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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가입을 둘러싼 논란:
비정규직지회와 금속노조는 신규 조합원 가입을 즉각 승인해야 한다

현대차 비정규직의 신규 조합원 가입 승인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울산공장의 사내하청 노동자 2백50여 명은 지난 2월 2일 비정규직지회에 노조 가입원서를 접수했다. 그러나 지회 집행부는 이들의 가입 승인을 보류하는 결정을 내렸다. 지회 쟁대위는 2월 15일 ‘가입 시기는 불법파견 교섭과 투쟁이 일단락되는 시점으로 정한다’는 기존의 방침을 재확인했다.

지회로부터 가입을 거부 당했다고 느낀 노동자들은 2월 28일 금속노조 본조를 찾아갔다. 이날 상경한 1백8명은 기자회견을 열고 ‘금속노조는 조합 가입을 즉각 승인하라’고 촉구했다. 금속노조 규약·규정에 따르면, 노조 가입은 지회를 통해 받게 되지만 가입 거부를 판단할 때는 금속노조 위원장의 승인이 필요하다.

이처럼 노동자들의 가입 신청이 환영을 받지 못하는 상황은 매우 안타깝다. 비정규직지회 집행부는 쟁대위 결정을 거슬러 신규 조합원을 조직·지원하고 있는 활동가들에 대한 징계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회 집행부가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데는 사측과의 신규채용 특별교섭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현대차 사측이 지난 몇 년간 추진해 온 신규채용은 사내하청 노동자 일부만을 대상으로 하고, 이들이 그동안 일한 근속과 공정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으며, 불법파견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란 점에서 문제가 있다. 이 때문에 2014년 사측과 정규직지부, 아산·전주 비정규직지회가 8·18 신규채용 합의를 체결했을 때, 울산 비정규직지회는 합의를 전면 거부하는 올바른 입장에 섰다.

이후 사측은 신규채용을 거부하는 울산 지회를 고립시키려고 탄압 공세를 퍼부었다. 안타깝게도 정규직지부도 신규채용을 압박했고, 지난해 초 금속노조 중집이 사실상 8·18 합의를 승인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투쟁 전망이 불투명해지고 조합원들도 지쳐갔다.

부결

이 속에서 지난해 9월 지회 집행부는 근속을 일부 더 인정하는 내용의 신규채용 잠정합의안을 가져왔다. 그러나 조합원들은 64퍼센트의 높은 반대로 이를 거부했다. 그 결과 집행부가 사퇴하고 새로운 집행부가 들어섰지만, 이들도 역시 올해 1월 비슷한 내용의 신규채용안에 타협했다. 그러나 조합원들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52퍼센트의 반대로 다시 이 합의안을 부결시켰다.

그런데 지금 지회 집행부는 두 차례나 신규채용안이 부결된 의미, 즉 불법파견 정규직 전환을 바라는 조합원들의 열망을 되새기기보다 다시 신규채용 교섭을 해서 조합원들의 우선 채용을 약속 받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신규 조합원들이 대거 노조에 가입해 조합원 수가 늘어나면 교섭에 차질을 빚어 기존 조합원들의 우선 채용도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이다.

노조 가입 문제가 논란이 되는 또 다른 이유는 ‘우리가 피 터지게 싸울 때 뒷짐지고 있었던 이들이 뒤늦게 숟가락만 얹으려는 것 아니냐’는 원망도 자리잡고 있다. 조합원들은 지난 십수 년간 온갖 역경을 딛고 투쟁을 지속해 왔다. 신규 가입 신청자들도 이를 모르는 바가 아니기 때문에, “조합원들의 우려를 이해한다”며 “여러분이 먼저 정규직으로 들어가시라. 우리는 그 다음을 노리겠다”는 말도 하고 있다.

사실 현대차 비정규직지회에서 노조 가입 문제가 논란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4년 9월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서 1천1백79명 전원이 정규직 지위를 인정받은 직후, 공장 내에선 비조합원들의 노조 가입 문의가 줄을 이었다.

그런데 바로 이 시점에 지회는 집단 조직화 사업을 할지 말지, 노조 가입의 조건을 어느 수준으로 할지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적잖은 조합원들은 ‘무임승차는 안 된다’며 조직화 사업에 반대했다. 집행부는 집단 조직화를 선언했지만, 조합원 자격 기준을 높이고 활동에 적극 참여하지 않는 조합원을 제재할 수 있다는 내용의 확약서를 제시하기도 했다.

이렇게 지회가 노조 가입의 문턱을 높이고 시간을 끄는 동안, 비조합원들에게 퍼졌던 기대는 금세 사그라졌다. 그 결과 조직화 사업으로 들어온 신규자는 80여 명으로 저조했다. 이는 상당히 뼈아픈 결과였다. 만약 지회가 법원 판결로 얻은 기회를 활용해 효과적으로 조직을 확대하고 단결을 꾀했다면, 8·18 합의 이후 울산 비정규직지회를 고립시키려는 사측에 맞서며 투쟁을 구축해 나가는 데 좋은 발판이 됐을 것이다.

그동안 치열하게 싸워 온 조합원들이 정규직화 과정에서 배제돼선 안 된다는 주장은 매우 당연하다. 앞장서 싸운 이들은 투쟁의 성과를 누릴 자격이 있고 반드시 그래야 한다. 그러나 ‘조합원 우선’ 요구를 내세워서는 정규직 전환을 거부하며 일부 신규채용으로 사태를 정리하려는 사측에 효과적으로 맞설 수 없었다. 단결을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 이는 아직은 노조 밖에서 상황을 보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희망을 줄 수도 없었다.

단결의 힘 신규 조합원 가입은 사측을 압박할 더 큰 힘을 제공할 것이다. ⓒ사진 조승진

이런 상황에서 비정규직 활동가들이 집행부가 추구하는 신규채용 합의를 반대하며 신규 조합원 조직에 나선 것은 반가운 일이다. 마찬가지로 신규채용을 거부하며 새롭게 집행부를 꾸린 아산 비정규직지회도 지난해 노조 가입운동을 벌여 조합원 수의 절반 가까이를 신규로 조직했다. 아산 집행부는 이달에 다시 3차 소송을 준비하면서 대대적인 가입운동을 벌일 계획을 세우고 있다.

울산 비정규직지회는 노조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노동자들을 조합원으로 끌어안아야 한다.

금속노조도 이들의 가입 신청을 승인해야 한다. 관련 건은 3월 3일 금속노조 대의원대회에도 현장 발의안으로 올라가 있는 상태다. 활동가들에 따르면, 금속노조 집행부는 이 문제가 대의원대회에서 다뤄지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며 안건 철회 제안과 함께 3월 2일까지 노조의 입장을 지회에 공문으로 보내겠다고 약속했다. 금속노조가 올해 사업계획 중 하나로 미조직·비정규직 조직화를 계획하고 있는 만큼, 제 발로 찾아온 노동자들을 적극 환영하는 입장을 밝혀야 한다.

지금 가입을 신청한 이들은 노조와 함께 사측의 부당 대우와 탄압에 맞서고 함께 싸워 정규직을 쟁취하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 이들과 함께 단결해 사측을 압박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