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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법안 제·개정 이후의 일본 반反아베 운동

아베 정권의 ‘안보법안(일명 ‘전쟁법안’)’이 7월 16일 중의원(하원)에 이어 9월 19일 참의원(상원)을 통과했다. 지난해 7월 1일 헌법 해석 변경을 통해 집단적 자위권을 용인한 이후 1년 2개월 만이다. 안보 관련 법안 제·개정에 1년 넘는 시간이 걸린 것은 반대 운동의 저항이 있었기 때문이다.

‘안보법안’에 반대해 끈질기게 운동을 건설해 온 일본의 운동 단체들이 단결하자, 그동안 불만은 있으나 나서기를 꺼려하던 일본의 평범한 노동자, 시민, 학생들이 자신감을 갖고 ‘아베 즉각 퇴진’을 외치며 전국에서 1백만 명이 거리로 나섰다.

이제 일본 지배자들은 전 세계에서 미국 등과 함께 전쟁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놓았다. 아베 정권은 당장 남수단에서 유엔 평화유지활동(PKO)을 벌이고 있는 자위대에 새로운 안보법을 적용해 임무를 확대하려 한다. PKO 활동 중인 자위대의 무기 사용 기준을 완화하고 현지에서 외국군 등이 공격을 받을 경우 자위대가 긴급 출동해 무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출동 경호’ 임무를 추가한 ‘실시 계획’을 내년에 각의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또 10월 1일에는 방위성 전체 예산의 약 40퍼센트를 집행하고 무기 개발·구입·수출을 총괄하는 ‘방위장비(무기)청’을 신설해 앞으로 활동 폭이 넓어질 자위대를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안보법안’이 성립됐다 해서 일본 지배자들이 바로 전쟁을 벌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헌법 9조가 존재하고 있고(안보법제에 대한 위법성 논란), 이번 운동에서 급진화한 사람들의 저항과 반대 여론이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기 때문이다. 아베의 비민주성과 거만함 때문에 한동안 반대 여론과 운동이 유지될 것 같다.

법안 성립 이후에도 ‘전쟁법 폐지, 아베 퇴진’ 운동이 끈질기게 벌어지고 있다.

‘총력행동 실행위’는 9월 19일 즉각 성명을 내고 “우리는 전국에서 벌어진 항의 행동으로 정부·여당을 궁지에 몰아넣었고 민주·공산·사민·생활당의 연대를 만들어 내 야당의 투쟁을 강화하는 획기적인 상황을 만들었다. 우리의 행동을 계속될 것이고 반드시 전쟁법 발동에 제동을 걸고 이를 폐지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10월 2일 열린 ‘아베 정권 NO! 대행진’에는 아베가 추진하는 ‘전쟁법’, 핵발전소, 헌법 개악, 오키나와 미군기지, 특정비밀보호법, TPP, 소비세 증세, 사회보장 삭감, 노동법 개악, 차별·혐오 선동, 농업·교육 정책 등에 반대하는 수만 명이 모였다. 이들은 아베가 추진하려는 정책들에는 “사람 목숨을 가벼이 여기고 국가를 위해 희생시키려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아베는 물러나라고 외쳤다.

한편 일본공산당은 9월 19일 “전쟁법 폐지를 위한 국민연합정부”를 제안하고 나섰다. 이들은 ‘전쟁법’ 폐지, 아베 정권 타도 투쟁을 더욱 발전시키고, ‘전쟁법’ 폐지에 동의하는 정당·단체·개인이 함께 국민연합정부를 만들자고 호소하고 있다. 이를 위해 내년 7월 참의원 선거(중의원 해산 시 총선)에서 반反아베(자민당) 선거연합을 제안한 것이다. 이를 위해 일본공산당은 노동조합, 시민사회단체 등을 만나 간담회를 열고 있다.

일본공산당의 ‘국민연합정부’ 구성을 위한 ‘선거 연합’이 적지 않은 운동 단체들에게 ‘전쟁법’ 성립 이후 운동의 대안으로 비춰지고 있는 듯하다. 학생·청년 운동으로 주목 받고 있는 ‘실즈(SEALDs)’ 등 운동 진영과 민주당 등은 선거 연합을 통한 국민연합정부 구상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큰 이변이 없는 한 운동의 무게 중심은 선거 대응로 옮겨 갈 것으로 보인다. 지금 일본의 많은 사람들은 다수의 의견을 무시하고 폭주하는 정부가 아닌 다수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생명을 존중하는 정부가 들어서길 바라고 있다.

다만, 10개월 뒤에 있을 참의원 선거에서 어느 정도 실질적인 선거 연합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그리고 이미 지난 2012년 여름을 정점으로 고양됐던 일본의 반핵·반원전 운동이 같은 해 12월 총선 대응으로 선회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당시 많은 사람들이 집권 민주당의 후퇴와 배신에 실망해 있는 반면, 대안적 정치 세력은 부재해 아베가 총리가 됐다.

따라서 운동에 함께 한 정치가들에게 “이제 우리의 편에 설지 저들의 편에 설지 결정해야 할 것”이라는 반아베 운동의 목소리가 힘을 받으려면, 그들을 강제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을 보여 주는 것이 중요하다.

아직 이 운동의 향방이 결정된 것은 아니다. 아베 정권에 맞서 저항하고 행동하는 일본 노동자·민중에 주목해야 한다.

그리고 일본 지배자들의 군국화 야욕과 강한 일본 만들기는 아베 개인의 욕심만이 아니라 세계경제 장기화한 위기 속에 치열해지는 제국주의 경쟁을 반영하고 있다. 따라서 일본에서도 궁극적으로 반자본주의적 노동자 운동이 성장하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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