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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출교 손배 파기환송심 패소:
대학 민주주의를 위해 즉각 상고해 싸울 것

"법원 판결 규탄한다.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이다." 9월 16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고려대 출교-퇴학-무기정학에 대한 손해배상 파기환송심 결과 규탄 기자회견 ⓒ박충범

9월 16일 파기환송심 재판부(서울고등법원 민사23부, 부장판사 김용석)는 고려대 당국이 2006년에 학생들에게 출교, 퇴학, 무기정학을 연이어 내린 것이 “사회통념에 어긋나지 않는다”며 책임을 면제해 준 대법원의 판결을 그대로 인정했다.

이미 우리는 여러 차례의 재판을 통해 출교-퇴학-무기정학으로 이어진 세 번의 징계를 모두 무효화했다. 고려대 당국은 징계가 무효가 될 때마다 슬쩍 징계 수위를 낮추며 어떻게든 우리에게 징계 낙인을 찍으려 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이런 악질적인 반복적 징계는 어떤 면에서도 교육적 의미를 찾을 수 없었다. 우리가 끈질기게 싸우지 않았다면 여전히 우리는 “패륜아”라는 낙인을 고스란히 안은 채로 고통 받아야 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고려대 당국이 아무런 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는 것인가?

그런데도 대법원은 우리가 일부 승소한 2심의 결과를 뒤집어 버렸다. 사법부의 이런 반교육적 결정은 대학 당국이 징계권을 앞세워 양심적 학생들을 비롯한 대학 구성원들을 공격하는 것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최근 대법원은 쌍용차 노동자들과 KTX 해고 노동자들의 삶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판결을 내리고, 박정희 독재정권에 입은 피해에 대해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등 기업주들과 기득권을 편드는 판결을 줄줄이 내놨다.

부산대 총장 직선제 폐지 시도로 다시금 드러났듯이, 정부는 대학 시장화와 민주주의 공격을 밀어붙이고 있다. 경쟁 강화와 민주주의 후퇴에 반대하는 학생·교수·노동자들의 투쟁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구조조정 반대 교수들의] 목을 쳐주겠다”던 중앙대 전 이사장 박용성의 말에서 보듯이 대학 당국들은 이런 비판과 저항에 징계와 탄압으로 대응하려 한다. 우리는 이런 비민주적 대학 운영에 경종을 울리려는 의도에서 손해배상 소송을 시작했다. 재판부가 반교육적이고 불의한 결정을 내린 만큼 우리는 즉각 재상고에 나서기로 했다.

민주적 대학

패소 직후 언론들은 “교수 감금 학생들 징계, 학교가 손해배상할 필요 없다”는 기사를 쏟아냈다. 학교 당국이 “교수 감금”이라 부르는 사건의 진실은 이렇다.

2006년 고려대 병설보건대학생들과 안암캠퍼스 학생 1백30여 명이 총학생회 투표권 인정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당시에 보건대 학생들은 일방적 대학 통폐합으로 하루아침에 불안정한 처지에 내몰려 차별 받고 있었다. 총학생회 투표권 인정은 차별 반대 요구의 하나의 상징이었다. 안암캠퍼스의 학생들은 학벌의식을 뛰어 넘어 보건대 학생들과 함께 목소리를 냈다. 반면에 학교 당국은 고압적 태도로 일관하며 학생들의 요구안 수령조차 거부했다. 이 때문에 “요구안만 수령하면 끝났을 시위”는 다음 날 아침까지 계속됐다.

보직 교수들이 언제든 본관을 빠져 나갈 수 있었음에도 고려대 당국은 “교수 감금”이라며 마녀사냥을 시작했다. 주류 언론들도 가세했다. 제대로 된 진상규명도, 소명 기회도 없이 불과 보름 만에 출교가 결정됐다. 출교는 입학 기록마저 삭제되는 초강경 징계다. 징계 기준도 제멋대로였다. 시위가 벌어지고 한참 후에야 참가한 학생도 여기에 포함됐다. 출교생 7명의 공통점이라면 삼성 이건희 회장 명예 철학박사 학위 수여에 반대하고, 등록금 인상 반대 시위에 적극 참여하는 등 대학의 기업화에 맞서 행동한 급진적 학생들이라는 점뿐이었다. 법정에서 학교 당국은 “평소 생활” 운운하며 징계를 정당화하는 근거로 이런 활동들을 문제 삼았다. 입맛에 맞지 않는 학생들을 찍어내 학생 운동을 위축시키려는 것이 진정한 징계의 목적임이 드러났다.

따라서 출교 철회 투쟁은 단순히 학생 7명의 명예를 회복하는 문제를 넘어서 학생 운동을 향한 공격을 방어하는 것이자 대학 당국이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려는 시도에 맞서는 싸움이었다. 우리는 징계 철회 투쟁에서 승리해 모두 졸업했다. 그럼에도 학교 당국의 공격에 대한 분명한 책임을 묻고자 손해배상 소송을 시작했다.

다행히, 이번 파기환송심에서 폭넓은 지지와 연대가 건설됐다. 국회의원 10명을 포함해 민교협, 고려대 총학생회 등 30여 단체와 5백여 개인이 고려대 당국의 책임 인정 판결을 촉구하는 연서명에 동참했다. 이런 연대야말로, 거듭된 징계를 철회시키는 힘이었고, 우리의 양심과 투쟁이 올바름을 보여 주는 증거일 것이다. 앞으로도 우리는 최대한 힘을 모아 끝까지 싸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