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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혁명가들은 노동당에 입당해야 할까?

많은 사회주의자들이 코빈을 방어하려면 노동당에 입당해야 하지 않을까 고민할 것이다. 샐리 캠벨은 노동당 입당이 혁명가들에게 올바른 전술인지 의문을 제기한다. [ ] 안의 말은 〈노동자 연대〉 편집팀이 독자의 이해를 돕고자 덧붙인 말이다. 그리고 몇몇 특수 사례는 좀 더 일반적인 용례로 바꾸기도 했다.

숀 도어티는 노동당의 코빈 지도부를 지지·방어하는 것이 사회주의자들에게 ─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에게도 ─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개략적으로 설명했다(5~6면의 글 참고). 그런데 코빈이 노동당 대표직을 지킬 수 있도록 돕기를 염원한다면, 아예 노동당에 입당하는 게 낫지 않을까? 전투가 벌어질 곳도 노동당일 테고, 당내 우파에 맞서 코빈 지지자가 많이 필요한 곳도 노동당 안이니 말이다.

이것은 원칙의 문제는 아니다. 예나 지금이나, 여러 혁명적 사회주의 단체들은 노동당을 비롯한 개혁주의 정당 안에서 조직해 왔다. 코빈이나 존 맥도넬 같은 참된 사회주의자들이 이끄는 노동당이라면 [그 안에서 조직하기가] 괜찮을 수 있다고 많은 사회주의자들이 생각할 법하다. 그들은 옳게도, 그리스 시리자, 스페인 포데모스, 스코틀랜드 국민당, 버니 샌더스 등 유럽 등지에서 긴축 반대와 인종차별 반대 주장을 중심으로 정치 세력들이 결집하는 새롭고도 놀라운 현상이 영국에서는 코빈 당선으로 표현됐다고 본다.

도어티는 코빈 지지자가 거의 없는 노동당 의원단 내에서 코빈이 직면한 압력과 공격을 설명했다. 분명 기층 지역위원회들에서도 논쟁이 있을 것이다. 코빈을 지지하며 가입한 신입 당원들을 결속시키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토론하기 위한 비공식적 당 활동가 모임들이 이미 열리고 있다. 노동당은 블레어 집권기에 활동가 기반에 출혈이 있었는데, 코빈을 지지하며 입당한 새로운 피는 분명 노동당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수 있다.

혁명가들은 노동당에 입당하지 않되, 제러미 코빈의 지지자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으며 여러 운동을 건설해야 한다. ⓒ출처 RonF(플리커)

많은 신입 당원들은 ─ 재입당한 옛 당원들이나 생기를 되찾은 기존 당원들도 ─ 긴축 반대 운동에 참가할 것이고, 어쩌면 민중의회를 통해 참가할 수 있다. 그들은 난민 환영 집회에 참가해 시위를 벌이다 코빈의 승리 소식을 들었을 수도 있고, 5월 총선에서 보수당이 승리한 뒤 즉각 벌어진 여러 시위 중 하나를 조직했을 수도 있다.

요컨대, 그들은 혁명가들이 관계 맺고 협력해야 할 소중한 활동가들이다.

그러나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이 노동당에 입당하는 것은 옳다고 보지 않는다. 여기에는 과거와 최근의 경험에 근거한 중요한 이유가 있다. 첫째, 노동당은 집권해 개혁 입법으로 사회를 개혁할 목적으로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에 맞춰진 정당이다. 선거주의의 압력은 의원단의 우파들과만 관계 있는 것은 아니다. 노동당의 성공은 선거 득표를 기준으로 측정되므로 어떤 정책이든 지지율을 끌어올리지 못하면 신속하게 폐기된다.

의회에 초점을 맞추는 것의 또 다른 문제점은 영국 국가의 권위를 인정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여왕 앞에서 무릎을 꿇어야 한다거나, 영국 국가 관료 양성소인 옥스포드대학교에서 열리는 우스꽝스런 행사[영국 총리 데이비드 캐머런이 옥스포드 재학 시절 사교 클럽 입회식 때 신체의 ‘은밀한 부분’을 죽은 돼지머리 입 속에 집어넣는 행위를 했다는 내용이 얼마 전 출간된 캐머런 평전에 포함돼 파문이 일었다]에 참석하는 ‘전통’을 따라야 한다는 압력도 받는다. 바로 이런 기준에서 언론은 이미 코빈이 애국가를 부르지 않고 넥타이를 매지 않는다고 비난한다.

