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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난민 사태와 지배자들의 배신:
지배자들이 아니라 난민이야말로 우리와 한 배를 탄 사람들

9월 1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유럽연합 내무장관들이 회의를 열고 난민 대책을 논의했다. 그러나 유럽연합은 자신이 제안했던 난민 16만 명 분산 수용 정책조차 통과시키지 않았다.

지금의 난민 사태는 적어도 2011년부터 예견됐다.(이라크·아프가니스탄 등지에서 온 많은 난민을 고려하면 더 과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부터 시리아인들은 이웃 나라들로 피난길에 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유럽연합 각국 정부는 난민들의 어려움을 외면했다.

유럽연합 정상들은 대책을 마련한다고 온갖 부산을 떨지만 그들의 난민 정책은 너무나도 형편없다.

첫째, 전체 난민 수에 견줘 수용하겠다는 인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노동자 연대〉 156호, ‘유럽연합의 난민 대책 — 난민을 더욱 천대하고 억압하는 정책들일 뿐’ 참고).

둘째, 총 16만 명을 분산 수용하겠다는 내용이 발표되자마자, 유럽연합 각국 정부는 다른 나라보다 조금이라도 더 적은 인원을 더 오랜 기간에 나눠서 받으려고 이전투구를 벌였다.

거기에다 더 크고 심각한 문제가 있다.

독일·오스트리아·헝가리·슬로바키아 네덜란드는 국경을 봉쇄하고 국경 경비를 강화하고 있다. 세르비아도 국경을 폐쇄했다. 발칸반도에서 독일로 넘어가는 주요 철도와 도로는 사실상 가로막혔다. 스웨덴과 폴란드도 이런 국경 통제를 검토 중이다. 독일이 국경을 폐쇄하면서 이런 도미노 사태가 시작됐다.

국경이 폐쇄되고 더 많은 검문소와 철망이 생기면, 국경 근처에 난민촌이 형성될 것이다. 이 난민촌은 실상 더는 갈 곳 없는 난민들이 국경 근처에서 오도가도 못하고 갇히는 수용소이다. 영국과 프랑스 사이의 해저터널 바로 앞에 있는 프랑스 항구 도시 칼레가 대표적이다.

칼레

오늘날 많은 난민들이 각국 정부들에 국경을 개방하라고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헝가리는 경찰을 동원해 난민을 공격했다.

인종차별적 우파와 파시스트들은 이런 상황을 이용해서 성장하려 들 것이다. 국경 근처에 몰려 있는 난민들은 언제든지 경찰이나 인종차별주의자들에게 공격당할 위험이 있다. 정부가 우파 성향이고 대놓고 난민을 천대하는 나라는 특히 더 그렇다.

유럽 전역에서 불거진 난민 위기는 인도주의적 위기일 뿐 아니라 정치적 위기이기도 하다.

유럽은 경제 위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긴축과 해고가 이어지고 있고, 노동계급은 실업과 빈곤에 시달린다. 우익과 인종차별적 언론과 정치인들은 그동안 사람들에게 실업과 빈곤을 강요했으면서, 이제 와서는 난민들이 실업과 빈곤을 확대할 것이라고 악선동을 한다.

시리아 내전이 계속되고, ‘이라크·시리아 이슬람국가’가 존속하고, 무엇보다 제국주의의 중동 개입이 계속되는 한, 더 많은 난민들이 유럽으로 오게 될 것이다. 그에 따라 난민 위기도 커질 것이다.

유럽 각국의 인종차별적 정책에 도전하는 것은 유럽 노동계급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복지·공공부문 축소 반대 투쟁과 난민에 연대하는 활동은 서로 연결된 투쟁이다.

유럽연합은 국경을 개방하고 난민들이 제대로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터키 해안에서 숨진 채 발견된 아일란 쿠르디를 보면서 모두 눈물을 흘린다. 우리가 흘리는 눈물은 해고, 긴축, 국경 폐쇄에 반대하는 눈물이다. 그러나 지배자들의 눈물은 긴축에 대한 불만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자신들의 인종차별적 난민 정책을 숨기기 위한 악어의 눈물이다.

유럽 전역에서 벌어진 난민 연대 시위

9월 12일 유럽 전역에서 난민 연대 시위가 일어났다. 수많은 유럽 노동자와 청년들은 난민들의 처지에 공감하며 유럽연합의 미온적 대처에 항의했다.

“누구도 불법이 아니다. 난민을 환영한다” 9월 12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난민 연대 집회. ⓒRonf(플리커)

영국 런던에서는 약 5만 명이 거리로 나와 난민을 방어하는 시위를 벌였다. 맨체스터에서는 2만 명, 브리스톨에서는 3천 명이 거리로 나왔다. 그 밖에도 여러 도시에서 수백 명 규모의 시위가 있었다.

덴마크 코펜하겐에서는 3만 명이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덴마크 정부에 강경한 이민 통제 정책을 폐기하라고 요구했다.

독일 함부르크에서는 1만 4천 명이 거리로 나와 난민을 환영했고, 인종차별적 우파들이 조직한 “독일 애국심의 날”에 맞불 시위를 벌였다.

오스트리아 빈에서는 5천 명이 난민 연대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가 든 배너 중에는 “무슬림과 난민을 환영한다”는 글귀가 적힌 것도 있었다.

프랑스 파리에서는 3천 명이 시위에 참가했다. 시위대가 든 배너에는 다음 같은 글귀들이 적혀 있었다. “누구도 불법이 아니다”, “우리는 모두 인간이다”, “유럽이여 일어나라”, “국경을 개방하라”, “우리도 이민자다.”

아일랜드 더블린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는 약 1천 명이 난민 연대 시위를 벌였다.

그 밖에도 헝가리 부다페스트, 그리스 아테네, 스페인 바르셀로나, 스위스 제네바에서도 난민 환영 시위가 열렸다.

9월 19일에는 프랑스 항구 도시 칼레에서 난민 연대 시위가 또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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