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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서울기관차승무지부 정동기 동지 부당 해고 철회 투쟁:
“최연혜의 ‘근본적인 노사관계를 뒤바꾸기’에 맞서 저항하겠다”

지난 11월 9일 철도 서울기관차지부 조합원 정동기 동지는 출근길에 서울기관차승무사업소장의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면직’됐으니 출근할 필요가 없다는 해고 통보였다.

해고 통보 과정도 어처구니없지만, 철도공사는 사실상 사문화된 인사규정을 끌어다 해고를 자행했다. 철도공사는 지난해 강제전출 반대 투쟁 당시 그의 사소하고 우발적인 행위를 문제 삼아 그를 ‘폭력’ 혐의로 고발했고,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 받아 항소심 재판 진행 중인데도 해고한 것이다. 이는 심지어 인사규정을 위반한 것이다.

철도 서울기관차지부 정동기 조합원 ⓒ백은진

지난해 강제전출 대상자였던 정동기 동기는 강제전출을 거부하고, 단식까지 벌이며 저항했다.

그럼에도 철도공사는 정동기 동지를 2014년 4월 청량리기관차승무사업소로 강제전출시켰고, 그가 본 소속으로 돌아온 지 반 년도 채 되지 않아 이번에는 전화 한 통으로 해고해 버린 것이다.

정동기 동지는 강제전출을 막겠다며 수색기지 내 철탑 농성을 벌이던 동지들에게 물품을 올리는 것조차 경찰이 가로막자 이에 격분해 작은 돌멩이 하나를 집어 허공에 던졌을 뿐이다. 이 행위로 다친 사람도 없고 당시 경찰도 문제 삼지 않겠다고 했다. 게다가 철도공사는 이 사건으로 정동기 동지에게 1개월 정직 징계를 내려 이미 ‘처벌’까지 했다.

사실 정동기 동지가 행사한 ‘폭력’은 철도공사가 철도 노동자들에게 자행한 강제전출 ‘폭력’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베테랑 노동자들을 갑자기 타 사업소로 보내 버리는 강제전출은 노동자들의 삶을 고달프게 하고 자존감을 짓뭉개는 일이다.

무엇보다 철도공사는 2013년 철도 파업에 대한 보복과 향후 민영화 추진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 노동자들의 조직력을 약화시키려고 강제전출을 단행했다. 게다가 정부는 공공기관 1단계 ‘정상화’ 공격에 앞서 가장 잘 조직된 노조의 기세를 꺾어 본을 보여주길 원했다.

노동자들은 사측의 이런 속내를 간파하고 강력하게 저항했다. 유감스럽게도 당시 철도노조 김명환 집행부는 사측의 강제 전출을 수용해 결정적인 국면에서 투쟁의 기세를 꺾어 버렸다. 그럼에도 노동자들은 지도부가 합의를 번복하도록 강제하며 투쟁을 지속했다. 결국 철도공사는 애초 목표한 것보다 훨씬 적은 규모의 강제전출을 시행할 수밖에 없었다.

이 투쟁에 앞장섰던 정동기 동지는 완전히 정당하다.

투쟁과 연대 확대

서울기관차승무지부는 정동기 동지 복직을 요구하는 투쟁을 확대해 가고 있다. 11월 13일부터 사복과 투쟁 조끼 입기를 시작했고, 16일부터는 전원 휴일‍·‍연장 근무 거부에 돌입했다.

조합원 3~4명씩 돌아가며 매일 철도공사 서울본부 앞에서 팻말 시위도 시작했고 수색 기지 내 사업소 앞에서 철야 농성도 시작됐다.

11월 19일에는 철도공사 서울본부 앞에서 1백50여 명이 모여 집회를 열었다. 이날 서울기관차승무지부에서 근무가 없는 조합원 70여 명이 거의 다 참가해 끈끈한 동료애를 보여 줬다. 이 집회에 서울 지역 운전 지부들과 타 직종 지부 활동가들도 적극 참가했다.

서울 지역의 기관사들은 사복과 투쟁 조끼 착용에 동참하고 있고, 전국의 모든 운전지부들은 ‘부당해고 철회’ 리본 달기를 시작했다.

서울기관차 지부는 철도공사의 이번 부당 해고가 “의도적인 탄압”이라고 말한다. 사내 복지 삭감, 근속승진제 폐지, 임금피크제 도입 등 연이은 “노사합의”에 “자신감이 충만한” 사측이 “노동조합을 완전히 길들이겠다는 선전포고”를 해 온 것이라고 말한다.

이 지적이 옳다. 지난 2년간 철도 노동자들은 패배를 겪었지만, 아직 기층 조직력이 무너진 것은 아니다. 그동안 서울 지역의 운전지부들과 몇몇 차량지부들에서는 사측의 노동조건 악화 공격에 맞서 싸웠다.

불과 보름 전에도 철도공사는 근무 중 신호 오인 사고를 낸 안산승무지부의 기관사를 타 직종으로 전출시켜 버리기까지 했다. 이는 사고에 비해 매우 가혹한 징계였다. 안산승무지부의 신속한 항의 행동과 서울 지역 운전지부들의 연대 집회가 열리자, 사측은 그를 연말까지 원래 소속으로 복직시키기로 한 발 물러섰다.

차량 직종의 한 노동자는 이렇게 말한다. “철도에서 가장 힘이 센 운전 직종을 건드려 어떻게 나오는지 보려는 것이다. 운전에서도 못 막으면 다른 곳들은 어떻겠는가”

그래서 서울기관차승무지부는 최연혜가 말하는 ‘근본적인 노사관계를 뒤바꾸기’에 맞서 “필사적인 투쟁”을 벌이겠다고 결의를 밝혔다.

“그동안 계속 밀려 속이 답답했는데 이번 기회에 한 번 확실히 싸워 꼭 이겨 보자”는 서울기관차지부 한 조합원의 말이 아마 모두의 심정일 것이다.

이런 투쟁을 잘해 나가면 코앞에 다가온 성과연봉제, 저성과자 퇴출제 공격, 그리고 계속되는 철도 민영화에 반대하는 투쟁에 나설 힘도 키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