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생각한다 민주노총 가맹 주요노조 지도자들은 총파업 지침을 공문구로 만들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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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는 박근혜 정부가 2대 행정지침을 발표하자마자 1월 25일 정오를 기해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노동법의 근간을 흔들고 노조를 무시하면서 낮은 임금과 쉬운 해고를 강요하려는 행정지침에 맞서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결정한 것은 완전히 정당하다.

박근혜는 이를 “노동계의 일부 기득권 세력의 개혁 저항”이라고 비난하며 저항을 고립시키려 한다. 하지만 고용노동부가 올해 임금피크제를 300인 미만 중소기업으로 확대하겠다고 한 데서 단적으로 드러나듯이, 박근혜의 ‘노동개혁’이 노리는 것은 노동계급 전체의 조건 하락이다.

지난해 정부는 공공기관의 소위 ‘기득권’ 노동자들에게 임금피크제를 강요해 관철시켰는데, 이를 지렛대로 민간 대기업에 이어 중소기업에까지 임금피크제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노동조합 조직률이 낮은 중소기업 노동자들은 취업규칙 행정지침(‘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 지침’ 개정안) 적용 공세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

박근혜는 조직 노동자들은 ‘기득권’ 세력으로 몰아 고립시켜 공격하고, 미조직 노동자들은 노조 방어막도 없는 열악한 처지를 이용해 더 쉽게 공격하려 한다. ‘이간질해 각개격파하기’ 전술이다.

쉬운 해고 행정지침(‘공정인사 지침’)도 ‘기득권’ 노동자들만을 노린 게 결코 아니다. 진보진영에조차 “저성과자 해고 문제는 전체 고용의 10퍼센트도 되지 않는 일부 대기업 노동자의 문제”(김동춘 교수)라는 오해가 있다.

그러나 정부가 ‘일반해고 가이드라인’ 도입을 드러내놓고 얘기하기 시작한 2015년 기간제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저성과 해고는 급증했다. 여기서 보듯이, 쉬운 해고 행정지침이 현장에 적용되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저성과를 빌미로 더 쉽게 해고되고, ‘부당해고’로 구제되기는 더 어려워질 것이다.

언행일치 실질적 파업이 박근혜의 집요한 ‘노동개혁’ 공격에 제동을 걸 수 있다. 작업장별 대응과 총선이라는 투트랙보다 민주노총 차원의 정치파업이 효과적이다. ⓒ조승진

올해는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노동자들의 일자리 불안이 증대할 수 있다. 이 점에서도 쉬운 해고 행정지침은 심각한 문제다. 지난해 금융분야에 이어 올해 조선업과 건설업에서 구조조정이 예상되고 있다. 또, 곧 기업활력제고법(‘원샷법’)이 통과되면 경영상 위기가 아닌 기업도 고용승계 부담 없는 구조개편을 할 수 있게 된다.

이미 노동자들은 ‘희망퇴직’ 등의 이름으로 기업 비용절감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 쉬운 해고 행정지침이 적용되면 노동자들은 기업주의 ‘저성과’ 잣대에 의해 교육훈련과 배치전환의 고통을 겪다가 결국 해고의 길로 더 쉽게 내몰릴 것이다.

말과 행동의 격차

이런 상황에서 민주노총이 총파업에 나서는 것은 정당할 뿐 아니라 절실히 필요하다. 민주노총은 가장 잘 조직돼 있는 부위로서 박근혜가 조직 노동자뿐 아니라 노동계급 전체에 강요하는 조건 악화에 맞서 싸워야 할 책무가 있다.

그러나 민주노총 지도자들은 그동안 공언한 대로 “무기한 총파업”을 중앙집행위원회 회의에서 결정했음에도, 이를 실질적으로 이행하지는 않고 있다. 중앙집행위원회 성원들인 가맹산하 노조 위원장들 자신이 자신들의 조직으로 돌아가서는 총파업 지침을 공문구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금속노조 지도부(중앙집행위원회)의 경우 비교적 빨리 지침을 내놨지만, 27일 4시간(주야2시간) 파업과 26/29일 확대간부 파업 명령에 그쳤다. 강한 조직력과 투쟁 전통이 있는 금속노조에 기대되는 바에 비춰 보면 크게 미흡한 수준이다.

