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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파업 당시의 민주노총 침탈 관련 재판 방청기:
고압적 분위기에도 당당하게 정당성을 주장하다

2013년 12월 중순 철도 노동자들은 국민들의 발을 묶을 철도 민영화 중단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갔다. 대한민국 국민의 70퍼센트가 넘게 민영화를 반대했고 철도 파업을 지지했다. 박근혜 정부는 정당한 철도 파업에 어떻게든 재를 뿌리기 위해 철도 노조 지도부를 ‘검거’한다며 12월 22일 민주노총 건물을 폭력적으로 침탈했다. 경찰은 망치로 유리창을 부수고 최루액을 무차별적으로 쏘아대며 2백여 명의 노동자, 학생, 시민단체 활동가들을 폭력적으로 연행했다. 당시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회원인 박혜신 동지와 청량리 기관차 승무지부 동지들 5명은 민주노총 사무실을 사수하다 연행됐고 이후 특수공무집행방해죄로 기소됐다. 그 동지들은 정식재판을 청구했고 지난 10월 14일 1심 재판이 진행됐다. 나는 이 재판을 철도 파업의 정당성을 지지하는 동지들과 함께 방청했다.

철도 파업 당시, 폭력적으로 민주노총 사무실을 침탈한 경찰. ⓒ이윤선

박혜신 동지와 철도 노동자 동지들은 법정에서 아주 당당하게 철도 파업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특히 박혜신 동지의 최후 진술은 법정에 있던 모든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박혜신 동지는 “99%를 대변한 투쟁, 철도파업에 동참하고 엄호한 저와 철도 노동자들은 무죄입니다” 하고 주장하며 최후진술을 시작했다. 고압적인 법정 분위기에도 자신의 무죄를 당당하게 주장하며 진술을 시작하는 것이 정말 놀라웠고 대단해 보였다.

“소방관까지 동원한 폭력적 침탈”과 “1백16억 원 대의 가압류, 1백50억 원 대의 손해배상 청구” 등 뒤끝 있는 정부의 대응에 대한 폭로도 뒤따랐다. 이 이야기를 들으며 그 당시에 느꼈던 분노가 다시금 솟구쳤다. 심지어 폭력 침탈 자체는 “수색영장이 분명히 기각되었음에도 무리하게 진행” 되었다며 누가 진짜 불법을 자행했는지 되물을 때에는 정말 통쾌했다. 또한 지금도 “박근혜 정부는 노동자들의 임금, 일자리를 훔쳐가려는 노동시장 구조개악과 역사를 훔치려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정부의 민낯을 낱낱이 폭로할 때 정말 속 시원했다.

특히 “저와 같은 대학생들에게 철도 파업은 억눌린 청춘의 불만을 표출할 수 있는 희망적 창구였고, ‘안녕들하십니까’라는 말은 대학생의 시대 정신을 대표하는 문장이 되었습니다” 하고 주장했을 때 나는 눈물이 울컥할 정도로 감명받았다. 2013년 말 내가 발 딛고 있는 캠퍼스에서도 ‘안녕들하십니까’ 열풍이 불었다. 철도 파업을 지지하고 박근혜 정부를 비판하는 대자보가 게시판도 모자라 각 건물 벽까지 전부 도배됐었다. 내 주위에 취업으로 힘들어하고 썩은 정부에 분노하는 친구들이 이렇게 많구나 하고 느낄 수 있었다. 법정에서 이런 청년, 학생들의 정서를 이야기하고 운동의 대의를 주장하는 것을 들을 수 있어 정말 감동스러웠다. 또한 이런 주장을 법정에서도 펼치는 박혜신 동지와 함께 활동한다는 것이 자랑스러웠다.

박혜신 동지는 “공공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투쟁에 나선 철도노동자들과 함께 불법적 침탈에 맞서 저항했던 저의 행동을 결코 후회하지 않습니다. 저와 철도 노동자들은 무죄입니다”라며 최후진술을 마무리지었다. 최후진술이 끝나자 방청석에서는 자연스레 큰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훈계

법정이 떠나갈 만큼 큰 박수갈채가 터지자 이제까지 호의적으로 구는 척했던 판사가 태도를 싹 바꿔 어처구니없는 훈계질을 하기 시작했다. “방청석, 누구입니까. 이 사건과 관계되어 있습니까” 하고 을러대더니 “여기가 시위장소입니까? 공청회 장소입니까?” 하고 신경질을 부렸다. 심지어 박혜신 동지에게 “표현이 걸러져야 한다”고까지 주제 넘는 훈수를 두며 불편한 기색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진짜 압권은 “누가 감히 법정에서 [박수를 칩니까]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세요” 라고 어른이 애 가르치듯 이야기한 것이다. 짐작건대 이런 식의 개입으로 그 다음 노동자들의 발언도 어느 정도 통제하고 방청 온 우리의 사기도 떨어뜨리려는 속셈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다음 이어진 철도 노동자들의 발언은 이러한 판사의 시도를 좌절시켰을 뿐 아니라 방청석에도 큰 영감을 주었다.

