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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지침 발표 이후 “쉬운 해고” 공격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 1월 정부가 ‘쉬운 해고’ 지침을 발표한 이후 곳곳에서 공격이 시작되고 있다.

이 지침은 단지 사측의 눈 밖에 난 몇몇 노동자들을 찍어내기 위한 것이 아니다. “직무능력과 성과 중심의 인력운영을 위한 가이드 북”이라는 지침의 부제가 보여 주듯, 이것은 노동자들의 채용, 임금, 전환배치, 해고(퇴직)에 이르기까지 인력운용의 전 과정을 성과주의적으로 재편하려는 구상의 반영이다. 이른바 ‘저성과자’에게는 임금을 깎고, 자유롭게 전화배치를 하고, 급기야 상시적 해고를 강행하려는 것이다.

정부는 이 같은 지침을 기초로 공공기관·공무원·금융권 등 공공부문에서 ‘저성과자’ 퇴출제 시행 계획을 발표했다. 금융권에서는 최근 IBK투자금융이 최초로 프라이빗뱅커(개인의 자산을 관리하는 노동자)에 대한 ‘저성과자’ 일반해고를 할 수 있도록 취업규칙을 개악했다. 이에 따라 인사 고과 점수 하위 5퍼센트는 ‘성과향상 프로그램’을 받아야 하고 그리고 나서도 성과 기준에 미달하면 해고당할 수 있다. 지금은 일부 노동자에 한해 시행하는 것이지만 이는 전체로 공격을 확대할 지렛대가 될 수 있다. 그런데 노조 집행부는 부적절하게 이 같은 내용에 동의해 줬다.

미조직·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번 지침의 최우선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

민주노총이 노동위원회에 회부된 사건을 분석한 결과, 정부가 ‘노동개혁’을 추진하기 시작한 지난해 업무 저성과를 이유로 한 사건 신청이 급증했다. 기간제 비정규직에 대한 ‘저성과자’ 해고는 일년 사이 거의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최근엔 삼성전자서비스, 한국지엠, LG유플러스, 대형 마트 등에서 ‘저성과자’ 퇴출제가 도입됐다.

삼성전자서비스는 일부 센터에서 취업규칙을 개악해, 한 달에 60건 이상 수리를 하지 못한 노동자들에게 경고장을 주고 이것이 3회 이상 누적되면 ‘저성과자’로 분류했다.

그러나 수리할 물량이 얼마나 되느냐는 삼성전자의 제품 판매량이나 경기 등과 연관이 있지, 노동자들의 능력에 따른 것이 아니다. 노동자들은 콜센터가 배분해 주는 데 따라 일한다. 60건 이상을 채우지 못한 노동자들은 성과급도 못 받는데 이제는 ‘저성과자’로 낙인 찍혀 해고까지 당할 판이다. 이 때문에 노동자들 사이에서 “전자제품이 고장나기만 바라야 하냐?”는 비아냥이 나온다.

사측이 요구하는 갖가지 성과 기준은 서비스의 질과도 거리가 멀다. 단적으로 개악된 취업규칙에 따르면, 무상수리 기간에 제품이나 부품을 교환해 주면 감점을 받는다. 어떻게든 비용을 줄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고객들에게 불만을 사면 이것도 감점 요인이 된다.

박근혜 정부는 ‘쉬운 해고’ 지침에 “공정인사 지침”이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이것이 얼마나 위선적인 말인지를 잘 보여 준다.

심지어 한국지엠 창원공장에서는 한 사내하청 업체가 퇴출제를 도입하면서 노동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의 서약서를 강요했다. “인사평가 기준에 미달하는 경우 회사가 재계약을 거부하더라도 어떠한 이의 제기를 하지 않음을 서약한다. 인사평가 점수 및 평가 내용은 본인에게도 미공개함을 수긍한다.”

‘저성과자’ 낙인 찍기는 노동자들을 통제하는 무기로도 활용되고 있다.

LG유플러스 남인천센터는 “사상이 불온하거나 불량한 소행의 사실이 있는 자를 채용하지 않거나 채용 후에도 해고한다”, ”기타 사회통념상 해고사유에 해당될 때 해고한다”, “정치활동 또는 허가 없이 집회를 해서는 안 된다”는 등의 말도 안 되는 채용·해고 기준을 취업규칙에 포함시켰다. 그리고 이를 거부한 조합원들을 징계·해고했다.

최근 이마트 등에서 노조 간부들이 인사 고과 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을 받고 임금 삭감, 전환배치, 징계경고를 받은 것도 비슷한 사례다. 이 같은 탄압은 노조 간부를 본보기 삼아 전체 노동자들을 위축시키려는 시도다.

곳곳에서 시작된 ‘저성과자’ 퇴출제에 맞서 노동자들이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 희망연대노조, 이마트·롯데마트 노조 등은 집회를 열고 1인 시위 등을 이어가는 등 저항에 나섰다. 먼저 공격이 시작된 곳에서 공격을 잘 막아낸다면 다른 노동자들에게도 용기를 줄 수 있다. 민주노총은 투쟁이 승리할 수 있도록 연대를 확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