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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성모병원‍·‍인천성모병원 투쟁:
무한 돈벌이 경영과 노동자 탄압에 맞선 투쟁에 지지와 연대를

지난 10월 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제성모병원의 건강보험 부당 청구와 인천성모병원의 노동 탄압에 대한 홍명옥 인천성모병원 지부장의 증언이 있었다.

올해 초 국제성모병원은 직원들의 가족‍·‍친인척을 동원해 허위 진료기록을 작성하고, 건강보험을 부당 청구한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은 바 있다. 그러자 인천성모병원 사측은 홍명옥 지부장을 ‘내부 제보자’로 지목해 괴롭혔고, 결국 홍명옥 지부장은 출근길에 쓰러져 입원 치료와 3개월간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했다.

보건의료노조와 홍명옥 지부장은 문제 해결을 위해 사측에 대화를 요구했지만, “이학노 몬시뇰 병원장 신부와 [국제성모병원과 인천성모병원을 운영하는] 천주교 인천교구는 5개월 동안 단 한 차례도 대화에 임하지 않았다.” 오히려 인천성모병원 사측은 홍명옥 지부장이 “무단결근” 하고, “해사 행위”를 한다며 징계 위협을 가했다.

이 때문에 수개월째 천주교 인천교구 앞에서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7월에는 45개의 인천 노동시민사회 단체가 모여 ‘천주교 인천교구의 자성과 국제성모병원, 인천성모병원 정상화를 위한 인천시민대책위원회(이하 인천대책위)’를 만들었고, 인천지역의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공동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또, 민주노총 인천본부는 인천의 사업장 곳곳에 인천성모병원을 이용하지 않겠다는 현수막을 걸고 과잉진료 신고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홍명옥 지부장은 최기산 인천교구 주교에게 면담을 요구하며 일주일 동안 단식농성을 진행하고, 아예 교황을 만나기 위해 직접 바티칸에 다녀오기도 했다.

그리스도의 사랑 = 수익?

투쟁이 확산되면서 그동안 인천성모병원 사측이 자행한 노조 탄압과 천주교 인천교구의 돈벌이 경영 및 비리가 더 구체적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천주교 인천교구는 10년 전에 부평성모자애병원을 인수해 ‘인천성모병원’으로 이름을 바꾸고, 8백 병상의 15층짜리 건물을 세우는 등 규모를 계속 키워 왔다. 또한, 2백억 원 넘는 부지를 매입했는데, 여기에 최첨단 의료시설과 병실까지 갖추려 한다. 그런데, 얼마 전 인천시가 애초 공공시설을 세우려 한 이 부지의 인근 땅을 민간에 매각해서 종합의료시설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으면서, 인천성모병원에 대한 특혜 논란이 일었다(〈오마이뉴스〉2015년 8월 20일자 보도).

한편, 천주교 인천교구는 지난해 1천 병상의 국제성모병원을 신축 개원하고, “안정적인 의료진 수급을 위해 관동대학교를 사서 가톨릭관동대학교를 설립했다. 관동대 인수에 450억 원과 경영 정상화를 위한 현물 출자 1040억 원이 투입되었다고 한다.”(〈가톨릭뉴스 지금 여기〉 2015년 9월 4일자 보도) 국제성모병원과 인천성모병원의 무한 돈벌이 경영과 노동자 탄압은 “과도한 사업 확장으로 병원 사업이 위기에 처한 것(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전략기획단장)”을 사실상 병원 노동자들과 평범한 사람들에게 떠넘기려 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의료민영화를 더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대형병원의 돈벌이 경영이 새삼스런 일은 아니다. 그러나 국제성모병원과 인천성모병원은 노동조합이 위축되고 약화된 틈을 타 경악할 수준으로 직원과 노동자들을 쥐어짰다. 심지어 한 의사가 병원의 특진 독려에 항의해 내부게시판에 특진을 그만두겠다는 글을 올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인천성모병원은 올해 상급종합병원으로 승격했다. 그러나 병원 노동자들의 조건과 권리는 오히려 하급으로 추락했다. 천주교 인천교구의 병원 인수 직전에 2백30여 명이었던 조합원이 이제는 노조 탄압 등으로 11명밖에 남지 않았다. “인천성모병원은 그동안 노조 간부와 조합원에 대한 무차별적인 징계 남발, 고소‍·‍고발, 11억 8천만 원 손해배상 청구, 부동산 가압류, 단체협약 해지 통보 등을 자행해 왔다.”(보건의료노조)

인천성모병원의 끔찍한 현실이 폭로되자, 많은 이들이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는 성직자가 돈벌이 추구와 끔찍한 노동 탄압의 당사자라는 사실에 당혹해 했다. 더구나 천주교 인천교구는 ‘노동주일(부평대우자동차 정리해고를 계기로 2002년부터 시작됨)’이 설치된 유일한 교구일 만큼, 노동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 온 전통이 있다. 그래서 양심적인 성직자와 천주교 신자들의 안타까움은 더하다. 최기산 인천교구 주교가 병원장 신부를 비호하는 것에 문제의식을 느끼는 천주교인들의 목소리도 적잖게 나오고 있다. ‘가톨릭을 사랑하는 인천 사람들’ 명의로 인천교구 신자와 사제, 수도자들에게 “가톨릭 정의”를 바로 세울 것을 촉구하는 캠페인이 벌어지기도 했다.

연대

9월 22일에 병원에 복귀한 홍명옥 지부장은 “수많은 사람들이 인천성모병원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어서 이젠 두렵지 않다” 하며 따돌림을 꿋꿋이 버티고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올해 초 인천성모병원을 우선 해결 사업장으로 선정하고, “4만 5천 조합원의 힘으로 이길 때까지 투쟁해 인천성모병원을 환자존중, 직원존중, 노동존중이 실현되는 제대로 된 병원으로 만들겠다”(유지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고 결의하고, 지금까지 실천하고 있다.

지금 전국의 보건의료노조 소속 작업장들이 임단협 투쟁을 하느니만큼, 이를 적극 활용해 노동자들의 힘을 결집하고 인천성모병원 투쟁을 연결한다면, “10년의 침묵을 깨는 투쟁”(유지현 위원장)이 승리하는 데 커다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인천대책위는 지난 달부터 천주교 인천교구 앞에서 릴레이 단식농성과 촛불 집회를 이어하고 있다. 앞으로 지역 곳곳에서 이 투쟁을 알리는 거점 홍보전도 시작된다. “병원 측이 지금까지의 탄압도 부족해서 징계를 위협하는 상황”에서 “이 모든 과정 하나하나가 중요하고 절박”(홍명옥 지부장)할 수밖에 없다. 인천성모병원 투쟁에 대한 지지와 연대가 더 확산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