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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5백 일:
안전사회는 어떻게 가능한가?

세월호 참사는 이윤 체제의 민낯을 보여 준 비극적 사건이었다. 청해진해운은 더 많은 이윤을 위해 무리한 증축을 하고, 평형수를 빼고, 인건비를 줄이려고 비정규직을 늘렸다. 해운회사들은 이윤 경쟁에서 더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여러 규제들을 손쉽게 피해가려고 국가 관료들과 부패와 비리 사슬로 유착했다. 덕분에 시한폭탄 같은 세월호는 인천과 제주를 오갔고 무고한 3백4명이 목숨을 잃었다.

세월호의 비상식적 운항은 자본주의 체제가 조직되는 방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는 이윤 경쟁 때문에 ‘더 적은 비용과 더 높은 이윤’이 자본가들의 목표가 된다. 그래서 자본가들은 가능한 임금과 생산 자재 등에 더 적은 돈을 들이려 한다. 그리고 작업장 안전이나 환경보호 규정처럼 이윤에 걸림돌이 되고 자본 축적을 방해하는 요인들은 폐지되거나 완화돼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 이윤을 위한 축적과 경쟁은 자본주의 체제의 기본 동학이므로 이 체제에서 안전 문제는 늘상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현대와 삼성 등 대기업들에서도 빈번히, 커다란 규모로 산업재해가 벌어지는데, 이는 안전 문제가 결코 투자할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 준다.

지난해 고용노동부 통계만 보더라도 산재로 사망한 노동자 수(1천9백29명)는 이라크전쟁 10년 동안 한 해 평균 사망 군인 수(4백50명)의 4배나 된다(〈경향신문〉). 민주노총은 은폐된 산재를 포함하면 실제 피해는 10배에 이를 것이라 추측한다. 따라서 노동자들이 오래 전부터 위험이 있을 때 현장 노동자들이 작업을 중지할 권리 보장과 산업 재해 등에 기업에 엄격한 책임을 묻도록 하는 ‘기업살인법’ 제정 등을 요구한 것은 매우 정당하다.

국가의 구실

국가는 자본주의의 이런 야만적 작동이 더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법률을 도입하고, 행정 조처 등을 마련한다. 자본가들의 이윤을 건드리는 저항은 공권력이라는 그럴듯한 이름의 물리력을 행사해 제압한다. 또한 자국의 자본들이 국제적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지정학적 경쟁에도 뛰어들어 군사력 강화에 막대한 돈을 쏟아붓는다.

경제 위기 시대에 한국 자본주의를 구출하려고 등장한 강성 우익 박근혜 정부는 경제 위기 고통 전가에 걸림돌이 될 모든 것을 “적”으로 여겼다. 그래서 박근혜는 세월호 참사의 배경으로 규제 완화와 부패·비리를 지목했지만 이윤 경쟁 체제는 털끝 하나 건드리지 않았다. 규제가 “쳐부수어야 할 원수”라는 박근혜로서는 이윤 우선 관행을 방해하는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 운동을 적대시해야 했다.

물론 대중의 반감을 완전히 거스를 수는 없으므로 “안전”이라는 이름을 우선 내세워 안전 산업을 대책으로 내놓았는데, 그 내용은 규제완화와 민영화를 통한 새로운 돈벌이 창구 마련으로 채워 넣었다.

박근혜가 하반기 국정과제로 꼽은 “노동개혁” 역시 안전과는 거리가 멀다. 이 공격이 성공하면 노동자들은 위험한 환경을 감수하며 일해야 한다는 압박을 더욱 크게 받을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안전을 위한 점검과 관리 등은 소홀해질 것이다.

대중적 저항으로 이러저러한 안전 관련 규정이 도입되더라도 경제 위기 등으로 경쟁의 압력이 강화되면 국가는 온갖 방안을 강구해 기업의 이윤 축적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애쓴다. 당장에 박근혜 정부는 기업규제완화 특별 조치법으로 각종 안전 관련법들을 무용지물로 만들고 있다. 지난해 영국의 보수당도 1987년 프리엔터프라이즈호 침몰 사고 이후 도입된 여러 안전 규제 장치들을 삭제하려 했다.

안전과 자본주의 체제는 궁극적으로 양립할 수 없다. 안전 사회를 향한 염원은 이윤을 우선하는 사회에 대한 근본적 도전과 만나야 한다. 또한 우리를 위험에 내모는 이윤 체제를 마비시킬 고유한 힘을 가진 노동계급의 투쟁에 진지한 관심과 지지를 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