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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하철 노조 잠정합의:
공격은 잠시 유예됐을 뿐 조만간 재개될 공격에 대비해야

 이 글은 7월 24일 노동자연대가 발행한 리플릿에 실린 글입니다.

부산지하철 노조는 7월 14일 파업을 앞둔 막판 교섭에서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핵심 내용은 임금 2.8퍼센트 인상, 임금피크제·성과연봉제·2진아웃제 철회, 그리고 통상임금 관련 노동조건 전반을 협의하는 노사공동협의체(7월 15일~10월 말) 운영이다.

잠정합의가 나오기 직전까지도 노사 양측의 입장 차는 컸다. 공사 측이 임금피크제·성과연봉제·2진아웃제 도입을 강하게 주장했기 때문이다.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공사 측은 운영 적자에 따른 부산시의 부담, 통상임금 확대에 따른 인건비 증가 등을 이유로 이런 개악안을 제시했다. 이것은 박근혜 정부가 강경하게 추진하고 있는 공공기관 2단계 ‘정상화’의 일환이기도 했다.

사측의 강경한 태도에 노동자들은 파업을 해서라도 저지 의사를 분명히 보여 주고자 했다.

이는 90.4퍼센트라는 압도적인 파업 찬성률로 나타났다.

통상임금

그런데 노동자들이 파업에 돌입하기 직전에 사측은 막판 교섭에서 핵심 공격인 임금피크제·성과연봉제·2진아웃제 등을 철회했다. 그리고 대신에 통상임금 관련 노사공동협의체를 제시했다.

파업 직전에 나온 통상임금 판결로 인건비가 15~17퍼센트 이상 증가할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게 시급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상화’ 공격을 잠시 유보하고 통상임금 문제를 우선 해결하고자 노조와의 협의체를 제시한 것이다.

통상임금 노사공동협의체 제안이 노리는 것

부산지하철 노동자들은 임금피크제·성과연봉제·2진아웃제가 철회된 것에 일단 안도감을 표했다. 사측은 노동자들이 파업에 돌입할 태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통상임금 축소와 ‘정상화’ 공격을 모두 밀어붙이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입장에서 상황이 그렇게 녹록한 것은 아니다.

‘잠정합의서’의 통상임금 관련 부속합의를 보면 “공사의 재정 상황을 공히 인식하고, 합리적 임금 수준이 유지되도록” 한다는 구절이 있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사측이 협의체를 제안한 목적은 최근 판결에 따른 통상임금 확대 폭을 어떻게든 줄여 사실상 무로 돌리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사측은 협의체 테이블에서 적자 타령을 하며 임금과 노동조건을 후퇴시키는 개악안을 내놓을 것이 분명하다.

개악안

이미 사측은 지난해 단체교섭에서 통상임금 확대에 대한 대책으로 ‘인건비 증액 없는 임금체계 개편’을 주장했었다. 그래서 이 협의체에 성과급제 등 임금체계 개악안을 가져올 수도 있다.

사측이 탄력근무제 도입과 교대제 형태 변경을 의제로 올릴 가능성도 있다. 부산지하철은 주·야간 계속 근무를 하는 특성상 교대(교번) 근무자가 70퍼센트를 차지해 초과근로수당 비중이 높기 때문에, 탄력근무제를 도입하면 수당을 대폭 줄일 수 있다.

또 교대제 형태 변경으로 인력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휴일을 늘려 인건비 절감을 추진할 수 있다. 인력 충원 없는 근무체계 개편은 통상임금 축소는 물론 노동강도 강화도 불러올 것이다.

위법

사실, 따지고 보면 통상임금 문제에 관해 협의체를 만들어 논의하기보다 판결을 즉시 적용하라고 요구하는 게 노동자들에게 훨씬 유리하다. 사측이 이 판결을 따르지 않으면 위법인 것이 명백하다.

물론 사측은 벌금 몇 푼 내고 버틸 수 있지만, 공공기관이 위법을 지속하기 부담스러운 점을 이용해 투쟁을 확대해 갈 수 있다. 또, 1차 소송 이후 기간에 대한 새로운 소송을 통해 이번 판결보다 더 높은 체불임금을 받을 수 있다(이번에는 ‘신의칙’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노사공동협의체에서 통상임금 문제를 다루면, 합의에 이르지 못했을 때 쟁의권 없는 상태로 투쟁을 해야 한다는 어려움도 제기될 수 있다. 그러면 어떻게든 합의에 이르러야 한다는 압력이 생겨 양보 압박이 커질 우려도 있다.

대법원 판결 이후 통상임금 관련 노사협의체를 구성했던 다른 작업장들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벌어졌다. 대표적으로 현대·기아차 사측은 협의체에서 통상임금 축소와 직무성과급제 도입을 담은 개악안을 내놓으며 이를 수용하라고 노조를 압박하고 있다.

경계를 풀지 말아야

한편, 사측은 임단협 때 관철하려던 임금피크제와 성과연봉제 등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사측은 올해 4월 경영진단 연구 용역에 착수하며 임금·근무체계 개편, 아웃소싱 등 인력 조정 등을 예고했다. 이 결과는 10월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사측이 “개악안을 철회했지만, 기회만 있으면 다시 개악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노조 소식지)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게다가 임금피크제, 성과연봉제 등은 정부가 전체 노동시장 구조 개악을 위해 공공부문에서 선도적으로 관철하려는 것들이다. 7월 14일 행자부는 산하 공공기관들에게 9월까지 임금피크제 시행 계획을 제출하라는 지침을 내려 보냈다. 사측은 정부 압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정상화’를 추진해야 한다며 철회 입장을 번복할 수도 있다.

이처럼 사측은 노사협의체에서 통상임금 확대 판결을 무로 돌릴 개악을 압박하는 한편, 잠시 유예한 2단계 ‘정상화’ 공격을 조만간 재개할 공산이 크다. 따라서 경계를 늦추지 않으면서 조만간 재개될 공격에 대비해야 한다.

부산지하철 노동자들이 얼마 전 파업에 돌입하려던 기세대로, 통상임금 확대와 2단계 ‘정상화’ 저지를 위한 투쟁에 나서기를 기대하고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