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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사회주의자 제러미 코빈의 노동당 대표 당선:
유럽의 새로운 정치적 고양을 반영하다

영국 정치에서 무언가가 달라졌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9월 12일 볼 수 있었다. 그날 제러미 코빈이 압도적 차이로 노동당 대표로 당선하며 기성 정치권에 감전 같은 충격을 줬다.

코빈은 토니 블레어를 전범재판에 회부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노동자 파업과 인종차별 반대 운동을 지지했다. 그런 코빈이 경쟁 후보들을 모두 완전히 눌러 버렸다.

코빈의 선거 유세 집회에 수천 명이 참가했는데, 그중 다수는 집회에 처음 참가한 청년들이었다.

노동당 대표로 코빈이 처음 한 일은 난민들을 방어하는 대규모 집회에 참가한 것이었다. 이것도 시대가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 주는 또 다른 징후다.

지난 몇 년 동안 대다수 정치인과 언론이 난민을 공격했는데도 5만 명이 거리로 나와 “난민을 환영한다”고 선언했다.

5월 총선에서 보수당이 승리하자, 많은 평론가들은 유럽의 다른 나라와 영국은 다르다고 했다. 영국에서는 좌파의 지지가 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우파가 우세하고 인종차별적 정당인 영국독립당이 기성 정치에 대한 대중의 반감으로 수혜자가 된 듯했다.

승리

그러나 코빈이 거둔 놀라운 승리는 이런 안이한 인식을 완전히 날려 버렸다. 코빈의 승리는 사회주의 정치와 긴축 반대 목소리에도 많은 사람들이 귀기울일 수 있음을 보여 줬다.

코빈의 승리는 전쟁광들과 이민자 혐오자들의 입가에 있던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워 버렸다.

친기업 신문인 〈파이낸셜 타임스〉도 인정했다. “신노동당은 완전히 끝장난 듯하다.”

우파들은 코빈이 1980년대에나 통하던 퇴물이며 낡은 정치인이라고 성토한다. 그러나 그들은 현실을 보지 못한다. 많은 청년들이 코빈의 선거 유세 집회에 참가했다. 그 청년들은 긴축·전쟁·인종차별에 대해 원칙적 입장을 견지하는 코빈의 말을 듣고 싶어 했다.

코빈의 승리는 최근 유럽 곳곳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정치적 고양을 반영한다. 그리스 시리자와 스페인 포데모스의 성장은 긴축을 지지하는 주류 사회민주주의보다 더 좌파적인 정치 대안을 사람들이 갈구하고 있음을 보여 줬다. 영국의 모순이라고 하면, 그것이 노동당 바깥이 아니라 안에서 일어난다는 것이다.

지배계급과 주요 언론은 물론이고 압도 다수의 노동당 소속 국회의원들도 코빈을 반대한다. 그들은 코빈을 무너뜨리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할 것이다. 코빈 지지자 중에도 어떤 사람들은 코빈이 너무 좌파적이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몇몇 노조 지도자들도 코빈과 생각이 다르다.

언론인 오언 존스는 “이민을 우려하는 정서”를 무시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코빈의 예비내각에 법무장관으로 지명된 찰스 팔코너 전 상원의장은 코빈이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주장하면 예비내각에서 사임하겠다고 위협했다. ─ 〈노동자 연대〉 편집자]

오만한

그런 주장은 노동계급이 인종차별 반대 사상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비관적이고 오만한 가정에서 비롯한다. 그러나 최근의 대규모 시위들은 그런 가정이 틀렸음을 보여 준다.

지금은 코빈이 자기 주장을 다시 주워 담을 때가 아니다. 오히려 우파를 주저앉혀야 한다.

[코빈 당선으로] 새로 떠오른 사회주의에 대한 열정이 노동당 내부 투쟁으로 흡수될 위험이 있다.

혁명적 사회주의자는 사람들이 구경꾼 수준에 머물기를 바라지 않는다. 우리는 세상을 뒤집기를 바란다. 시리자 집권 경험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변화를 의회라는 수단으로는 이룰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코빈의 승리는 가능성을 보여 준다.

긴축과 인종차별에 맞서 전세를 역전시킬 커다란 기회가 왔다. 이제 우리는 이 정서를 노동계급에 깊이 뿌리 내리는 투쟁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출처: 영국의 혁명적 좌파 신문 <소셜리스트 워커> 247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