5명의 동지들이 호명되는 순으로 발언했다. 첫 동지는 “밤에 6층에서 사무실을 지키고 있었다. 그러다 식사를 하러 내려왔는데 갑자기 유리파편에 맞고, 최루액을 너무 뿌려 마스크 쓰고 있다가 연행됐다” 하고 진술했다. 그 때 당시 긴박한 상황과 경찰이 얼마나 무자비하게 진압했는지 느껴졌다. 그 후 3명의 노동자들이 “저는 옳다고 생각한 일을 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습니다”라며 당당하게 주장했다. 그러자 판사는 “다섯 분도 박혜신 씨 말에 공감하는 부분이 있어 (최후진술을) 생략한 것입니까?” 하고 물었다. 그러자 노동자들은 입을 모아 “예”라고 대답했다. 이때 정말 전율이 일 정도로 크게 감동받았고 철도 파업을 지지해 온 내가 옳았다는 것이 입증된 것 같았다. 운동의 대의를 방어하고 정당성을 주장하는 동지들을 보며 나의 자신감이 더 올라갔다.

박혜신 동지가 최후진술에서 이야기했듯이 악랄한 박근혜 정부는 철도 파업 이후로도 노동시장 구조개악,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 등 법과 원칙을 차근차근 어겨나가고 있다. 예견된 참사인 세월호 참사 앞에서 그 어떤 것도 못한 무능한 정부임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런 박근혜 정부에 맞서 노동자 계급이 나아가야 할 길을 보여 준 철도 파업을 단순히 2년 전 일로만 취급해서는 안 될 것이다.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법정에서 철도 파업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는 박혜신 동지와 철도 노동자들이 승리할 수 있도록 끝까지 이 싸움에 지지와 관심을 보내자.

박혜신의 최후진술문

“철도노동자가 아니라 모두의 안녕을 파괴한 정부가 이 법정에 서야 한다”

재판장님, 99%를 대변한 철도파업에 동참하고 엄호한 저와 철도 노동자들은 무죄입니다.

박근혜 정부와 검찰은 철도 노동자들과 저에게 불법이라는 딱지를 붙일 자격이 없습니다. 오히려 박근혜 정부야말로 국정원 대선 개입 등 뿌리부터 불법 비리 아닙니까. 민주노총 침탈 당시에도 그랬습니다. 저와 철도 노동자들은 공공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정당하게 전개된 철도 파업을 엄호하고, 철도노조 지도부를 탄압하기 위해 민주노총을 불법적으로 침탈한 경찰에 맞서다가 연행됐습니다.

저는 경향신문 유리문 바로 앞에 있었습니다. 경찰은 사람의 목숨을 살려야 하는 소방관까지 동원해 유리를 깨고 저와 철도 노동자들을 향해 최루액을 쏘아 부었습니다. 그리고 저를 비롯한 노동자들을 폭력적으로 연행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수색영장이 분명히 기각되었는데 경찰은 민주노총을 침탈했고, 맥심 커피 믹스를 훔쳐갔습니다. 도대체 누가 불법입니까. 지금도 박근헤 정부는 노동자들의 임금, 일자리를 훔쳐가려는 노동시장 구조개악과 역사를 훔치려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법과 원칙입니까! 애초부터 박근혜 정부는 자신의 공약인 ‘국민과의 합의’를 지키려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국민들을 대변한 것은 정부가 아니라 철도 노동자들이었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재벌-기업의 수익성을 더 높이겠다는 이유로 공공의 이익과 배치되는 철도 민영화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이윤을 향해 질주하는 이 사회와 정부는 결국 세월호 참사를 낳았고, 그 이전부터 철도 노동자들은 이 예견된 참사를 막기 위해 투쟁에 나섰던 것입니다. 노동조건, 요금 폭등, 대형참사, 인력 감축의 재앙을 불러 올 철도 민영화에 반대하는 철도 노동자들의 파업은 평범한 사람들을 대변하는 투쟁이었습니다.

철도 파업은 유신의 딸답게 대중을 폭압적으로 억누른 박근혜 정부에 대한 반감으로 표출되어 매우 광범한 사람들에게 희망을 안겨 줬습니다. 1백만 명이 훨씬 넘는 사람들이 서명에 동참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저와 같은 대학생들에게 철도 파업은 억눌린 청춘의 분노를 표출할 수 있는 희망적 창구였고, ‘안녕들하십니까’라는 말은 대학생의 시대 정신을 대표하는 문장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정부와 철도공사 측은 자신들을 위기에 몰아 넣은 철도노조에 앙갚음이라도 하듯 악랄한 탄압을 퍼부은 것입니다. 8천여 명 직위해제, 35명 체포영장 발부, 5백여 명 중징계 방침, 1백16억 원 대의 가압류와 1백50억 원 대의 손해배상 청구. 정부와 사측의 탄압은 어느 때보다 강했고 신속했습니다. 민주노총 침탈 당시 7천여 명 가까이 동원된 경찰들의 움직임은 그에 상응했습니다. 게다가 그 불법 침탈의 목적은 지난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김명환 위원장 등을 잡기 위함이었습니다.

재판장님, 국민의 발을 지키기 위해 정당한 파업을 전개한 노동자들이 범죄자입니까. 다수의 이익을 파괴한 정부와 검-경찰이 범죄자입니까. 법정에 서야 할 것은 공공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공공을 대표해 투쟁한 철도 노동자들이 아닙니다. 우리 모두의 안녕을 파괴하려 한, 그리고 여전히 파괴하고 있는 박근혜 정부와 검-경찰이 이 법정에 서야 합니다.

저는 불법 침탈에 맞서 철도 노동자들과 함께 저항했던 그 당시 저의 행동을 결코 후회하지 않습니다. 저와 철도 노동자들은 무죄입니다. 이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