4·24 파업 때 같지만은 않은 것은 사실이다. 4·24 파업 이후 공무원연금 개악 등 전체 노동운동에 영향을 미칠 주요 전선에서 일부 노조 지도자들의 배신적 타협이 잇따랐고, 민주노총 집행부가 이에 동요하면서 실망감이 생기고 활력이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노동조합 활동가들은 현실의 어려움에 체념하지 말고, 정부의 위기와 분열을 이용해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의 지지율은 메르스 사태로 20퍼센트대로 떨어졌다. 정부·여당의 내분은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 (관련기사 ‘경제적·지정학적 위기 심화로 여권의 분열도 심각해지다’를 참조하시오.)

최근 갑을오토텍 노동자들이 전직 경찰·특전사 출신의 노조 파괴 용병들을 쫓아내며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박근혜 정부의 위기 속에서 파업을 벌이며 사측을 압박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민주노조 운동의 오른팔 격인 현대·기아차지부 집행부는 금속노조의 결정에 안도하지 말고, 민주노총 지침에 따라 7·15 파업 지침을 내려야 한다. 정부의 법외노조화 시도에 맞서고 있는 전교조가 7월 15일에 맞춰 조퇴 투쟁 등을 벌이며 민주노총과 함께 싸우는 것도 효과적일 것이다. 정부 공격의 최전선에 있는 공공운수노조도 7·15 파업에 적극 나서야 한다.

활동가들은 자기가 속한 산별·노조가 파업 조직에 나설 수 있도록 진지하게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는 향후 계속될 박근혜의 노동자 공격에 맞선 투쟁의 소중한 밑거름을 쌓는 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