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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노조가 자회사 노동조건 개선과 연대 확대에 나서다

철도노조가 올해 철도공사에 있는 여러 자회사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철도공사는 지난 10년 동안 꾸준히 외주화를 확대하면서 여러 자회사를 만들어 왔다. 역 승차권 발매와 역무 업무, 선로 유지·보수, 차량 정비, 열차 승무 등 운전을 제외한 철도 업무 대부분에 자회사 노동자들이 투입돼 있다. 정부 집계로만 자회사 노동자를 포함해 철도공사가 직접 고용하지 않은 파견·용역·사내하도급 등의 ‘소속 외 인력’(간접고용)은 5천6백50명에 이른다. 이는 철도 전체 정규직 인력의 거의 20퍼센트나 되는 숫자다.

공공기관들은 기간제 정규직 전환 의무를 회피하려고 간접고용을 늘려 왔는데 철도공사가 이에 앞장서 온 것이다. 2006년 철도공사는 KTX여승무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약속도 헌신짝처럼 내던져 투쟁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철도공사는 외주화에 앞장서 철도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악화시켜 왔다. ⓒ이윤선

철도공사 자회사 노동자들은 장시간, 저임금, 비인간적 대우에 고통받고 있다. 코레일 네트웍스 소속의 역무원들은 지정 휴일도 없고, 임금은 시간외수당을 포함해도 실 수령액이 약 1백40만 원 정도다. 코레일관광개발 소속 승무원들은 정규직에 비해 노동강도(승무율)가 10퍼센트가량 높다. 전철 유지보수를 수행하는 코레일테크는 직원 1천여 명 중 95퍼센트가 기간제 비정규직이다. 심지어 2014년에 열차 청소 노동자들은 최저임금도 받지 못했다.(〈철도노동자〉, 2015년 12월 28일치.)

그런데 최근 자회사 노동자들이 철도노조에 가입하고 조건 개선을 위한 투쟁에 나서고 있다. 2013년 철도 파업 직전에 코레일관광개발 노동자들이 철도노조에 가입하고 사측의 비열한 탄압에도 꿋꿋하게 버티며 조직을 확대해 다수노조 지위를 얻었다. 철도고객센터 노동자들도 조합원으로 가입해 2015년 임금 인상 투쟁에서 승리를 거뒀다. 그리고 연초에 철도노조 코레일네트웍스지부가 세워졌다. 기존 노조가 수년째 임금 동결을 수용하고 후생복지비가 반토막이 나도 아무 대응을 하지 않자 노동자들이 철도노조로 가입한 것이다.

철도노조가 앞으로도 이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히며 조건 개선을 위해 공동 대응에 나선 것은 매우 반갑다. 특히 철도공사가 더 많은 외주화를 추진하고 있으므로 이를 막고 외주화 업무를 다시 직영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도 자회사 노동자 조직화는 더 중요해졌다.

외주화는 수익성만 중시하는 정책 때문에 확대되고 있다. 외주화 확대가 철도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데도 말이다.

외주화 확대는 철도 분할 민영화의 사전 작업인데다 장기적으로 철도 노동자들의 조건을 압박하는 효과도 낸다. 일종의 원하청 관계인 철도 노동자들과 자회사 노동자들이 단결해 싸우면 사측이 더 열악한 노동자들의 처지를 악용해 철도 노동자들의 조건을 압박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추가 외주화를 막고 자회사 노동자의 조건을 개선하는 것은 철도 노동자 전체의 조건을 방어하는 데도 중요하다.

연대 확대를 위해 필요한 것

철도노조는 자회사 노조 조직화 지원과 공동 임단협을 제시하고 있다. 이처럼 철도노조가 강력한 조직력으로 뒷받침하면 자회사 노동자들의 조직화와 투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 공공부문 정규직을 ‘철밥통’ 이기주의라고 비난하는 것을 반박하는 데도 효과적일 것이다.

그런데 철도노조 일각에서는 더 열악한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하려면 철도 노동자들이 손해를 감내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철도공사가 자회사에 지급하는 사업비를 늘려야 자회사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이 가능한데, 정부의 재정 지원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이 비용을 늘리려면 철도공사의 인건비, 즉 철도 노동자들의 임금을 양보하는 게 불가피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철도 같은 공공서비스에서 정부 지원 중단을 기정사실화 하면 노동자들의 임금뿐 아니라 요금과 안전 등에서도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 반대로 정부가 더 많은 책임을 질 수 있다면 철도 노동자들의 손해도 불가피하지는 않다.

철도 노동자들이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주장은 김영훈 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 밝힌 “사회연대전략의 심화”와도 맞닿는다. 사회연대로 확장시켜 나가려면 ‘계급 내부적 연대’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계급 격차를 해소하려면 정규직 노동자들이 자신의 것을 양보해야 한다는 논리다.

계급 내부의 연대 강화는 꼭 필요한 일이다. 고임금 노동자들이 더 열악한 처지에 있는 노동자들의 투쟁을 돕기 위해 모금을 하거나, 원청기업의 노조가 하청기업 노조를 돕기 위해 재정·인력 등을 지원하는 것도 좋은 일이다.

그런데 열악한 조건의 노동자들을 위해 더 나은 처지의 노동자들이 도움을 주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이들의 투쟁을 적극 지지하며 연대하고 함께 투쟁에 나서는 것이다.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조건 개선과 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가 대립한다고 생각하면, 단결해서 투쟁하는 데 장애가 생긴다.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처지를 개선할 때마다 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가 악화된다면 정규직 노동자들이 열의를 갖고 연대에 나서기 어려울 뿐 아니라, 정부와 사측은 이런 약점을 파고들어 두 집단의 노동자들을 이간질할 것이다.

따라서 자회사 노동자의 조건 개선을 철도공사의 예산 범위 내에서 해결해야 하는 예산 배분의 문제로 여겨선 안 된다. 상향 평준화를 도모하며 강력한 투쟁으로 사측을 압박하면 철도공사와 정부가 대책을 내놓도록 할 수 있다. 그래야 단결 속에 연대도 더 강화될 수 있다.

자회사 노동자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에 당장 별 관심이 없는 노동자들도 투쟁 속에서 비로소 의식 변화를 이룰 수 있다. 2013년 파업과 같은 광범한 투쟁이 노동자들의 연대와 단결 의식을 고취한 것처럼 말이다.

무엇보다 자회사 노동자들의 업무도 철도 운영에 꼭 필요한 핵심 업무들이라 이들도 철도 운영에 커다란 차질을 빚을 수 있는 힘이 있다. 다른 철도 조합원들이 연대에 나선다면 그 힘은 더 배가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