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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연합당 창당에 부쳐

2월 27일 창당한 민중연합당은 ‘비정규직 철폐당’, ‘농민당’, ‘흙수저당’으로 이뤄진 “계급 연합 정치”를 표방했다. “계급 연합 정치”는 민중연합당을 창당한 주축 세력이 오래전부터 추진해 온 전략이다. 강승규 민중연합당 공동대표는 “독점적이고 제왕적인 권력을 누리는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심판하기 위해 우선 진보세력이 나아가 야권까지 연대연합 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계급만으로는 신자유주의와 냉전 수구 반통일 세력에 맞설 수 없으므로 중간계급과 (심지어 부르주아지의 일부와도) 힘을 합쳐야 한다는 것이 이 전략의 뼈대다. 이 전략은 2010년 지방선거와 2012년 총선 등 선거에서는 위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기본 이해관계가 정반대인 계급 간의 정치 동맹은 계급투쟁에서 노동운동의 힘을 약화시킨다. 정치 동맹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2016년 2월 27일 민중연합당 창당대회 ⓒ민중연합당

물론 이번 총선에서 민중연합당이 부르주아 야당과 “계급 연합 정치”를 할 수 있는 처지는 못 된다. 더민주당 등 부르주아 야당이 우파의 ‘종북’ 공격이나 받고 선거적 실익은 없다는 계산에서 민중연합당과 확실히 선을 긋기 때문이다.(그러나 일부 선거구들에서는 후보 단일화가 있을 수도 있다.) 그래서 현재 민중연합당은 주로 노동계급과 농촌 중간계급인 농민의 연합을 부각한다. 〈민중의 소리〉는 “이전 진보정당과 비교해 보면 농민들의 참여도가 높다는 점도 눈에 띈다”고 보도했다. 자본주의가 발전하면서 사회가 양대 계급 — 자본가 계급과 노동자 계급 — 으로 분열하고 이에 따라 노동계급이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는 나라에서 노동자와 농민의 대등한 동맹을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한편, 민중연합당의 “기본 정책”(강령의 대용)은 민중총궐기 12대 요구들로 이뤄졌다. 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를 정치적으로 계승하는 정당임을 보여 주려는 것인 듯하다. “민중총궐기에 참여했던 진보 진영의 힘이 온전히 민중연합당에 실리지 못했지만 진보정당 없이 치러지는 20대 총선을 방기할 수 없는 상황[이다.](〈민중의 소리〉 사설, 2016년 2월 29일자) (이 글은 민중연합당을 제외한 나머지 정치 세력들 — 정의당, 노동당 등 — 을 진보정당이 아니거나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무시한다. 〈민중의 소리〉에서 정의당은 우경화했다는 이유로 진보정당이 아니라거나, 원내 정당이 아닌 노동당은 존재하지 않는 세력으로 취급하는 기사를 종종 볼 수 있다.)

사실 그전에 민주노총이 민중총궐기의 정치적 표현체로서 선거연합정당을 제안했다. 이 제안은 성사되지 못했다. 그러자 진보당 계승 세력 중 일부가 민중연합당을 창당한 것이다. 그동안 진보당 계승 세력은 ‘단일한 이념에 기초한 단일한 세력’으로 이뤄진 정당이 아니라 진보대통합 정당이 필요하다는 노선을 견지했었다. 그런지라 독자 정당 창당은 진보당 계승 세력 내부에서 상당한 논쟁을 불렀다. 이런 논쟁을 의식해서인지 민중연합당은 출범선언문에서 시리자와 포데모스를 언급하며 다른 정치 세력과의 연합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그러나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달리 시리자는 진정한 연합당이 아니다. 시리자의 중추인 시나스피스모스[좌파연합]의 당내 비중이 워낙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민중연합당은 좌파 민중주의(포퓰리즘)의 성격을 띠고 있다.

총선

민중연합당을 서둘러 창당한 것은 이번 총선에서 진보 정치 내 주된 경쟁자인 정의당에 대응하려는 목적도 있는 듯하다. 특히 정당 투표에서 진보 유권자의 일부분을 민중연합당에 붙잡아 둬, 정의당이 잠식해 들어가는 옛 진보당의 제도권 정치 영토를 수복하고자 하려는 것이다. “민중연합당은 2014년 통합진보당의 해산 이후 생겨난 진보정치의 공백에 뿌리를 내리려는 것으로 보인다.”(〈민중의 소리〉 2016년 2월 27일자)

실제로 2014년 12월 진보당이 국가에 의해 강제 해산당한 뒤 제도권 정치 내 진보 정치 영역에서 부분적 공백이 생겼다. 그런데 지난 1년 새 정의당이 이 공백을 메우기 시작했다. 지난해, 약점도 있었지만 파업과 대규모 거리 시위 등 노동자 투쟁이 일어나며 노동자들의 자신감이 조금씩 회복되자, 정의당이 ‘유일 원내 진보 정당’의 지위를 이용해 이로부터 정치적 혜택을 받았기 때문이다. 스탈린주의 정치 세력이 국가 탄압에 의해 제도권 정치에서 추방된 뒤 생겨난 공백을 사회민주주의 세력이 메우기 시작한 것이다.

민중연합당은 선거를 통해 사회민주주의적 영향력에 대처하려는 진보당 계승 세력 일부의 시도로 보인다. 국제 정치 경험을 살펴보면 스탈린주의는 사회민주주의 경쟁자에 비해 선거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약점이 있긴 하지만 말이다.

이때 두 세력이 같은 선거구에서 경쟁하지 않도록 후보를 단일화하는 게 좋을 것이다. 또 정당 투표와 관련해 말하자면, 민주노총은 총선공투본에 참여하는 법적 등록 정당들을 지지 대상으로 결정했다. 진보/좌파 다원주의에 입각한 것으로, 노동조합의 단결을 위한 불가피한 지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