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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차세계대전 종전:
혁명적 노동자 운동으로 전쟁이 끝나다

동아시아 등지에서 제국주의 간 경쟁이 점증하는 오늘날 이 문제를 해결할 근본 대안은 무엇일까? 1백년 전 제1차세계대전 중에 혁명적 노동자 운동은 전쟁과 자본주의에 맞서 승리한 경험을 했다. 이 경험에서 배워 보자.

제1차세계대전이 발발하자 각국은 평화를 위해 참전한다고 선언했다. “모든 전쟁을 끝내기 위한 전쟁”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전쟁 초기에는 많은 노동자들이 전쟁을 지지했고 또 기꺼이 자원했다. 전쟁에 반대하는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은 고립됐다.

이런 상황을 뒤집은 것은 바로 전쟁의 참상이었다. 전선은 대량 살육의 현장이었다. 전쟁이 단기간에 끝날 가망은 보이지 않았다.

병사들은 자신과 똑같은 생지옥을 경험하는 다른 나라 병사를 적으로 여겨야 할 필요를 못 느꼈다. 장교들이 승인하지 않은 병사들 간의 비공식적 휴전이 속출했다.

이런 정서는 후방에도 전달돼 징집에 어려움을 낳았다. 영국에서는 이전까지 징집 제외 대상이었던 금속노동자 가운데 1명에게 징집 명령이 떨어지자 금속노동자 1만 명이 파업을 벌였다.

당시 군 당국은 징집 명령을 거부하는 병사나 노동자를 총살할 권한을 갖고 있었지만, 병사와 노동자들이 집단적으로 도전하면 그러기 어려웠다.

러시아에서는 1917년 3월(러시아력으로 2월) 항명에 나선 병사와 선원, 파업에 나선 군수품 공장 노동자들이 전제군주 차르를 몰아냈다. 이 혁명은 유럽 전역에 희망을 불러일으켰다. 영국·프랑스(러시아의 동맹국), 독일(러시아의 교전국)에서 러시아인들에게 연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1917년 4월 프랑스군 내부에서도 대규모 항명이 벌어져 군대가 마비됐다. 대규모 자살극으로 끝날 것이 뻔한 작전 수행을 병사들이 거부한 것이다.

2월 혁명 후 들어선 러시아 임시정부는 여전히 전쟁을 이어가다 결국 11월(러시아력 10월)에 또 한차례 벌어진 혁명으로 전복됐다. 노동자 정부가 새로 들어섰다. 러시아는 10월 혁명 40일이 채 지나지 않아 독일과 휴전하고 전쟁에서 빠져나왔다.

러시아의 노동자 정부는, 진정한 희망은 독일 노동자와 병사를 살육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혁명으로 설득하는 것이라고 봤다.

이미 독일과 그 동맹국들에서도 대중 파업이 일어난 바 있다. 게다가 당시 독일군은 탈영 규모가 2백만 명에 달했다. 1918년 봄 ‘루덴도르프 대공세’를 성공시켰지만 진격한 지역을 지킬 병사가 부족할 정도였다.

결국 1918년 10월 킬 군항에서 독일 수병들이 일으킨 반란을 시작으로 독일 전역으로 반란이 번졌고 도시 노동자들이 가세했다. 독일 황제 카이저는 물러나야 했다. 불과 이틀 만에 제1차세계대전은 막을 내렸다. 혁명이 전쟁을 끝낸 것이다.

독일 수병들이 일으킨 반란은 독일 전역으로 번져 전쟁을 끝내고 혁명으로 이어졌다 팻말에 "모든 권력을 소비에트로"라고 쓰여져 있다.

자본주의 전쟁의 근본적 약점

모든 군대는 병참이 뒷받침돼야만 유지된다. 마르크스주의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가 그의 시 ‘장군님의 탱크는 막강한 차입니다’에서 썼듯이 “한 가지 약점은 기술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본가들이 벌이는 일은 모두 노동자들에 의존하고, 전쟁도 예외가 아니다. 평화를 달성하려면 자본주의 전쟁의 바로 이 약점을 파고들어야만 한다.

다시 말해, 노동자들은 자신의 진정한 적, 즉 자국 지배계급에 맞서 싸워야 한다.

제1차세계대전 동안 영국 지배자들은 영국인들에게 독일의 카이저가 얼마나 폭압적이고 군국주의적인지 설파했다. 분명 카이저는 악당이었고 노동자들의 적이었다.

그러나 영국 제국도 잔혹하기는 마찬가지였고, 독일 지배자들은 독일인들에게 이 사실을 강조했다. 영국 노동자들이 독일에 맞서 싸우면 영국 제국을 더 강하게 만들 뿐이었고, 독일 노동자들이 독일 지배자들에 등 돌리는 것을 어렵게 만들었다. 반대로 영국 노동자들이 영국 지배자들에 반기를 든다면 독일에서도 같은 행동을 고무할 수 있었다.

제1차세계대전의 주요 참전국 중 맨 먼저 패배한 나라인 러시아의 노동자들은 바로 그 패전 덕분에 가장 많은 것, 즉 권력을 얻었다.

미사일이나 핵무기 증강은 전쟁을 막거나 끝내지 못한다. 애당초 전쟁을 낳는 자본주의 체제를 끝장내야만 전쟁을 없앨 수 있다.

제1차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반전 영화들

위대한 환상 (장 르누아르, 1937년)

당시 독일의 포로수용소를 배경으로 인종과 계층, 국적을 초월한 연대를 다뤘다. 영화 제목 위대한 환상은 ‘제1차세계대전이 모든 전쟁을 끝내기 위한 전쟁’이라는 말을 꼬집는 것이다.

메리 크리스마스 (크리스티앙 카리옹, 2005년)

1914년 크리스마스 당시 참호에서 대치 중이던 양쪽 병사들이 참호 밖으로 나와 우애를 나누고 일시적으로 휴전에 돌입한 실화를 훌륭하게 표현했다.

서부전선 이상 없다 (루이스 마일스톤, 1930년)

우연히 같은 참호에 있게 된 양 진영 병사들이 나누는 우애를 볼 수 있다. 80여 년 전 영화지만 스케일과 디테일에서 최근 영화에 뒤지지 않는다.

영광의 길 (스탠리 큐브릭, 1957년)

생사를 가르는 전장에서 사병과 고위 장교 사이의 처지가 충돌한다는 것을 훌륭하게 묘사한 영화. 프랑스군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고 프랑스에서는 정부의 압력으로 1975년까지 상영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