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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 더 옥죄는 출입국관리법 개악 반대한다

한국 정부는 출입국관리법을 개악해 이주민에 대한 통제를 더욱 강화하려 하고 있다. 정부가 올해 1월 발의한 개정안은 출입국 심사를 더욱 까다롭게 하고, 그동안 사회적 지탄을 받아 온 불법적이고 폭력적인 미등록 이주민 단속을 합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강제퇴거 할 수 있는 처벌 대상도 확대해 이주민들을 더욱 위축시키려고도 한다.

특히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있다는 의심만으로 출입국 관리 공무원이 사업장 등에 출입해 단속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심각한 문제다. 기존에도 영장 없이 자의적으로 이뤄지는 폭력적인 단속 과정에서 이주노동자가 다치거나 심지어 숨지는 일이 끊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불법성 시비가 있었는데, 아예 이를 합법화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마치 한국인의 일자리를 빼앗고 범죄의 온상인 양 호도하며 이런 천대를 정당화하려 한다. 그러나 이들은 오히려 인력이 부족한 곳에서 저임금으로 일하며 한국 경제에 기여해 왔다. 또한 불안정한 체류 자격 때문에 오히려 범죄의 피해자가 될 위험성이 더 크다.

테러리스트

여기에 더해 9월 9일 정부는 출입국 관리 공무원이 운송업자로부터 승객의 예약정보를 사전에 받아 자의적으로 탑승권 발급을 막을 수 있도록 하는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기존에는 이륙 혹은 출항 후 정보를 넘겨받아 국내 공항이나 항만에 도착한 후에 입국심사가 이뤄졌는데, 아예 출발지에서부터 탑승을 막으려는 것이다.

이는 국경 통제를 강화해 이주민들의 입국을 더욱 위축시키는 효과를 낼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정부가 자의적으로 이주민을 선별하는 권한이 강화돼 정부의 마음에 들지 않는 이주민의 입국은 더욱 제한될 수 있다. 한국 정부는 지금까지도 국제 시위나 정부 비판 행사에 참가하려고 한국에 온 활동가들을 여러 차례 입국 금지했다. 역대 이주노조 간부들도 여전히 입국 규제 대상이다. 정부는 이와 같은 인사들이 한국 땅에 도착하기 전에 막아 논란의 소지 자체를 없애버릴 수 있다.

또한 난민들의 입국도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난민법에 따르면 난민 신청을 하려는 국가의 출입국항에서 난민 신청이 가능하다. 급하게 출신국을 빠져나오는 난민들은 비자 등 입국에 필요한 서류를 제대로 갖추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런데 출입국 관리 공무원이 운송업자로부터 받을 몇 가지 서류만을 근거로 탑승을 막는다면, 난민은 출입국항에서의 난민 인정 신청조차 불가능해진다.

정부는 ‘테러 방지’를 이유로 들었는데, ‘이라크·시리아 이슬람 국가’ 등 정부가 흔히 테러리스트로 지목하는 세력이 활동하는 지역이 최근 난민이 급증하는 곳이라는 점도 더욱 이런 의심이 들게 한다.

대응

이주 운동진영은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해 정부의 출입국관리법 개악을 저지 혹은 최소화하려는 대응을 하고 있다. 물론 이 개정안은 정부의 개악안뿐 아니라 기존 출입국관리법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데 아무리 진보적인 출입국관리법 개정안도 출입국관리법의 본질인 이주 규제를 근본에서 부정할 수는 없다. 그래서 이번 개정안도 출입국 단속 때 영장주의를 도입해 폭력적 단속을 완화하려 하지만, 그러다 보니 적법 절차를 지킨 “합법적” 단속에는 반대하기 어려운 맹점이 생긴다. 그러나 이미 20만 명에 달하는 이주노동자들이 이러저러한 이유로 “불법” 체류로 내몰린 현실을 감안할 때 단속 추방 자체에 반대하지 않고서는 미등록 이주민을 온전히 방어하기가 어려워진다.

게다가 운동진영이 낸 개정안은 새정치연합 의원들을 통해 발의하는 과정에서 일부 내용만 취하는 것으로 축소됐다. 출입국관리법 개악에 비판적인 의원들도 출입국 규제는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 이주 운동이 정부의 개악을 저지할 힘이 없으니 최악이라도 막아 보자는 심정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진보진영이 이주 규제를 부분적으로라도 수용한다면 이주민의 고통을 온전히 대변하지 못해 이주 노동의 힘은 더욱 제한될 수 있다. 이주 운동은 모든 종류의 이주민 통제, 출입국 규제 강화에 반대하는 요구를 내걸고, 운동을 건설해 나가는 것이 옳을 것이다.

추천 소책자

이주노동자, 일자리를 빼앗는 적인가 함께 싸워야 할 동지인가?

  • 이정원 지음, 3,000원, 56쪽, 노동자연대
  • 구입 문의 : 02-2271-2395 wsorg@ws.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