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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초등 예비교사 총궐기 대회:
전국 교대생들이 박근혜 정부의 교육 공공성 후퇴 시도에 항의하다

전국교육대학생연합(이하 교대련)이 4월 9일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폐기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전국 초등 예비교사 총궐기 대회’를 열었다. 이날 대회의 주요 요구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폐기, 소규모 학교 통폐합 중단, 누리과정 예산 전가 중단, OECD 평균 수준의 학급당 학생 수 및 교사 1인당 학생 수 보장 등이었다. 전국에서 교대생 4천4백여 명이 모여 박근혜 정부가 경제 위기를 핑계로 교육재정을 줄여 학생들의 교육 기회와 예비교사들의 미래를 희생시키고, 친제국주의 정책을 미화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광범하다는 것을 보여 줬다.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과 서대문 독립공원에서 각각 사전집회가 열렸다. 소녀상 앞 사전집회에서는 최근 발행된 초등 6학년 1학기 사회 교과서에서 ‘위안부’ 용어와 사진이 삭제된 것을 규탄하는 발언이 이어졌다. 집회 참가자들은 피해자들을 무시한 한·일 ‘위안부’ 협상 결과를 규탄하며 소녀상 앞 농성을 이어 가고 있는 대학생들에게 큰 박수를 보냈다.

부산교대 유옥주 총학생회장은 뉴라이트가 제작한 역사 교과서에서 일제의 쌀 ‘수탈’을 쌀 ‘수출’로 표현한 것 등을 초등 5학년 사회 교과서가 그대로 반복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교과서 국정화는 반드시 폐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전 집회가 끝나고 참가자들은 “국정화를 폐기하라”, “작은 학교 지켜내자” 등의 구호를 외치며 본대회 장소인 청계광장으로 행진했다. 많은 시민들이 관심을 보이며 학생들의 요구에 호응했다.

4월 9일 전국교육대학생연합 주최로 열린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폐기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전국 초등 예비교사 총궐기 대회'. 전국에서 모인 4천여 교대생들이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본대회 전 사전대회를 열고 도심을 행진하며 박근혜 정부의 교육 정책을 비판했다. 교대련에는 전국의 교대와 초등교육과 13곳이 가입돼 있다. ⓒ김동욱

경제 위기 책임 떠넘기기

박근혜 정부는 중앙정부가 책임지겠다고 약속했던 누리과정 예산을 각 지방교육청에 떠넘기는 것도 모자라, 교육 예산 삭감을 위해 소규모 학교를 대거 통폐합하려 한다. 올해 초 교육부는 각 교육청에 통폐합 기준을 대폭 낮춘 기준안을 내려보냈다. 이 기준에 따르면 강원도 전체 학교 7백73곳 중 45.5퍼센트가 통폐합 대상이며 횡성·영월·화천·고성 지역의 초등학교는 무려 80퍼센트가 통폐합 대상이다.

또한, 박근혜 정부는 2017년까지 교사 1인당 학생 수를 OECD 평균보다 낮추겠다고 대선 때 공약했지만 최근에 공약 이행 목표 시점을 2025년으로 미뤘다. 오히려 정부는 학생 수 감소세를 반영해서 교원 증원 규모를 축소하겠다고 하는데, 통계청 조사를 보면 초등 학령인구는 더는 감소하지도 증가하지도 않은 채 현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교원을 증원하지 않는다면 교사 1인당 학생 수가 OECD 평균을 넘는 현재 상황이 계속될 것이다. 한국교원대 유남영 초등교육과 학생회장은 “교사 1인당 학생 수가 15명이 되면 한 명 한 명 이름을 부르며 대화를 할 수 있고 눈을 마주칠 수 있을 것”이라며 교사 수를 늘리는 것이 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도 대단히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박근혜 정부는 과거의 친일과 독재를 미화해 현재 친제국주의적 정책을 더 효과적으로 추진하려 한다. 교대련 송민호 의장(공주교대 총학생회장)은 교육부가 교대련과의 면담에서 교과서 국정화 관계자는 한 명도 내보내지 않은 데다 녹취록 작성까지 거부했다는 것을 폭로하며 “자리를 박차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분노를 표했다.

교대련의 투쟁에 많은 이들이 연대를 보냈다. 전교조 변성호 위원장은 교대련의 투쟁에 지지를 보내며 노동 개악에 맞선 투쟁과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투쟁에도 관심을 보내 줄 것을 호소했다. 변성호 위원장은 전교조 교사들이 국정화 반대 시국선언에 대한 정부의 징계 협박에 굴하지 않고 싸울 것이라고 다짐하며 “예비교사들의 염원에 전교조가 함께하며, 여러분이 이렇게 모여서 힘차게 싸우고 있다는 사실을 전국의 6만 전교조 교사들에게 알리겠다”고 덧붙였다. 참가자들의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교총은 교대련의 요구안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집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김선실 공동대표, 국정화저지네트워크 이준식 정책위원장 등이 연단에 올라 교과서 국정화 폐기 요구를 지지했고, 참교육학부모회 강혜승 서울지부장과 국공립대연석회의 유영현 의장도 연대발언을 했다.

교대련은 교육부의 압박과 공격에 굴하지 않고 매년 수천 명 규모의 집회를 열면서 투쟁을 벌이고 있다. 교육 정상화를 위한 교대련의 투쟁에 많은 관심과 지지를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