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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에도 총파업으로 저항을 이어가자

이 글은 노동자연대가 9월 23일 발행한 리플릿에 실린 글이다.

9·23 총파업은 노사정위 야합과 정부·여당의 ‘노동개혁’ 속도전에 즉각적인 항의를 나타내며 투쟁의 포문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상균 위원장은 “때를 놓치지 말고 강력한 투쟁의 포문을 열어야 한다”고 옳게 호소했었다.

노동자들의 불만이 거세고 저항이 예고된 덕분에 노사정위 야합의 부당성이 좀더 선명히 드러났다. 그래서 노사정위 합의라는 명분으로 ‘노동개혁’ 속도를 내려던 정부·여당의 의도가 아주 순탄하게 진행되지만은 않고 있다. 들러리였음이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난 데 당황한 한국노총 지도부가 기층 불만의 눈치를 보며 볼멘소리를 쏟아낸 것이다.

그러나 정부·여당의 속도전 계획에 차질이 빚어진 것은 결코 아니다. 22일 박근혜가 노사정위 야합 당사자들을 청와대로 불러 다독인 것은 노사정위 합의라는 명분을 재확인함으로써 ‘노동개혁’의 고삐를 쥐겠다는 의미이지, 그 반대가 결코 아니다.

정부는 노사정위 후속 논의를 무시하지 않겠다면서도 지침과 법 개악을 연내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므로, 일반해고 가이드라인이나 비정규 관련 법안 등이 노사정위 후속 논의를 거친 후 나온다고 해서 ‘노동개혁’ 속도가 늦춰질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노사정위 후속 논의를 형식적으로 거친 뒤 가이드라인을 빠르게 발표할 수도 있고, 또 국회에서 법안 심사가 시작되는 10월 말 이전에 개악안들이 마련될 공산이 크다.

따라서 9·23 총파업이 투쟁에 시동을 거는 의미였다면, 민주노총은 노동시장 구조 개악 추진을 둘러싼 본격적 힘 겨루기가 전개될 10월에 다시금 총파업으로 저항을 이어가야 한다.

국회 밖 대중 투쟁이 중요하다

가이드라인도 연내 처리로 다소 미뤄졌으니 국회 논의가 본격화할 때 투쟁을 집중하자는 주장은 자칫 10월 투쟁의 힘을 빼는 효과를 낼 수도 있다. 그렇게 본다면 11월 5, 6일, 12월 1, 2, 8, 9일 등 국회 본회의가 열리는 때가 중요하게 여겨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악 법안 “국회 상정 시” 또는 “통과 시”처럼 이미 사태가 기운 다음에는 상황을 되돌리기가 더 어렵고, 그걸 뻔히 아는 노동자들이 투지를 발휘하기도 힘들다.

또, 그런 주장은 국회 논의 대응에 중심을 두면서 투쟁은 압박용으로만 부차적으로 사용하려는 구상과 맞닿기 쉽다. 그러나 국회 논의에만 의존해서는 결코 노동시장 구조 개악을 저지할 수 없다.

설사 국회 논의기구가 만들어진다 해도 그런 기구는 “일방적”이지 않은 모양새를 띨 뿐, 경제 위기를 이유로 노동자들의 양보를 설득하는 구실을 한다.

국회 논의 대응에 중심을 두면 새정치민주연합과의 공조에 매달리게 되기 십상이라는 문제점도 있다. 실제로 새정연이 다른 건 몰라도 비정규직법을 통과시키지는 않을 것이라는 환상이 많이 퍼져 있다.

그러나 비정규직 관련법을 만들고 개악한 그 당의 전력만 봐도 이것은 근거 없는 희망사항일 뿐이다. 더구나 통상임금, 노동시간, 임금피크제에 대해서는 “[그것을]통해 이루려는 목적에 대해 동의[하며] 바람직한 방향으로 입법화되도록 노력하겠다”는 게 그 당의 입장이다.

새정연은 노동개혁을 ‘사회적 대타협’으로 풀자며 대기업·정규직 노동자의 양보를 주장하는 한편, 노동개혁뿐 아니라 재벌개혁도 하자는 식이다. 이것은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 그들이 노동자들의 양보를 얻어내려고 써 온 꼼수일 뿐이다. 1997~98년 이후에도 재벌의 경제 장악력이 여전히 점점 커지고, 빈곤이 점점 증대한 데서 알 수 있듯이, ‘재벌개혁’은 실효성이 전혀 없었던 반면 정리해고제·파견제 도입은 노동자들을 고통으로 몰아넣었다.

올해 공무원연금 개악에서도 새정연은 ‘대타협’의 이름으로 공무원 노동자들에게 양보를 강요했다.

이렇게 난점이 거듭 드러난 방식을 노동시장 구조 개악 저지 투쟁에서 되풀이해선 안 된다. 비정규직, 통상임금, 노동시간 등 법 개악에 맞서려면 새정연에 의존하지 말고 국회 투쟁, 특히 대중 투쟁에 확고한 중심을 둬야 한다.

