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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의 논평:
시리아를 폭격하는 또 다른 제국주의 ― 러시아

알렉스 캘리니코스는 런던대학교 킹스칼리지 유럽학 교수이자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의 중앙위원장이다.

시리아에 대한 러시아의 군사 개입은 그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의 가장 기본적인 현실이 무엇인지를 확인시켜 줬다. 시리아의 운명은 점점 더 외부 열강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는 점 말이다.

시리아 내전은 2011년에 일어난 진정한 대중 혁명에서 시작했다. 더 정확히 말해, 튀니지·이집트 혁명에 뒤이어 시리아에서도 대중 반란이 일어났고,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은 대중 반란으로부터 자신을 구하려고 종파적 내전을 시작했다.

이 전략은 먹혔지만 대가는 컸다. 아사드는 (지금까지는) 연명하고 있고 정권을 보존하고 있다. 하지만 나라의 많은 부분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했다. 게다가 그의 아버지 하페즈 알 아사드(1971~2000년 시리아 대통령을 역임했다)는 매우 악독한 짓을 하면서까지 외세, 즉 강대국들은 물론이고 이스라엘로부터 시리아의 독립을 지키려 분투했다. [그런데 그것이 어그러지고 있다.]

이제 강대국들이 시리아로 들어왔다. 미국은 ‘이라크·시리아 이슬람 국가’(ISIS, 이하 아이시스)를 폭격한다. 러시아는 다양한 아사드 반대 진영을 노골적으로 공격한다. 터키·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는 시리아 내 여러 수니파 전사들을 후원한다. 이란과 그 동맹인 레바논의 시아파 운동 헤즈볼라는 아사드의 뒤를 받친다. 지금 시리아 동부의 많은 지역을 통치하고 있는 아이시스조차 근본적으로는 이라크 세력이다.

이렇게 시리아가 해체돼 있다는 사실이 내전 지속의 주요 원인이다. 서로 경쟁하는 외부 강대국들은 각자 자신의 정치적 목표를 추구하느라 정신이 없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아사드 정권을 제거할 것이냐 보존할 것이냐이다. 강대국들은 자기 이익을 챙기는 것 말고는 전쟁을 끝내는 데 관심이 없다.

일부 좌파는 러시아의 시리아 개입에 동조한다. 이런 태도는 특이한 형태의 맹목성을 보여 준다. 그런 관점은 서방만을 제국주의로 여기기 때문에 러시아가 나름의 경제적·지정학적 이익을 추구하는 제국주의 열강이라는 사실을 보지 못한다.

지금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은 아사드의 군사적 힘이 약해지고 있어서 시리아 개입을 결정한 듯하다. 아사드가 무너지면 러시아는 중동의 주요 동맹을 잃게 된다. 그러면 러시아는 미국과 유럽연합이 우크라이나 위기를 이유로 러시아에 부과한 제재를 해제하라고 요구하는 데 쓸 유용한 협상 카드 하나를 잃게 된다.

시리아 공습에 투입된 러시아 수호이 전폭기.

비행금지구역

러시아는 강력한 대공미사일 S-300 64기를 탑재한 순양함 모스크바 호와 전투기를 시리아로 보냈다. 이 때문에 아사드에 대해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려던 서방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푸틴은 2011년 나토가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알 카다피에 맞서 리비아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는 것을 용인한 것을 땅을 치고 후회했다. [카다피 이후 리비아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인디펜던트〉의 패트릭 코번은 러시아의 시리아 개입을 정교하게 옹호했다. “전체로 보아, 러시아가 옆에 비껴 서 있기보다는 시리아에 깊숙이 개입하는 편이 더 낫다. … 그러면 아사드가 시리아 권좌에 계속 앉아 있게 되겠지만, 러시아의 힘 때문에 아사드는 행동 방식을 바꿀 것이고, 폭력이 줄어들고 총성이 멈추고 권력이 지역으로 분산되는 방향으로 사태가 흐를 것이다.”

아사드를 떠받치면 미국과 그 동맹들이 시리아 분할 구상에 찬성하도록 압박할 수 있다는 논리이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가 그 구상에 관심이 있다는 징후는 어디에도 없다.

오바마는 러시아가 폭격을 시작한 뒤 우려스러운 발언을 했다. “우리는 시리아에서 러시아와 대리전에 빠지지 않을 것이다. [시리아 개입에 있어서] 전략적 악수(惡手)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전략적 악수? 핵을 보유한 초강대국 둘이 시리아에서 서로 군사행동을 벌이는 것은 전략적 고려를 떠나 그 자체로 근본적으로 위험한 일 아닐까? [전략이 바뀌면 대리전도 감수할 수 있다는 여지를 오바마가 남겨 뒀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해 오바마는 아이시스를 어떻게 다룰지 전략이 없다고 시인하는 유명한 말을 했다. 오바마의 처지는 여전하다. 폭격을 한다고 아이시스를 물리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모두가 안다. 미국 국방부는 “온건한” 시리아 반군을 효과적 전투부대로 변모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훈련 및 장비 제공”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 9월 말 이 계획이 일부 보류됐다. 훈련 참가자가 무기와 차량을 알카에다의 시리아 가맹 조직인 자바트 알 누스라에 넘긴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시리아를 분할한다는 구상의 가장 근본적인 결함은 현재 아이시스가 가장 넓은 영토를 차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설령 미국과 다른 열강이 협상에 나선다 한들, 아이시스가 그에 협조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그리고 미국이든 (마찬가지로 공군에 의존하는) 러시아든 아이시스를 군사적으로 격퇴할 전망이 높은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이 끔찍한 아비규환은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