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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보다 안전이다!:
현대차 1공장 투쟁에 연대를!

이 글은 '노동자연대 현대차모임'이 7월 10일 발행해 현대차 울산 공장에서 반포한 리플릿이다.

안전사고 대책 거부하고 1공장 투쟁 고립시키려는 사측

1공장 11라인 조합원들이 일주일째 라인을 멈추고 사측에 안전사고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사측은 관리자들을 동원해 수차례 폭력을 휘두르며 강제 라인가동을 시도했지만, 1공장의 대의원·현장조직위원들이 통쾌하게 이를 저지했다.

7월 3일 1공장 11라인 엔진데킹 공정에서 일하던 신입사원은 작업 도중에 자신의 몸 쪽으로 쓰러진 무거운 장비를 피하다가 부상을 당했다. 만약 피하지 못했다면 끔찍한 일이 벌어졌을 것이다.

그런데도 사측은 이것이 안전사고가 아니라 ‘장비고장 사고’일 뿐이라며, 안전대책 협의도 없이 막무가내로 라인부터 돌리려 했다. 노동자의 안전보다 생산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사측은 피해자가 사고 즉시 통증을 호소하지 않았고, 심각한 부상이 아니라며 안전사고가 아니라고 한다. 피해자가 꾀병을 부리고 일부 활동가들이 억지 투쟁을 벌인다는 비난까지 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비난은 일주일째 굳건하게 투쟁하고 있는 11라인 조합원들에 대한 모독이고, 투쟁의 정당성을 훼손하고 고립시키려는 비열한 술수다.

사고가 나면 부상의 정도가 어떻든 상관없이 일단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합의해 놓고 라인을 재가동하는 게 맞다. 지난 수년간 1천인 이상 사업장 산재 1위를 차지할 만큼 위험한 작업 환경에서 일하는 우리 현대차 노동자들에게 작업중지권은 최소한의 안전망, 생명줄이다.

작업자 쪽으로 쓰러진 장비 작업자가 신속히 몸을 피하지 못했다면 끔찍한 일이 벌어졌을 것이다. ⓒ사진 출처 현대차 활동가 최병승 블로그
라인을 세우고 안전사고 대책을 요구하는 노동자들. ⓒ사진 출처 현대차 금속민투위 소식지 〈노동자의 길〉

최소한의 생명줄, 작업중지권을 지키자

— 전주공장 투쟁의 교훈

현대·기아차 사측은 지난 몇 년간 곳곳에서 작업중지권을 공격해 왔다. 울산 1공장에서 유해가스가 유입됐을 때도, 기아차 화성공장 안전사고 때도 협의도 없이 라인을 돌리려 했다.

특히 사측은 전주공장에서 공격을 퍼부었고, 지난해 이에 맞선 중요한 투쟁이 벌어졌다. 그러나 당시 이경훈 집행부는 이 투쟁을 확대하기는커녕, 전주위원회 쟁대위 구성을 비판하고 요구안을 축소하려 했다.

아쉽게도 투쟁은 어정쩡하게 마무리됐다. 사측이 하루 만에 합의를 번복하며 강제로 라인을 가동시켰는데 이런 만행에 확실한 제동을 걸지 못했다. 그러자 기가 산 사측은 올해 초 트럭부에서 똑같은 공격을 반복했고, 엔진부에선 합의를 어기며 일방적으로 공장 가동률을 높이기까지 했다.

근래 전주공장 투쟁이 재개되고 사측의 현장 통제가 울산공장으로 확대되는 와중에도, 이경훈 집행부는 전주공장 문제를 ‘그들만의 투쟁’으로 방치했다. 사측이 강만석 전주위원회 의장을 비롯해 간부·조합원들에게 고소고발·손배가압류를 퍼부으며 탄압에 나섰는데도 말이다.

지난달 말에는 조합원들의 압력 속에 ‘전 공장 잔업·특근 거부’를 선언했지만, 그조차 곧 철회해 버렸다. 전주위원회도 투쟁을 한 주 중단하고 사측과의 협상에 들어갔다.

