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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전략선거구의 야권 후보 단일화 문제에 대해

“민중단일후보”의 야권연대 문제에 대해 / ― 민주노총 전략선거구를 중심으로

민주노총 전략선거구인 20대 총선 경남 창원성산에 “민중단일후보/민주노총후보”로 출마한 노회찬 후보가 3월 22일 더민주당 허성무 후보와 단일화하기로 했다는 요지의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두 후보는 3월 24~25일 후보 등록 마감 전까지 단일화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이 기자회견에는 문재인 더민주당 전 대표와 김재명 민주노총 경남본부장이 함께했다. 언론 보도를 보면, 문재인이 양 후보의 단일화 합의에 중개자 구실을 했다고 한다. 애초 더민주당 허성무 후보는 “[노회찬 후보는] 분열과 패배의 아이콘으로 각인돼 있다”는 비판을 했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와 노회찬 후보가 ‘후보 사퇴 가능성’을 포함하는 야권단일화에 합의한 것은 애초의 선거방침 취지에 어긋나는 것일 뿐 아니라 투표에 참가한 (1만 5천여 명이나 되는) 조합원 대중의 선택과 결정을 무시한 처사다.

그렇지 않아도, 조합원 모바일 투표로 울산 동구의 민중단일후보 선출을 주도한 현대중공업노조는 선출된 무소속 김종훈 후보에게 더민주당과는 단일화를 해서는 안 된다고 공식 통보했다. 현중노조가 옳다.

후보 단일화가 본선에서 당선 가능성을 높일 수는 있어도 애초에 민주노총 전략선거구를 지정하고 단일후보 선출과정에 조합원 대중이 참가한 취지에는 결코 부합하지 않는다. 민주노총의 전략선거구 방침은 노동운동과 진보·좌파 진영이 단결해 정치적 존재감을 과시하고 향후 투쟁에 유리한 조건을 조성하자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우려해 지난 2월에 〈노동자 연대〉는 사설, “이렇게 생각한다―“민중단일후보”의 야권연대 문제에 대해”를 발표했다.)

계급 투표

새누리당이 강세인 지역 특성상, 일부에서는 야권 후보 단일화를 요구했을 것이다. 그리고 노동계 후보가 단일 후보가 될 가능성이 더 높을 것이다. 더민주당 허성무 후보가 비교적 개혁적 후보로 보일 법한 점도 고려됐을 것이다. 김두관 경남도지사 시절 정무부지사를 지낸 허성무는 현 경남도지사 홍준표의 무상급식 중단이나 진주의료원 폐쇄에 반대하는 운동을 지지했다

이런 조건에서는 후보 단일화를 해서라도 당선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더 낫다고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실용주의의 유혹을 이겨 내고, 후보 단일화가 총선 이후 노동자 투쟁에 도움이 될 수 있는지 물어야 한다. 대중 투쟁의 뒷받침 없이는 공식 정치 영역에서의 활동만 갖고 박근혜 정부의 반노동·반민주 공세를 막기 어렵다는 것이 거듭 확인돼 왔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전략선거구로 선정된 경남 창원 등 네 곳은 공단이자 노동자 밀집지구다. 특히 창원성산은 두 번이나 노동자 국회의원을 배출할 정도로 노동운동과 민주노총의 영향력이 센 곳이다. 이런 곳에서는 더더욱 선거운동이 노동자 투쟁을 고무하는 것과 연결돼야 하지 않겠는가.

더민주당의 우클릭

전국적 야권연대로 치른 19대 국회에서도 더민주당은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노골적인 친자본주의 정당의 한계를 거듭 보여 왔다. 경제·안보 위기로 그런 기성 정당 운신의 폭이 좁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에서도 더민주당은 보수적 중도층을 득표 기반으로 확보하려고 우클릭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략적 야권연대를 추구하던 정의당마저 서울시당, 인천시당, 강원도당 등이 야권연대를 하지 않고 독자 완주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정의당의 지지율은 확연한 상승세를 탔다. 야권 지지층의 불만은 더민주당이 박근혜 독주에 전혀 제동 구실을 못한 것에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여당에서 ‘팽’당한 인물이 더민주당의 주인 노릇을 하는 상황에 환멸을 느끼고 있다.

문재인이 직접 나서 창원성산의 후보 단일화 논의의 물꼬를 트고, 울산에서 더민주당이 먼저 후보 단일화를 공개 제안한 것은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것이다. 우클릭 하면서도 득표 확대를 위해서는 양 날개 책략을 포기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어차피 더민주당의 당선이 불가능한 지역에서 양보하면서, 수도권에서 양보를 얻겠다는 계산에서 나온 책략일 것이다.

요컨대, 더민주당과의 후보 단일화는 선거적 실리는 있을지언정 노동자 투쟁(과 대의)을 고무·촉진하거나 노동/진보·좌파 정치세력의 차별적인 대안적 전망을 제시하기에는 부적절할 것이다. 민주노총 전략선거구의 노회찬 후보가 더민주당과의 후보 단일화 합의를 한 것은 아쉽다. 그보다는 주류 정치의 계급적 한계를 폭로하며 계급 투표를 더 관철시키려고 노력하는 편이 나았을 것이다.

울산 북구와 동구에서 “민중단일후보/민주노총후보”들도 더민주당과의 후보 단일화를 꾀하다 노동자 지지층을 분열시키거나 실망시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

김문성(〈노동자 연대〉 신문편집팀을 대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