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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는 이주노조 규약 시정 요구 철회하라!

지난 6월 25일 대법원은 이주노조 설립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미등록 이주노동자에게도 노조 결성·가입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이 당연한 판결을 이끌어 내는 데 무려 10년이 걸렸다. 대법원은 판결을 8년이나 미뤄왔다.

그런데 고용노동부는 판결이 나온 지 보름이 넘도록 노조 설립 필증을 내주지 않고 있다. 이주노조의 규약에 있는 ‘고용허가제 폐지, 단속·추방 중단, 이주노동자 합법화’ 등을 문제 삼으며 고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 규약이 “주로 정치 운동을 목적”으로 한 노조 활동을 금지한 노조법에 어긋난다는 이유다.

이주노조 즉각 합법화하라! 7월 14일 고용노동부 앞에서 열린 이주노조 합법화 촉구 기자회견 ⓒ임준형

고용노동부는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삼고 있다. 실제로 대법원은 판결문에 “외국인근로자들이 조직하려는 단체가 ‘주로 정치운동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와 같이 노동조합법의 문제가 될 때 설립신고서를 반려할 수 있다” 하는 단서를 달았다. 대법원은 이주노조 합법화 판결이 정부의 정책을 거스르는 것은 아님을 밝힌 것이다.

그러나 이런 내용의 규약을 없애라고 하는 것은 이주노조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이다. 정부의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 추방과 고용허가제는 노동조합의 기본적인 활동을 근본에서 제약하는 조처다. 이주노동자에게 ‘노예 노동’을 강요하는 고용허가제,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인간사냥하듯 단속해 추방하는 정책을 그대로 둔 채 이주노동자 권리를 말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또,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의 노조 설립·가입 권리가 인정돼도 일상적인 정부의 단속·추방 위협에 시달린다면 근본적으로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노조 활동은 제약 받을 수밖에 없다. 정부가 미등록 신분이었던 이주노조의 역대 위원장과 간부들을 표적단속하며 이주노조를 와해시키려 했던 것이 이를 보여 준다. 따라서 이주노동자의 권익 향상과 노조 활동 보장을 위해 잘못된 정부 정책에 반대하고 그 요구를 규약에 포함시킨 것은 지극히 정당하다.

결국 고용노동부는 이주노동자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권리를 위해 싸우는 것 자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사실 박근혜 정부의 이주노동자 정책 전체가 이주노동자 권리 보장을 위한 요구들과 정면 충돌한다. 정부는 부족한 노동력을 보충하기 위해 이주노동자를 계속 들여오면서도 이들에 대한 통제와 규제는 더 강화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고용허가제는 여러차례 개악됐다. 극히 제한적으로만 허용돼 온 직장 변경은 더욱 어려워졌고, 퇴직금조차 본국으로 돌아간 뒤에나 받을 수 있게 만들었다. 처벌을 강화하고 단속반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출입국관리법 개악도 추진하고 있다. 정부의 이런 정책들은 이주노동자들의 조건을 끔찍하게 악화시키고 이주노동자의 노동권을 완전히 부정하는 것들이다.

어느 노조나 노동자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정부의 정책과 법률에 맞서 싸울 수밖에 없다. 노조의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법률 조항은 정부의 입맛에 따라 노조 활동을 탄압하는 데 이용돼 왔다. 국제노동기구(ILO)도 “노조의 일반적인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것은 결사의 자유 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이주노조 지도부는 용감하게도 정부의 탄압에 굴하지 않고 부당한 규약 개정 요구를 거부하고 맞서 싸우겠다고 밝혔다. 노동운동은 이를 적극 지지하고 연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