김상구 금속노조 위원장은 행정지침 발표 시 “끝장 파업”을 하겠다고 그동안 여러 차례 공언한 바 있었는데도 말이다. “금속노조는 노동악법이 국회에 상정되거나 정부가 각종 가이드라인을 밀어붙일 때 전면적인 총파업에 나서기로 결의한 바 있다. 이때의 파업은 2시간 또는 4시간짜리 시한부파업이 아니다. 정치총파업이다.”(2015년 10월 16일자 <매일노동뉴스> 인터뷰)

설상가상으로, 금속노조의 중앙집행위원회 주요 성원들인 현대차지부장과 기아차지부장은 다시금 파업 지침을 축소했다. 김성락 기아차 집행부는 27일 확대간부 파업만을, 박유기 현대차 집행부는 집회 참가만을 결정했다.

금속노조 못지 않게 크고 힘 있는 노조가 많은 공공운수노조도 크게 미흡한 지침만을 내렸다. 공공운수노조 지도부는 쟁의권이 있는 조직의 파업 참가를 결정했으나, 현재 쟁의권 있는 곳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집회 참가만 정한 셈이다. 민주노총의 나머지 가맹노조들도 대부분 대동소이하다.

그러나 현재 민주노총 노동자들의 분위기가 그렇게 가라앉아 있는 것은 아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지난해 박근혜의 노동개악에 맞서 어느 정도 저항을 했다. 지난 11월 14일 10만 민중총궐기 대회의 압도적 비중을 차지한 것은 바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었다.

물론 총궐기 이후 다소 탄력을 잃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주로 박근혜 정부의 혹독한 탄압 때문이다. 현장이 준비되지 않았다거나 “우리 실력이 여기까지”라거나 법률적 제약을 탓하면서 총파업이 애초에 불가능했던 것처럼 말하는 것은 책임 회피일 뿐이다.

총궐기 이후 현장의 투지를 충분히 끌어올리지 못한 일부 책임은, 정부의 탄압을 별문제로 하면, 총궐기에서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총파업으로 나아가겠다던 약속을 그대로 이행하지 않은 민주노총 지도자들 자신에게 있다.(그러기에 노동자연대는 1차 민중총궐기 바로 전날 [진정한] 총파업에 돌입하는 게 좋겠다고 제안했던 것이다. 159호의 3면 ‘민주노총은 총파업으로 11월 총궐기를 뒷받침해야 한다’를 보라.)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이후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가 내린 결정은 대부분 파업 연기, 유보와 축소, 철회 같은 것들이었다. 가장 유력한 일정으로 제시됐던 12월 3~9일 총파업 계획도 심지어 민주노총 본부와 산하 조직들의 압수수색, 한상균 위원장 체포 위협 속에서도 무기력하게 취소됐다.

아직 결정적 때가 되지 않았는데도 투쟁을 ‘남발’하는 것은 소모적이라며 총파업을 회피했던 것이다. 노조 지도자들이 총선 전에는 노동개악이 되지 않을 거라고 내심 기대하면서 국회(또는 새정치연합의 ‘개혁파’ 의원들)를 쳐다본 채 투쟁을 미루는 동안 조합원들의 투지가 눅눅해지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다.

그럼에도 낮은 임금, 쉬운 해고 행정지침을 정부가 강행한 지금 노동자들의 분노는 상당하다. 그렇기 때문에 주요 산별·노조 지도자들이 민주노총의 결정대로 현장에 파업 지침을 내린다면 그런 부문이 먼저 파업에 돌입하면서 투쟁을 확대해 나갈 가능성이 없지 않다.