이것은 단지 허례허식을 따르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다. 영국 육군의 고위 장성 한 명은 코빈이 총리가 돼 “영국의 국방력을 약화”시키려 하면, 즉 트라이던트 핵잠수함 폐기 공약을 이행하려 하면 쿠데타를 일으키겠다고 협박했다. 이는 그냥 말로만 하는 협박이 아니다. 노동당 해럴드 윌슨이 총리였던 1968년에 실제 [쿠데타] 음모가 있었다.

노동당 의원단과 평당원들 사이에는 큰 차이점들이 있지만, 의원단이 노동당에서 지도적 구실을 하며 평당원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영향력이 있다. 그래서 평당원과 비당원 지지자 다수의 지지를 받지만 대다수 의원단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당을 이끌어야 하는 코빈의 처지는 녹록하지 않다. 코빈은 의원단 지도층을 넘어 평당원들에게 호소하는 동시에, 예비내각을 결속시켜야 한다. 의회 밖에서 벌어지는 운동만이 코빈에게 [당내 우파의] 압력을 버텨 내고 원칙을 고수할 힘을 줄 것이다.

코빈이 당 내의 또 다른 주요 세력인 노조 관료에게 얼마나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지는 지금으로서는 불확실하다. 예컨대 영국일반노조(GMB) 사무총장 폴 케니는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지도자가 잘 하는 짓이다!)

국가에 타협해야 하는 처지인 의원단, 사용자와 노동자 사이를 중재하는 노조 관료가 지배하는 노동당은 그 안에 출중한 사회주의자가 얼마나 많든지 간에 근본적 사회 변혁을 위한 수단이 될 수 없다.

코빈이 다른 기성 정치인들에 견줘 비할 데 없이 급진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코빈의 정책은 전통적인 사회민주주의 정책에 가깝다. 긴축 폐기, 철도 재국유화, 서민이 살 수 있는 주택 건설 등은, 많은 전통적인 경제학자를 비롯한 대다수 사람들이 동의할 만한 정책이다. 코빈은 자본주의의 작동을 근본적으로 거스르지 않는 채로 의회를 통해 이런 정책들을 이루고자 한다.

그러나 그것이 가능할가? 불행히도, 최근의 그리스 사례를 보면 그렇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의 시리자 정부가 올해 1월 25일 총선에서 당선한 것은 긴축 반대 운동의 승리였다. 시리자 정부는 유로존한테 진 부채를 갚으려면 가혹한 긴축 조처를 받아들이라고 하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유럽중앙은행·IMF (“트로이카”) 등 유럽 기관들과 국제 자본들의 어마어마한 압력에 시달렸다.

결국 치프라스는 압력에 떠밀려, 강요된 긴축 조처를 수용할지 말지를 국민투표에 부쳤다. 다시 한 번 그리스의 거리 운동이 7월 5일 국민투표에서 ‘오히’(그리스어로 ‘반대’) 투표를 할 자신감을 줬다. 그러나 치프라스는 겨우 1주일 만에 훨씬 더 가혹한 긴축안에 서명했다.

운동

이 합의로 시리자 내부에서 위기가 생기고 소속 국회의원 수십 명이 왼쪽으로 이탈해 나가자, 치프라스는 9월 말에 조기 총선을 실시하겠다고 했다. 시리자는 다시 승리했지만, 이제는 트로이카의 요구를 추진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 이제 거리의 운동은 애초에는 자신을 대표한 정부에 맞서 싸워야 한다.

10월 4일 보수당 당대회에 맞춰 맨체스터에서 열린 긴축 반대 시위. ⓒ출처 〈소셜리스트 워커〉

근본적 문제는 치프라스가 유약하거나 우파적인 것, 또는 긴축에 도전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었다. 시리자가 긴축을 추진하는 유럽 자본주의 기구들에 도전하지 않는 채로 긴축에 맞서려 했던 것이 문제였다.

그리스의 혁명가들은 지난 몇 년 간 시리자에 입당하라는 요구에 저항하며, 의회주의는 가장 좌파적인 개혁주의조차 일그러지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들은 시리자에 입당하지 않고 급진 좌파들의 선거 연합 안타르시아의 일부로서 긴축 반대 운동과 인종차별 반대 운동에 뿌리를 내렸다. 이 두 운동 모두 영국보다 그리스에서 훨씬 더 성장했으며 더 큰 도전에 직면한 상태다.

