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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한 8/8” 쟁취를 위한 투쟁을 확대하자:
노동강도 강화와 임금 보전을 맞바꿔선 안 된다

기아차 사측은 2015년에 이어 또다시 배짱을 부리며 현장 조합원을 농락했다. 사측은 3월 31일까지 주야8시간 교대제(이하 8/8) 시행과 상여금 통상임금 적용을 합의하기로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친 것이다.

사측은 8/8 시행 시 생산량의 대폭적인 증가를 합의하지 않으면 임금을 절대 보전할 수 없다며, 노동강도 강화(UPH-UP), 전환배치, 휴일 축소 등을 압박하고, 임금체계 개악을 하지 않으면 법적으로 지급해야 마땅한 통상임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억지를 부렸다.

세계경제 위기로 지난해 영업이익이 하락했지만, 여전히 현대·기아차그룹은 천문학적 흑자를 지속하고 있다. 더구나 정몽구·정의선 부자는 지난 1월 총 5백81억 원이 넘는 배당을 챙겼다. 역대 최대 수준이다.

따라서 김성락 집행부가 4월 4일부터 잔업을 하지 않고 ‘8시간 근무’(정취근무) 투쟁과 특근 거부 투쟁을 시작한 것은 완전히 정당하다. 지부장은 “전환배치를 통한 UPH-UP,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현장 조합원들은 집행부의 잔업·특근 거부 투쟁을 환영하고 있다. 특히 조립, 도장, 차체, 엔진 메인라인 조합원들 사이에선 ‘이 참에 8/8을 시행하자’는 여론이 점점 커지고 있다.

그런데 정작 지부·지회 집행부는 여론을 진정시키며 수위 조절을 하고 있어 우려된다. 김성락 집행부는 소식지를 통해 시간당 생산대수를 1UPH 올리고, 2조 중식과 휴일·조합활동 시간 축소를 통한 생산량 보전 방법을 거론하고 있다. 화성지회 집행부도 ‘지금 8/8 관련 합의를 해도 즉시 시행은 불가능하다’며 투쟁 분위기에 초를 쳤다.

그러나 지금은 투쟁을 확대하고 3무 원칙 관철과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시작과 함께 정리를 고민하는 지도부를 현장 조합원들이 신뢰하기는 힘들 것이다. 사측은 이런 점을 이용해 현장을 분열시키려 할 수 있다. 김성락 집행부는 이 점을 명심하고 혼란스러운 여론 호도를 중단해야 한다.

이런 수위 조절의 근본적인 배경에는 ‘현대차에서도 UPH-UP을 전제로 8/8을 합의했다’며 현대차를 넘어설 수 없다는 사측의 압박이 작용하고 있다. 집행부는 이에 정면 도전하려 하지 않는 듯하다.

하지만 지난 1월부터 8/8을 시행하고 있는 현대차에서도 현장 조합원들의 불만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노동강도 강화, 특근수당 축소, 휴일 축소 등 때문이다. 따라서 3만 5천 조합원의 힘을 가진 기아차지부가 잘못된 길을 따를 이유가 없다.

3무 원칙의 전통을 지키자

김성락 집행부는 임금 삭감, 노동조건 후퇴, 비정규직 차별 없는 8/8 시행, 즉 3무 원칙을 분명히 요구해야 한다.

기아차지부는 노동시간을 48시간 → 44시간 → 40시간으로 단축할 때, 생산량과 임금 보전을 맞바꾸지 않았다. 3무 원칙은 우리의 노동조건, 건강권을 지키는 중요한 기준이었다. 아쉽게도 2012년 말 주야 10시간 교대제를 8/9 교대제로 변경할 때 집행부가 ‘생산량 보전’ 논리를 수용하면서 이런 전통이 훼손됐다. 이로 인해 노동강도가 대폭 강화됐다.

임금·노동조건 후퇴 없는 노동시간 단축은 국제노동운동의 오랜 원칙이다. 다시 이런 전통을 되살려야 한다.

3무 원칙을 지켜내려면, 투쟁을 더 전진시켜 나갈 필요도 있다. 기아차지부가 투쟁을 시작하자, 고용노동부는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자청해 “유감”을 표명하고 나섰다. 정부의 지원까지 등에 업은 사측은 쉽사리 물러서지 않으려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정취근무와 생산특근 거부만으로는 사측에게 양보를 따내기가 어려울 수 있다. 시간이 길어지면 사측은 압박을 받겠지만, 조합원들도 역시 삭감된 임금 때문에 어려움을 호소할 수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저임금인 비정규직 조합원들은 고통이 커질 수 있다.

또한 2조 퇴근버스 배차를 거부하고 있는 사측의 비열한 탄압에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 화성공장은 퇴근 시간만 1시간 반 이상이 소요될 뿐 아니라 대중교통수단이 전무하다. 야간조 퇴근시간 주차장을 빠져 나가는 데만 30분이 소요될 정도로 혼잡이 극심해 조합원들의 불만이 아주 크다. 더는 퇴근버스 배차 문제를 방치해선 안 된다.

이러한 이유로 투쟁을 승리로 이끌려면 투쟁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런 점에서 집행부가 퇴근버스 배차거부에 카풀을 하라는 지침을 내리고 중식시간 잔업, 일반특근을 허용한 것은 옳지 못하다. 지금이라도 신차 회의, 중식 잔업·일반특근 등을 거부하고, 생산에 더 큰 타격을 가할 수 있도록 과감하게 투쟁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