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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취약해진 시리자의 선거 기반과 긴축 대안 논쟁

그리스에서 시리자 정부가 무너지면서 9월 20일로 조기총선 날짜가 정해졌다. 집권당 시리자가 겪는 위기와 좌파들 사이의 움직임, 반자본주의적 대안에 대해 파노스 가르가나스가 전해 왔다. 파노스 가르가나스는 그리스 사회주의노동자당 SEK의 주간신문 〈노동자 연대〉의 편집자이다.

그리스 선거 이후의 정세는 긴축을 밀어붙일 새로운 연립정부와 노동자 투쟁 사이의 대결이 될 듯하다.

좌파가 더 강력한 세력이 되는 것이 중요한 까닭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될 가능성도 크다.

여름 휴가 시즌 이후 발표된 첫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전 총리 알렉시스 치프라스는 지지 기반이 몹시 약해진 상태에서 선거에 임하게 됐다. 그는 지난 1월에 자신의 좌파 정당 시리자를 찍었던 사람들에게 계속 지지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지만 애를 먹고 있다. 시리자를 찍었던 사람들은 치프라스가 긴축에 대한 태도를 180도 바꾼 점 때문에 그와 충돌하기 때문이다.

시리자의 많은 이들이 사임했고, 분당도 벌어졌다. 치프라스는 두 가지 선거 전술을 펼치려 한다.

하나는 시리자가 “긴축을 더 잘 집행할 수 있다”고 약속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유럽연합 EU, 국제통화기금 IMF, 은행, 부자들이 요구하는 각종 긴축 패키지를 집행하되, 가장 아픈 조치들은 조금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시리자가 긴축을 좀더 살살 할 것이라는 주장조차 근거가 없다. 경제 상황은 호전되지 않고 있고 1월부터 최근까지 치프라스가 집권했던 기간만 봐도 치프라스는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치프라스의 또 다른 선거 전술은 이번 선거를 시리자와 보수 정당 신민당의 대결 구도로 몰아가는 것이다. 그는 사람들에게 과거 수많은 희생을 강요해 온 실패한 정치 세력의 복귀를 막으려면 시리자에 표를 달라고 말한다.

이를 통해 시리자의 전 연정 파트너였던 우파 민족주의 그리스독립당이나 이른바 ‘중도 좌파’ 정당과 같은 군소 정당들이 발 디딜 여지를 없애려는 것이다.

그러나 진실은 시리자와 신민당이 나란히 긴축 합의안에 승인하는 표를 던졌고, 시리자는 장차 신민당과 연립정부를 꾸려야 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한편, 새로운 세력이 좌파적 야당에 합류했다. 이전까지는 의회 내의 그리스 공산당 KKE와 의회 바깥의 반자본주의 좌파 연합 안타르시아가 주된 좌파적 야당이었다.

그런데 시리자에서 탈당한 이들이 민중연합 PU를 만들었고, 그들은 구제금융에 합의한 것에 반대하고 유로화를 버리자고 주장한다. 이것은 일보 전진이다. 또한 앞으로 노동자들의 저항을 대변하는 목소리가 더 많아질 거라는 뜻이다.

대안

그러나 단지 저항을 지지하는 것뿐 아니라 어떤 대안으로 지지하느냐도 중요하다. 특히 좌파에게는 대안이 없다고 치프라스가 비난하는 만큼 반자본주의 요구를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컨대 유로화를 버리자는 PU의 주장에 대해 치프라스는 유로화에서 드라크마화[유로화 도입 이전의 그리스 화폐]로 바뀌어 긴축이 집행될 뿐이고, 심지어 그 강도는 더 세질 것이라고 공포심을 조장한다. 치프라스는 드라크마화로 복귀하면 화폐가치가 떨어지고 물가가 올라서 사람들의 연금과 저축이 줄어드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한다.

PU의 “경제통” 코스타스 라파비차스는 드라크마화의 가치가 안정적일 것이고 정부 개입으로 노동자들의 임금을 이전 수준으로 되돌릴 수 있다고 되받아쳤다. PU의 지도자이자 전 에너지부 장관인 파나요티스 라파자니스도 “드라크마화 복귀가 재앙은 아니다” 하고 말한다.

그러나 이런 답변은 치프라스가 공포심을 부추기려는 것에 적절한 대응은 못 된다.

중요한 것은 유로화를 버린다고 해서 치프라스가 예견하는 식의 위기가 자동적으로 닥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드라크마화 도입 자체가 화폐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은 아니다. 지배자들이 자본을 해외로 빼돌리기 때문에 화폐가치가 하락하는 것이다. 또한, 같은 작자들이 투기를 통해 물가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따라서 긴축에 맞서 싸운다는 것은 지배자들에 맞서 싸운다는 것이다.

안타르시아는 PU가 반자본주의 조처 도입에 찬성하면 함께 선거 운동을 벌이겠다고 제안했다. 안타르시아가 제안한 조처는 유럽연합에서 탈퇴하고 노동자들이 은행·작업장 등을 통제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조처의 핵심은 노동자들이 의회에 기대지 말고 자신들의 조직과 활동으로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PU는 우리의 제안을 거절했고 그래서 우리는 독자적으로 선거에 후보를 내기로 했다. 그러나 우리는 선거가 끝난 후 벌어질 투쟁에서 그들과 함께하기를 바란다.

이번 주 토요일[9월 5일] 테살로니키에서 있을 노동조합 시위는 모든 좌파, 즉 안타르시아, PU, 그리스 공산당 모두에게 기회가 될 것이다. 이날 시위에 많은 사람들이 참가하면 긴축 합의에 반대하는 세력이 크다는 것을 보여 주는 기회가 될 것이다.

또한 파시스트 황금새벽당에 대한 재판이 다음 주에 다시 시작되는데 그때 법원 밖에서도 시위가 벌어질 것이다. 반파시스트 활동가들은 사람들이 2년 전 9월에 벌어진 반파시스트 활동가 파블로스 파이사스 살해 사건을 잊지 않도록 조직하고 있다.

7월 국민투표는 노동자들이 긴축에 분노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줬고 그들의 투지는 사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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