그리스 혁명가들은 [시리자로부터] 정치적·조직적 독립성을 유지하면서도, 긴축과 극우파 성장에 맞서 투쟁하는 다른 사람들과 지속적으로 협력했다. 그 덕분에 그들은, 시리자의 승리에 마냥 기뻐하며 시리자가 변화를 대신 이뤄주기를 기대하다가 시리자의 굴복에 사기 저하되는 일을 겪지 않았다. 특히 그리스 사회주의노동자당 SEK는 노동자 운동을 키우고 다른 길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 계속 투쟁했다.

시리자 집권 후의 그리스 상황은 혁명가들에게 유용한 교훈을 준다 EU집행위원장과 손잡은 치프라스. ⓒ출처 유럽연합

이것은 중요하다. 혁명가들은 논평이나 하는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혁명가들은 의회적 권모술수를 잘 묘사하려고 글을 쓰고 토론회를 여는 것이 아니다. 그저 괜찮은 지도자를 응원하려고, 또는 팔짱 끼고 기다리고 있다가 ‘거 봐’ 하면서 “필연적 배신”을 비난하려는 것도 아니다. 혁명가들은 행동하고자 한다.

코빈이 당선한 것은 수많은 사람들이 코빈에게서 뭔가 다른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와 불평등이 아닌 대안이 있다는 생각 말이다. 혁명가들은, 그리고 그 수많은 사람들은 그런 대안이 실현되기를 다음 총선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다.

영국의 현 상황은 그리스가 처한 위기의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비슷한 힘들이 작용하고 있다. 노동자·서민에게 경제 위기의 대가를 떠넘기려는 것, 이주자·난민·무슬림들을 속죄양 삼으려는 것 말이다. 사회주의자들은 체제의 질병이 표현되는 이 증상들에 맞서, 노동당 안팎의 사회주의자, 노동조합 운동가, 청년 활동가 등이 포함된 공동전선을 최대한 폭넓고 깊게 건설해야 한다.

연대

우리는 언제나 연대, 단결, 숫적 우세 등 대중이 가진 최대 강점에서 출발해 건설하려 한다. 코빈의 승리는 우리가 그 일을 하는 데 도움이 된다.

난민에 대한 연대가 확산되는 것은 엄청나게 중요하며 사회주의자들은 일터·대학·지역사회에서 난민에 연대하고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행동을 조직해야 한다. 코빈과 그가 대표하는 정책을 방어하자는 ‘단결해 싸우자’의 연서명을 위해 서명을 조직하고, 그것을 활용해 보수당 당대회를 겨냥한 민중의회의 항의 시위와 보수당의 노동법 개악에 반대하는 장기적 투쟁을 건설해야 한다.

“지금이 기회다” 코빈 당선 직후 발행된 영국 <소셜리스트 워커> 1면. ⓒ사진 출처 〈소셜리스트 워커〉

코빈의 승리 덕에 사회주의자들이 신문 기사와 정치 토론의 장에 다시 오르게 됐다. 이것도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 왜냐하면 우리에게는 자본주의를 개혁하는 것을 넘어 인간 관계의 기초를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전망이 있기 때문이다. 코스타스 피타스가 《소셜리스트 리뷰》 지난 호[본지 156호, ‘그리스 ─ 국민투표 이후 계속된 뜨거운 여름’]에서 시리자 좌파 일부가 주장하는 위로부터의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와 진정한 노동자 권력(노동자 권력 문제는 오늘날 그리스에서 추상적 문제가 아니다)의 결과로 쟁취할 그렉시트의 차이를 설명하면서 그 전망을 잘 표현했다. 의회에서 통과된 개혁과 노동자 운동의 집단적 힘과 상상력으로 쟁취한 개혁 사이에는 근본적 차이가 있음을 러시아, 칠레, 이집트 등[각각 1917, 1973, 2011년] 여러 역사적 사례에서 볼 수 있다.

코빈이 당선한 직후 발행된 〈소셜리스트 워커〉의 표제는 “지금이 기회다(Seize the Time)”였다. 이것이 중요하다. 코빈의 승리는 그저 의회 안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한 것이 아니다. 영국 정치가 전환기의 문턱에 들어섰음을 보여 주기도 한다. 5월 총선에서 보수당이 승리한 뒤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사기 저하됐었는지 생각해 보라. 앞에서 코빈이 받을 압력과 겪을 문제들을 서술했지만, 코빈의 승리는 변화가 가능함을 보여 주는 조짐이다. 코빈의 승리는 변화를 위해 싸울 만하다고, 그리고 우리가 승리할 수 있다고 사람들을 설득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