그 틈을 타고 사측은 1공장 11라인에서 도발을 감행할 수 있었다.

사측의 도발에 제동을 걸지 않는다면, 사측은 점점 더 안전은 뒷전으로 내팽개치고 현장을 옥죄려 할 것이다.

1공장 조합원들이 홀로 싸우게 둬선 안 된다

지난 몇 년간 작업중지권을 약화시키려는 사측에 맞선 투쟁은 사실 효과적으로 조직되지 못했다. 안전대책을 요구하며 싸운 대의원·활동가들은 손배와 고소고발에 시달리기 일쑤였다.

그런 점에서 이번 투쟁은 각별한 의미가 있다. 1공장 11라인 조합원들이 일주일간 강력하게 라인을 세우며 투쟁하는 것은 그동안의 후퇴를 바로잡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는 우리 모두의 안전을 위한 중요한 전투다.

따라서 1공장 11라인 조합원들을 홀로 싸우게 해서는 안 된다.

11라인 중단으로 인한 생산 차질이 더 효과를 내려면, 1공장 주력 차종을 함께 생산하는 12라인의 연대가 필요하다. 1공장 사업부위원회 전체 차원으로 투쟁을 확대한다면, 사측을 더 압박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전 공장의 연대가 필요하다. 1공장 사업부위원회는 ‘사측이 도발하면 전 공장 대의원들을 집결시켜 달라’고 지부 집행부에 요청한 바 있다. 이경훈 집행부는 이를 이행해야 한다.

특히 각 공장의 사업부위원회와 현장조직위원회가 나서야 한다. 1공장 투쟁을 조합원들에게 알리고, 설사 지부 집행부가 동원을 회피하더라도 사측의 라인 가동 도발을 저지하는 투쟁에 적극 동참하자.

1공장 투쟁은 우리 모두의 안전을 위한 투쟁이다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일단 라인 가동을 멈추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한 후 생산을 재개한다는 원칙은 투쟁으로 쟁취한 소중한 권리다. 예컨대, 기아차에선 2000년대 초반까지 안전사고가 벌어질 때마다 사업부별, 라인별로 비공인 파업을 벌이며 작업중지권을 지키기 위해 투쟁했다.

사측은 이런 투쟁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고 노동자들의 기세가 높아지는 것을 아주 못마땅하게 여겼다. 특히 2008년 세계경제 위기 이후 생산성 향상을 강조하며 노동자들의 권리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이런 과정에서 2010년에 이경훈 집행부는 안전사고에 대한 처리 기준을 담은 ‘작업재개표준서’를 개악하는 데 합의했다. 사고가 나도 일단 라인을 돌리고 대책 협의를 하도록 하는 최악의 개악안을 가져온 것이다. 이는 조합원·대의원들의 반발로 개정됐지만, 안전사고와 구분되는 ‘장비고장 사고’라는 항목이 생겼다.

이전에는 어떤 사고가 발생하든 일단 대책 협의와 회의록 작성이 완료된 후에 공장이 돌아갔지만, 장비고장 사고의 경우에는 예외로 두도록 한 것이다. 사측은 지금 ‘크게 다치지 않으면 대책 마련 없이 라인을 돌릴 수 있다’며 이 조항을 악용하고 있다.

사측은 경제 위기와 세계 자동차 산업의 경쟁 격화 속에서 어떻게든 우리 노동자들을 쥐어짜 최대한 이윤을 지키려 한다. 이를 위해 우리의 안전과 노동조건을 지켜 온 작업중지권을 비롯한 여러 합의서와 관행을 약화시키고 생산 제일주의를 강요하려는 것이다. 대의원들의 권한 축소는 노동자들의 현장 통제력을 약화시키는 효과도 노린다.

지금 1공장에서 사측이 벌이는 도발은 바로 이런 공격의 일환이다. 사측은 1공장에서 기선을 제압해 전 공장에 확대하려 할 것이다.

피도 눈물도 없이 돈벌이에만 혈안이 된 사측에 맞서 우리 스스로 안전한 일터를 만들자.

1공장 투쟁이 승리할 수 있도록 굳건한 지지와 연대를 조직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