상반기 투쟁의 약점을 반복해선 안 된다

상반기에 투쟁의 고비마다 우리 측을 약화시켰던 문제들은 하반기 투쟁에서도 등장할 공산이 크다. 가령 ‘철밥통·노동귀족·이기주의’ 운운하는 이간질에 정규직 양보론으로 대처하기, 주로 개악의 일방성을 부각하며 사회적 대화기구 참여에 매달리기, 박근혜의 정치 위기를 반격의 기회로 보기보다 숨고를 시간으로 여기기, 전체 투쟁전선에 찬물을 끼얹는 일부 산별 또는 대기업 노조 지도자의 배신이나 투쟁 회피 등이 그런 문제들이었다.

하반기 투쟁이 첫 발을 내딛는 지금 벌써부터 ‘정규직 노동자 조건 지키기를 내세우면 불리하다’, ‘너무 파업만 얘기하지 말아라’, ‘국회 내 사회적 합의기구를 구성해 노동개혁을 논의하자’, ‘현 조직률로는 싸우기 어려우니 미조직 조직화를 장기적 과제로 삼고 가자’는 등의 얘기가 나오고 있다.

투쟁 전통이 있고 잘 조직된 노동자들이 자신들뿐 아니라 비정규·미조직 노동자들의 조건 악화에도 반대해 투쟁해야 할 상황에서 이와 같은 주장은 투쟁의 발목을 잡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이런 문제들에 노동조합 내 투사들과 좌파들이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투쟁의 진퇴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결의된 소수만이라도 질기게 싸우자’는 전투성만으로는 크게 부족하다. 노동계급의 강력한 잠재력을 발휘케 하는 원칙과 전술을 지금 여기의 투쟁에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이에 대해서는 소책자 〈‘노동개혁’에 맞선 노동자 투쟁 — 2015년 하반기 투쟁을 위한 상반기 투쟁의 교훈〉을 참고하시오.)

또한, 일부 노조들이 전체 투쟁전선에 가하는 균열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가령 이충재 전 공무원노조 집행부는 4·24 총파업 전부터 국민대타협기구에 참가하며 공무원연금 개악 수용을 저울질하다가 결국 5월 2일 개악안에 합의해 이후 투쟁 전선에 악영향을 미쳤다.

최근에는 민주노총이 노사정위 논의 중단을 촉구하는 상황에서 그 가맹조직인 공공운수노조가 노사정위 내 ‘임금피크제 원포인트 협의체’ 논의에 한국노총 산하 공공부문 노조들과 공동 대응한 사례가 있다. 그러면서 애초 예정했던 9월 11일 파업 계획을 12일 집회로 축소했었다.

심지어 한국노총이 노사정위 야합을 한 후에도 공공운수노조는 한국노총 산하 노조들과 함께 임금피크제 ‘노정 실무협의’에 참여했다. 이는 공공운수노조가 즉각적인 9월 총파업으로 나서는 데 장애가 됐을 것이다.

최근 공공운수노조는 10월 중순 총파업을 시사했다. 이것이 9월 11일 파업 계획과 같은 운명을 맞으면서 민주노총 10월 총파업 전선에 균열을 내지 않으려면, 공공운수노조는 임금피크제를 둘러싼 노정 실무협의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10월에 예산 편성지침을 둘러싼 노정 실무협의를 추진하지 말아야 한다.

위험에 직면한 미조직 노동자들을 외면하지 말아야

지금 민주노총이 총파업 투쟁에 나설 것인가를 결정하는 데서 각자의 조직 상태만을 앞세우는 것은 편협한 시각일 것이다.

우익이 아니라면 다 인정하듯이, 박근혜의 노동시장 구조 개악은 대다수 노동자들의 삶을 크게 악화시킬 것이다. 특히, 노조가 없거나, 있어도 있으나 마나 한 노동자들은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더 쉽게 노출될 것이다.

그간 민주노총 안팎에서는 과연 민주노총이 계급 대표성을 갖고 있는가 하는 의문이 제기돼 왔다. 바로 지금 그 회의적 질문에 답변할 때다.

민주노총은 단지 조합원뿐 아니라 광범한 미조직·비정규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악화에도 반대해야 한다. 잘 조직된 사업장은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문제를 단협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위험에 직면한 다른 노동자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노동자는 하나의 계급이다. 우리는 운명 공동체다.

그동안 온건한 노조 지도자들은 흔히 미조직·비정규 노동자들 핑계를 대며 민주노총의 투쟁성을 잠식해 왔다. 그러나 계급 대표성을 위해 미조직·비정규 노동자들을 대변하려면 오히려 투쟁성을 칭찬하고 고무해야 한다.

“범국민적” 투쟁을 말하기에 앞서 민주노총은 한국사회에서 가장 잘 조직된 부문으로서 제 위상을 과시해야 한다. 그러면 미조직·비정규 노동자들과, 민주노총에 회의적 눈길을 보냈던 청년들로부터 마치 2013년 연말에 받았던 것과 같은 광범하고 열정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