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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사회주의자들이 쾰른 성범죄 사건의 진실을 말하다:
여성 차별의 책임을 이주민에게 돌리지 마라

새해가 되던 날 밤, 독일에서 여성 수십 명이 성범죄를 겪었다. 독일의 정치인과 언론은 여성들을 상대로 한 이런 범죄가 일상에서 벌어진다는 것은 숨긴 채 인종차별을 부추기고 있다. 독일 사회주의자 단체 ‘마르크스21’의 질케 슈퇴클레마리온 벡샤이더가 이런 주장을 반박한다. 이 글은 독일 잡지 《마르크스21》에 1월 7일에 실린 글을 편집한 것이다.

독일의 쾰른, 함부르크 등 여러 도시에서 열린 새해 전야 행사에서 많은 여성들이 성범죄를 겪었고, 적어도 한 명은 강간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분노스럽게도 경찰은 처음에 피해자들의 신고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

성범죄는 독일에서 고질적이고 심각한 문제이다. 여성들은 뮌헨에서 열리는 옥토버페스트나 쾰른의 카니발 같은 큰 행사에서 자주 성범죄를 겪는다.

독일 가족부가 최근에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독일 여성 7명 중 1명이 성범죄를 겪은 적 있다고 한다. 독일 여성 4명 중 1명은 가정 폭력에 시달린다.

가해자는 거의 항상 남성이지만 가해자의 종교, 출신 배경, 교육 수준, 사회적 지위에 따른 뚜렷한 차이는 없었다.

이처럼 독일 여성들이 성차별과 성범죄에 항의할 이유는 차고도 넘친다. 그러나 여성차별과 성범죄 모두 여성에 대한 지배적인 고정관념과 깊은 관련이 있다. 그래서 성범죄는 대수롭지 않게 여겨진다.

얼마 전까지도 쾰른의 지역 정치인들은 피해자들에게 “많은 인파가 모인 장소에서 행동하는 법”을 훈계했다. 마치 그들이 잘만 처신했더라면 범죄를 피할 수 있었다는 듯이 말이다.

여성들은 영화, 광고, 대중 매체에서 끊임없이 성적 대상으로 그려진다. 그리고 여성에 대한 억압은 임금, 고용 기회, 지배적인 역할 모델에서 드러나듯 우리 사회에 구조적으로 뿌리박혀 있다.

정치인과 언론은 쾰른과 함부르크에서 벌어진 사건이 일상에서 벌어지는 성범죄와 연관돼 있다는 것을 말하지 않는다. 그들은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들의 출신 배경을 단연 부각시키는가 하면 경찰력 강화를 주장한다.

성추행 피해가 인정되는 경우는 가해자가 특정 “문화”를 가진 나라 출신이라 추정될 때뿐이다.

이런 수법은 처음부터 무슬림과 난민에 대한 편견을 부추기기 위한 것이었고, 전형적인 인종차별적 주장과 맥을 같이 한다. 주류 언론과 정치인은 반이슬람 인종차별주의와 난민에 대한 중상모략을 더 한층 퍼뜨린다.

[쾰른이 속한]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의 주총리 한네로레 크라프트는 외국인 범죄자들을 강제 추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독일의 방송국 Sat1의 아침쇼에서는 “무슬림 남성”으로부터 “우리의 가치와 삶의 방식과 믿음을 지키”자는 내용을 특집으로 방송하기도 했다.

사건 현장에 있었던 수많은 남성과 1백 명이 넘는 경찰이 피해자를 도울 생각도 하지 않았다는 것(심지어 피해자들 중에는 여성 사복 경찰도 있었다)에 대해 그들이 별로 언급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페미니스트 알리체 슈바르처는 오랫동안 우파에 동조해 왔고 심지어는 인종차별주의 운동 페기다[Pegida, ‘서방의 이슬람화에 반대하는 애국적 유럽인들'이라는 뜻]의 핵심 사상조차 “이해한다”고 말한 적 있는 사람이다. 이번에도 그녀는 우파들을 거들어 무슬림 남성에게 관용을 베풀어선 안 된다고 말하고, 이번 사건을 테러리즘과 연결하는가 하면 이주자들에게 강제로 동화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극우파는 이를 기회로 여겨 때를 놓치지 않고 설치고 있다. 신나치 집단들과 AfD('독일을 위한 대안'이라는 뜻의 우익 포퓰리스트 정당)는 “우리 여성”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정부가 난민 수용을 전부 중지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그들은 SNS에서 거리 시위를 홍보하고, 그 중 몇몇은 “외국인” 남성들에 맞서는 폭력 행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이 집단들 자신이 여성들을 위협하는 세력이다. 그들은 철저히 여성차별적인 사회적 역할 분담과 구조가 필요하다고 선전하거나 때로는 노골적으로 요구한다.

AfD는 점차 나치가 결집하는 무리가 되고 있다. 그들은 이성애적 가족만이 옳다는 생각을 고수하고, 동성 결혼을 거부하고, 여성을 낡은 모성 역할에 가두려고 한다.

또한 그들은 낙태를 제한하길 바라고 페미니즘과 여성 할당제에 맞선 운동도 조직한다. 이런 위선적인 입으로 그들은 성평등이 이미 이루어졌다고 지껄인다.

조금 덜 극단적인 정당인 CSU(기독교사회연합)조차도 거짓말로 치장했다. 이번 주에 그들은 “여성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은 독일 사회에 있을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불과 몇 년 전까지 그들은 부부 간 강간을 인정할 수 없다고 투표했다. 이를 생각하면 그들이 얼마나 거짓말쟁이인지 알 수 있다.

이번 성범죄가 일어난 곳이 쾰른이라는 사실도 독일에서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 준다. 대성당으로 유명한 쾰른은 자유주의의 중심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여기서 [우익 훌리건 운동으로 영국의 파시스트 단체 EDL과 연계가 있는] “살라피주의에 반대하는 훌리건들”이 4천 명 규모로 행진을 벌였다.

이런 이유뿐 아니라 그 자체로 성범죄는 심각한 문제이고 가해자는 처벌받아야 한다. 우리는 성차별과 인종차별에 맞서 거리로 나서야 한다. 앞서 1월 5일에 쾰른 대성당 앞에서 열린 시위에서처럼 말이다.

우리는 언론과 정당들에게 극우 세력을 용납할 수 없는 주장으로 뒷받침해주는 짓을 그만두고 과거보다 강력해진 극우 세력을 막을 조처를 취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3월 5일 베를린에서 열릴 세계 여성의 날 집회는 우리의 주장을 알리고 반페미니즘 AfD에 맞설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독일에서 여성 억압이 구조적인 문제라는 사실을 분명히 하는 게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여성의 권리를 위한 싸움은 절대 인종차별 문제로 분열되어선 안 된다. 우리는 여성 차별과 인종차별에 모두 단호하게 맞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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