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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 상봉:
박근혜에겐 “노동개혁” 추진에 따른 불만 달래기의 일부

오는 10월 20일~26일에 금강산에서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상봉 대상에 포함된 이산가족들은 애타는 마음으로 상봉 행사가 무사히 치러지길 고대할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번 상봉의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이산가족은 남북 통틀어 2백 명밖에 안 된다. 그나마도 상봉 일정은 2박3일이다. 60년 넘게 그리움에 사무쳐 왔고 이번 상봉 이후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기도 어려운데, 상봉 기간은 고작 2박3일에 불과한 것이다.

2015년 8월 현재, 남측 당국에 이산가족 만남을 신청한 사람은 6만 5천 명이 넘는다. 80세 이상의 고령자가 그중 절반이 넘는데, 이들이 생전에 이번 상봉과 같은 기회를 얻을 가능성은 거의 로또 당첨 확률이나 마찬가지다. 게다가 미국의 대북 압박 등으로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 이런 일회성 행사마저도 취소되거나 오랫동안 단절되기 일쑤다.(물론 이산가족 상봉이 정례화되고 상설 면회소가 설치된다고 해도, 원하는 때 원하는 곳에서 자유롭게 만나고, 지속적인 연락과 상호 방문 등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그러나 그동안 남북의 역대 통치자들은 이산가족 문제의 진정한 해결에는 늘 소극적으로 임해 왔고, 이산가족 상봉도 ‘이벤트성’ 행사 수준을 넘지 못했다. 이산가족에 관한 남북대화는 대개 “국내외적으로 이산가족 관련 남북 정부[들]의 공식적 입장과 우월성을 홍보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됐다”(이수정, “인도주의 분단정치: 민주화 이전 한국 사회 남북 이산가족 문제”, 《현대북한연구》 18권 2호). 또는 정권에 대한 불만을 무마하기 위해 이산가족 상봉 카드를 꺼내곤 했다.

자유 왕래

박근혜 정부도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등한시했다. 역대 정부들과 마찬가지로, 박근혜 정부도 이산가족에 관한 정확한 통계조차 파악하지 않고 있다. 상봉을 정례화하고 이산가족 전체 명단을 북한과 교환하겠다면서 말이다! 박근혜 정부는 이번 이산가족 상봉을 “노동 개혁” 강행 추진에 따른 불만 달래기와 총선을 위한 카드로 보는 듯하다.

박근혜는 이산가족 문제에 관해 “인도적 견지”를 갖추라고 북한에 촉구했다. 그러나 정작 박근혜 정부는 자신의 의사에 반해 남한으로 오게 된 탈북자 김련희 씨의 요구는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김련희 씨는 북한의 가족 품에 돌아가고 싶어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그의 송환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그만큼 박근혜의 ‘인도주의’는 매우 위선적이다.

북한 당국의 태도도 다를 바 없다.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금강산 관광 재개 같은 쟁점과 연계해 협상 카드로 다뤄 왔다.

남북 당국은 이산가족들이 자유롭게 만나고 함께 살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 통일 이전의 독일에서는, 1972년부터 동·서독 기본조약 체결로 상호 방문의 여건이 개선됐고 우편과 통신 교류도 허용돼 왔다. 그래서 1986년 한 해에만 서독 주민의 동독 방문은 약 6백40만 명, 동독 주민의 서독 방문은 약 2백만 명에 이를 정도였다. 그런데 한국전쟁이 끝난 지 60년이 넘도록 우리는 이산가족의 고향 방문은커녕 서신 교환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남북 당국이 교류와 협력을 말할 때조차, 실제로는 자유 왕래와 남북 주민 접촉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이산가족뿐 아니라 원하는 모든 사람들이 남과 북을 자유롭게 여행하고 거주할 자유도 보장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