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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타이어 파업:
“직장폐쇄에 굴하지 않고 싸울 것입니다”

금호타이어 사측이 직장폐쇄를 감행한 바로 다음날인 9월 7일, 이른 아침부터 금호타이어지회 광주·곡성·평택 조합원 3천여 명이 광주공장 앞 운동장에 모였다.

결의대회에서 만난 노동자들은 하나같이 “‘워크아웃 끝나면 좀 나아지겠지’라는 생각으로 버텼는데, 회사가 정말 너무 한다”고 토로했다. 그리고 보수 언론과 정부, 재계의 비난 세례에 분통을 터뜨렸다.

9월 7일 3천여 명이 결집한 금호타이어 파업 집회. ⓒ장우성
직장폐쇄 철회하라 ⓒ이창배

“우리가 ‘귀족’이라니요! 진짜 1년 365일을 일했어요. 추석 때도, 설날 때도 일직을 서가면서 일했어요. 휴일근무를 하지 않으면 생활을 할 수 없어요. 사람이 쉴 때는 쉬어야 하는데. 이게 무슨 귀족인가요?”

“워크아웃 기간 동안 임금이 40퍼센트나 깎였어요. 많은 조합원들이 생활비를 충당하려고 맞벌이를 하기 시작했어요.”

“월차도 없애고, 연차도 줄이고, 각종 수당도 사라졌죠. 조합원이 4천 5백명에서 3천명으로 줄었고, 그 자리를 도급, 비정규직으로 채웠어요. 회사는 고통분담하자고 했지만, 사실은 고통을 우리에게 모두 떠넘겨 온 겁니다.”

“귀족 노조” 비난

경총은 최근 2010년 워크아웃 돌입도 노동자들의 고임금 때문에 빚어진 일로 호도했지만, 이 또한 사실이 아니다. 당시 금호그룹 회장 박삼구를 비롯한 경영진이 대우건설을 무리하게 인수해 회사에 수조 원의 손실을 입힌 것은 익히 알려진 바다.

노동자들은 파업이 “기업 회생에 먹구름”을 만들고 있다(새누리당 대표 김무성)는 비난에도 열불을 터뜨렸다.

“회사는 돈이 없다지만, 박삼구 회장이 금호 산업을 인수한다면서 내놓은 금액이 6천5백억 원이에요. 미국 조지아 공장에 투자를 한다고 회사 돈을 가져다 쓰고 있어요.”

“우리가 업계 최고 임금이라지만, 한국타이어는 임금이 높은 수준이 아니예요. 게다가 우리는 13년간 신입사원을 뽑지 않았어요. 평균 근속이 19.5년이거든요. 한국타이어는 근속이 13년이고요. 한국타이어가 기본급이나 수당도 더 세요. 우리는 대신 휴일근로, 연장근로가 더 많고요.”

5년간 빼앗긴 임금을 회복시키라는 요구는 지극히 정당하다 ⓒ이재환
공장 앞에 부착된 배너들 ⓒ이재환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워크아웃을 졸업하고 사상최대의 흑자를 기록했다. 노동자들을 쥐어짜 만든 업적이다. 노동자들은 그만큼 임금이 회복되길 원한다. 5년간 빼앗긴 것을 돌려달라는 요구는 완전히 정당하다.

“우리가 원하는 건 워크아웃 수준 전으로 돌려달라는 거예요. 지난해 사상 최대 흑자를 보게 해 줬는데도 회사가 이러는 건 정말 화가 나요.”

“회사는 워크아웃 이전 수준의 85퍼센트 밖에 안 되는 임금을 제시하면서, 생산성을 높여라, 임금피크제를 받으라고 주문하고 있어요. 어처구니가 없죠.”

“22일간 파업으로 9백40억 원의 손실이 났다는데, 회사가 임금피크제를 받아들이면 주겠다고 하는 일시금 3백만 원 지급하는 데 90억 원이 들어요. 누가 봐도 납득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파업 효과

22일간의 전면 파업은 사측에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사측이 미리 쌓아 둔 재고가 줄어 바닥이 드러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 때문에 사측은 직장폐쇄를 단행하면서 “정상적인 생산 활동을 방해하는 행위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대체인력을 투입하거나 조합원들의 복귀를 종용해서 공장을 파업 이전으로 가동시키겠다는 것이다.

굳게 닫힌 공장 문에 부착된 직장폐쇄 공고문. ⓒ이재환
파업 노동자들의 공장 출입을 막기 위해 사측이 세워놓은 버스들. ⓒ이재환

이는 악랄한 파업 파괴 시도다. 금호타이어 사측은 2011년에도 직장폐쇄라는 무기를 꺼내든 바 있다.

당시 금호타이어 노동자들은 이전 집행부가 사인한 ‘워크아웃 기간 파업 자제’ 합의에도 불구하고, 더는 고통 받을 수 없다며 파업에 나섰다. 사측은 이를 무력화시키려고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그리고 이 속에서 노동자들이 죄여오는 압박 속에 하나둘씩 복귀하면서 파업 대열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사측은 지금도 이런 효과를 노리고 있을 것이다. 한 노동자는 이렇게 말했다.

“직장폐쇄는 조합원들을 분열시키기 위한 적극적인 행위예요. 회사가 조합원들의 복귀를 종용할 수 있는 거죠.”

그럼에도 노동자들은 지금 조건이 2011년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2011년에는 감원, 도급화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복귀한 동료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워크아웃 5년의 울분을 계속 안고 갈 바에야 굴하지 않고 끝까지 가보자는 생각이에요. 합법 파업이기도 하고요. 노조에서 하자고 하면, 다 끝까지 버틸 각오가 돼 있습니다.”

일부 노동자들은 파업 대오를 굳건히 하기 위한 계획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금은 매일 아침에 10분씩 모여 보고대회를 하고 흩어지는데, 집회, 교육 등을 배치해서 조합원들의 자신감을 높여야 합니다.”

“예전에는 파업을 하면 노조 간부들이 대체인력 투입을 막기도 하고, 파업 대오가 공장 탈환 투쟁도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런 게 보이지 않아 아쉽습니다.”

결의대회 연단에서는 1994년 투쟁을 상기시키며 “끝까지 단결해 투쟁하자”는 호소가 몇 차례나 나왔다. 당시 금호타이어 노조는 단호하게 공장 점거파업을 벌여 통쾌한 승리를 거둔 바 있다. 금호타이어 노동자들에게 공장 점거는 낯선 게 아니다. 2009년에도 노동자들은 점거파업을 벌였다.

직장폐쇄에 맞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이런 공장 점거로, 대체인력 투입을 막고 생산을 완전히 멈추게 해 파업 효과를 극대화하고 노동자들의 결속력과 투지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금호타이어 노동자들은 사측과 정부, 보수 언론의 집중 포화 속에서도 3주 넘게 전면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 노동자들이 승리할 수 있도록 지지와 연대, 응원을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