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을 강력히 규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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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2일 박근혜 정부가 결국 중·고교 역사교과서의 국정 전환을 공식 발표했다
이와 함께 박근혜 정부는 9월 23일에 고시했던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총론도 수정 고시할 예정이다. 현 정부의 임기가 끝나기 전인 2017년에 중·고교에서 국정교과서가 쓰이게 하려는 것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 총론은 중·고교에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되는 해를 2018년으로 했었다.
정부 계획에 따르면, 2016년 1학기까지 국정교과서의 현장 검토본 제작을 마치고, 2학기에 일부 학교에서 시범 활용한 뒤, 2017년 전국 중·고교에 국정교과서를 배포한다.
국정교과서는 집필과 편찬뿐 아니라 수정과 개편 권한이 모두 교육부에 있는 독점적 지위의 ‘교과용 도서’다. 그런 만큼 국정교과서는 학생들에게 정권의 입맛에 맞는 역사 해석을 가르치는 데 이용될 것이다. 이 때문에 이미 많은 역사학자와 교수들, 현직·예비 역사 교사 들이 반대해 왔다.
국정화 반대 여론이 상당하고, 교과서 국정화가 국제적으로도 구시대 유물 취급을 받는 터라, 보수 일간지들도 국정화에 대해서는 다소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해 왔다. 물론,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강경하게 국정화를 밀어붙이자 보수 언론들도 정부 지원 사격에 나서고 있다.
편향성?
10월 11일에 열린 교육부와 새누리당의 당정협의도 현행 검정교과서들을 공격했다. 교사들이 검정교과서들을 통해 “계급투쟁론에 근거한 민중사관”과 “김일성 주체사상”을 가르치는 등 기존 검정교과서가 “북한의 통일전선 전략에 이용되고 있다”고 말이다. 한마디로, 현행 검정교과서들이 “좌편향”이고 “종북” 성향이라는 것이다.
정부와 새누리당이 ‘편향성’을 말하는 것은 위선이다. 박근혜 정부는 집권 초부터 역사 관련 기관의 책임자들을 뉴라이트 성향으로 대체했다.
국정 역사교과서의 편찬을 맡게 될 국사편찬위원회
교육부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 이배용은 2012년 대선 때 박근혜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의장이었고, 뉴라이트 성향 학자들이 만든 ‘바른역사국민연합’의 원로자문단 일원이었다.
마찬가지로 교육부 산하 연구기관인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 김호섭은 8월 15일을 건국절이라고 주장했고,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를 옹호한 인물이다.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는 식민지근대화론으로 일본 식민 지배를 옹호하고, 이승만·박정희 정권과 그들을 후원한 미국 제국주의를 찬양해 대중적 반감을 사고, 결국 학교들의 채택률이 0퍼센트대로 머무는 뉴라이트 성향의 교과서다. 김호섭은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를 비판한 야당 의원들을 비난하는 성명에 연명한 바 있다. 김호섭의 전임자 김학준은 뉴라이트 성향의 한국현대사학회 창립준비위원장이었다.
이처럼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고, 제국주의와 시장주의를 예찬하는 이들을 역사 관련 기관의 책임자로 계속 앉혀 온 박근혜 정부가 ‘편향성’ 운운하며 교육의 ‘중립성’을 거론하는 것은 역겨운 일이다.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2015 개정 교육과정의 목적
박근혜 정부는 2013년에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를 밀어 주며 ‘역사 전쟁’을 시도했다가 참패했다. 그러자 이젠 아예 교과서를 국정화해 친일·독재를 미화하려 한다.
최근 박근혜가 박정희의 새마을운동을 자주 언급하는 것도 이와 관련 있는 듯하다. “새마을운동은 개도국 개발협력의 효용을 극대화할 수 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가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려는 데에는 박정희의 명예 회복이나 친일·독재 미화 이상의 목적도 있다.
9월 23일 고시된 ‘2015 개정 교육과정’의 특징을 함께 살펴보면, 그 목적은 다음과 같다.
첫째, 지배계급 입장에서 서술된 역사를 더 많이 가르치려 한다. 즉, 왕조·국가의 흥망성쇠, 국가 체제 정비 과정을 주로 다루는 제도사와 이민족
반대로 일제 강점기 의병 투쟁 같은 저항 운동을 다루는 내용은 축소된다. 세계사 교육과정도 비슷한 방식으로 바뀐다.
둘째, 시장주의와 경제 성장 예찬 등 자본주의 체제를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 교육을 더 한층 강화하려 한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역사 교육과정의 경우, 기존의 ‘산업화의 빛과 그늘’이라는 식의 관점에서조차 더 후퇴해 경제 성장의 성과를 주로 강조하는 내용이 강화된다. 필수 과목으로 신설된 고등학교 《통합사회》는 “시장 경제에서는 각종 경제 문제가 기본적으로 가격기구에 의해 해결되고 있”고, “시장 경제에서 안정적인 경제생활을 위해 금융 자산의 특징과 자산 관리의 원칙을 파악”하는 것을 학습 목표로 한다.
셋째, 학교 교육의 목표가 기업에 필요한 노동자 육성하기라는 점을 더욱 노골화하려 한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은 “역량 중심” 교육과정임을 표방하며 학생들의 “핵심역량”을 길러 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역량 중심’ 교육과정이나 ‘핵심역량’이라는 개념은 기업에 필요한 능력을 지닌 노동자를 길러 내는 데 목적이 있는 직업교육의 맥락에서 연구돼 온 개념이다. 즉, 졸업 후 노동시장에 진출했을 때 스스로 살아남을 수 있고 기업이 원하는 노동자가 되라고 학생들에게 가르치겠다는 것이다. 특히 과거 ‘실업계’라고 불리던 특성화고의 교육과정은 전문대학이나 직업훈련기관에 적용되던 국가직무능력표준
국정화 강행에 맞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에는 우파를 결집시켜 총선을 돌파하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정치적 계산이 작용하고 있다. 마치 2012년 총선 때 종북 논란으로 야권연대를 공격하고, 대선 때는 노무현 정부의 ‘NLL 포기’ 논란으로 문재인 측을 맹비난하며 보수층을 결집시켰듯이 말이다. 새정치연합도 국정 교과서를 핵심 쟁점으로 삼아 야권 지지층을 결집시키고자 한다.
그렇다고 해서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기성 정치권의 문제인 것만은 아니다. 노동계급의 문제이기도 하다. 친일파와 독재를 미화할 뿐 아니라 노동자 착취와 투쟁의 기억을 은폐하고 자본주의 체제를 정당화하려는 정치적·이데올로기적 투쟁의 일환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착취를 더한층 강화하려는 “노동개혁” 같은 노동자 공격을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를 유포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조직된 노동계급이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투쟁에 나서야 한다. 특히, 전교조와 민주노총은 박근혜의 “노동개혁”에 맞선 투쟁에 더해 국정화 반대 투쟁에 적극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