투사들은 자기 노조 지도부에 파업지침 이행을 요구해야 한다

노조 지도자들 상당수는 행정지침 강행에 맞서 한편으로는 현장에서 지침을 무력화시키고, 다른 한편으로는 총대선에서 대응하자고 생각한다. 민주노총 가맹 주요노조들의 당면 투쟁 계획이 충분치 않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정부와 기업주가 행정지침을 현장에 적용하려 할 때 이를 무력화시키고 노동조건을 지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런 투쟁을 ‘경제주의’라고 깎아내려서는 안 된다. 오히려 이런 성과가 다른 사업장의 투쟁을 고무하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전면적인 계급 투쟁은 부문적인 경제 투쟁들이 보편적이 되면서 현실화되는 것이지, 그저 요구를 전 계급적인 것으로 제출한다든가 대정부 투쟁 또는 제도 개선 투쟁으로 돌연 화려하게 출연하는 것은 아님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임단협 때 두고 보자며 투쟁을 미뤄둬선 안 된다. 일부 노조들이 임단협 때 조직력을 바탕으로 정부지침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극소수 사업장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수많은 미조직·비정규직, 취약노조 노동자들의 조건도 함께 방어하려면, 민주노총의 잘 조직된 노동자들이 단호하게 나서 정부지침 폐기를 요구하는 운동을 확대해야 한다. 그래서 적어도 기업주들이 함부로 지침을 현장에 적용하기 어려운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반대로, 잘 조직된 노동자들이 이런 투쟁을 외면한 결과 미조직·취약노조 사업장에 지침이 적용되고 이것이 “사회적 통념”으로 자리잡으면, 결국 잘 조직된 노동자들 자신에게도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

노동개악을 강행하는 박근혜 정부를 총선에서 심판하는 것은 당연하다. 민주노총의 총선 대응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국회에서의 제도 개혁을 기대하며 행정지침 철회 투쟁을 흐지부지한 채 총선 대응으로 바통을 넘겨서는 안 된다. 민주노총이 정부를 상대로 단호한 정치 투쟁에 나서지 않고 국회에 의존하려 한다면, 노동자들이 원하는 개혁을 쟁취하기도 힘들다.

더구나 진보정치 세력이 득표율에 비해 실제 의석 수는 많지 않을 것 같은 상황에서 총선 대응론은 더민주당에 대한 의존으로 이어지기가 쉽다. 문제는 더민주당의 거듭된 배신 행위다. 지난해 말에도 의료영리화 관련 법안 통과, 정부의 무상보육 예산 삭감 등에 합의했다.

노동악법 5개를 전부 반대한다더니 얼마 못 가 파견법·기간제법 등 2개만 반대하는 것으로 후퇴했고, 이제는 파견법도 협상 가능하다고 말한다. 이런 꾀죄죄함은 더민주당이 포퓰리즘적 언사에도 불구하고 기업주들에 기반한 당이기 때문이다.

작업장별 대응으로 투쟁을 미루고 분산시키는 것도, 또 총선에 기대는 것도 정부지침에 맞서는 효과적인 방법이 못 된다. 제도와 법률은 포퓰리스트 자본주의 야당에 의존해 개선하고 산하 노조들은 사업장에서 임단협을 통해 노동조건을 방어하겠다는 것은 정치운동과 경제투쟁의 역할분담론이다. 이러한 정경분리는 투쟁 확대의 장애물이다. 또한 개혁(개량)주의의 온상이다.

행정지침에 맞서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민주노총 노동자들이 지침 철회를 요구하며 사용자들의 이윤을 타격하는 강력한 파업에 나서는 것이다. 노동자들의 집단적인 경제적 힘을 과감하게 사용해 박근혜에 맞선다면 그의 집요한 공격에 제동을 걸 수 있다.

현장의 투사들은 자기 노조 지도부가 민주노총의 무기한 총파업 지침을 실제로 이행하도록 촉구해야 한다. 민주노총의 “무기한 총파업”이 공문구가 되지 않도록, 그저 형식적인 몇 시간 ‘파업’이나 집회로 대체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 효과를 내는 파업이 되도록 강력히 압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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