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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의 논평:
위기 속에 사람 목숨 희생시키는 자본주의

알렉스 캘리니코스는 런던대학교 킹스칼리지 유럽학 교수이자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의 중앙위원장이다. [ ] 안의 말은 역자나 〈노동자 연대〉 편집팀이 독자의 이해를 돕고자 첨언한 것이다.

세계경제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대서양의 동쪽과 서쪽 중 어디 사느냐에 따라 세계경제 전망이 상당히 다른 듯하다.

11월 첫째 주 영란은행(영국 중앙은행) 총재 마크 카니는 2017년까지 0.5퍼센트 수준의 초저금리 정책을 유지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그가 내세운 주된 이유는 중국과 브라질 등 ‘신흥시장’ 경제의 둔화였다.

지난 9월 영란은행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앤디 홀데인은 한발 더 나아가 금리를 더 내려야 한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최근 사건들은 ‘경제 위기 3부작’이라 불린 만한 위기 중 3부에 해당합니다. 1부는 2008~09년의 ‘앵글로 색슨발’ 위기였고 2부는 2011~12년의 ‘유로 지역’ 위기였습니다. 이제 우리는 3부에 접어들었는데, 3부는 2015년부터 시작된 ‘신흥시장’ 경제의 위기입니다.”

그러나 대서양 건너편 미국에서는 중앙은행 구실을 하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12월쯤 금리를 인상하려 한다. 11월 6일 미국 노동통계국은 10월에 늘어난 일자리가 27만 1천 개라고 발표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지난달 미국에서 일자리가 급증했다”며 흥분해서 열변을 토했다. 주류 경제학자들은 미국 경제가 이제 완전고용 수준에 근접했으므로 금리를 올려 경기 과열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호들갑은 과장이다. 지난 3개월 동안 미국에서 늘어난 일자리는 월 평균 18만 7천 개인데, 이 수치는 2014년 월 평균인 26만 개에 한참 못 미친다. 2015년 3분기 경제성장률은 고작 1.5퍼센트에 그쳤고, 최근 발표된 여러 보고서는 제조업 전망을 어둡게 예측했다.

게다가 10월 미국의 고용률[15~64세의 생산가능인구 중 취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62.4퍼센트로, 1970년대 후반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많은 사람들이 구직을 단념한 것이다.

경제학자 앤 케이스와 앵거스 디턴은 이와 관련 있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들은 미국에서 대학 학위가 없는 비(非)히스패닉계 백인 중년층의 사망률이 1999~2013년 급증했음을 발견했다. 낮은 고용률과 높은 사망률은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 때문에 노동자들이 우울하고 무력감을 느낄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변수

2008~09년 대불황 이후 경기 회복이 지지부진하자 로런스 서머스와 폴 크루그먼을 비롯한 미국의 상당수 경제학자들은 영국의 홀데인과 마찬가지로 금리가 너무 낮다는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현 상황에서 주요 변수는 중국이다. 2008~09년 위기 이후 중국 경제는 급성장하면서, 중국에 원료와 식량을 공급하는 ‘신흥시장’ 경제를 부양하는 구실을 했다. 중국 경제의 급성장은 대출과 투자를 어마어마하게 늘린 덕분에 가능했다. 그 결과 생산설비도 시장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보다 빠르게 늘었다.

중국 경제는 이제 투자가 줄고 성장도 둔화하고 있다. 10월에는 수출과 수입이 모두 하락했다. 철광석과 석탄의 수입량은 각각 12.3퍼센트와 21.4퍼센트 하락했다.

그러자 중국에 철광석을 수출해 온 브라질 등 다른 나라에서 연쇄 효과가 나타났다. 나는 몇 주 전 브라질의 미나즈제라이스 주를 방문했는데 그 지역은 광산 개발 때문에 그야말로 난도질당한 상태였다. 11월 초 [철광석 광산 댐이 붕괴해] 진흙과 광산 폐기물이 벤투 호드리게스라는 작은 마을을 덮쳐 아수라장이 됐고 수십 명이 실종됐다.

이 참사는 세계적 자본축적 과정이 얼마나 다양하고도 무자비하게 보통 사람들을 희생시키는지를 일깨워 준다. 그러나 금융시장은 이런 사건을 레이더망에 등장하자마자 사라지는 잡음 정도로만 치부할 것이다. 금융시장은 온통 중국의 경기 둔화로 철과 다른 원료 가격이 얼마나 떨어졌느냐에 관심을 두고 있다. 중국의 경기 둔화와 원료 가격 하락은 벤투 호드리게스 참사의 주범 [오스트레일리아계 광산업체] BHP 빌리턴과 [브라질 철광석 생산업체] 발레 등 다국적기업의 이윤을 압박한다.

핵심적 문제는 금리가 너무 높거나 낮은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자본주의 경제가 이윤을 좇는 방식으로만 작동한다는 것이다.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 마이클 로버츠는 이윤율이 너무 낮아서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는 현실 때문에 세계경제가 여전히 위기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벤투 호드리게스 참사와 미국의 사망률 지표는 자본주의가 이윤을 위해 보통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체제임을 다시 한 번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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