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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이주노동자 메이데이:
단속·추방 중단하고 고용허가제 폐지하라!

세계 노동자의 날에 이주노동자들도 거리에 나섰다. 이주노조, 민주노총, 경기이주공대위,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이주공동행동 등이 주최한 2016 이주노동자 메이데이 집회가 보신각에서 열렸다. 이날 집회에는 다양한 나라에서 온 이주노동자들과 노동자연대, 녹색당, 사회진보연대 등 진보좌파 단체,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노동자 투쟁에 연대를 표하기 위해 온 대학생 등 3백 명 가량이 참가했다.

현재 박근혜 정부가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에 대해 폭력적인 단속·추방을 벌여서,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외부 활동을 조심하고 있는데도 적지 않은 수가 참가한 것이다.

단속·추방 외에도 최근 정부는 이주노동자들에게 억압과 차별을 강화할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다. 농업 부문에 3개월짜리 초단기 계절노동자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3년간 체류를 허용하는 현재 고용허가제보다 더 열악한 제도를 만들려는 것이다. 또 최저임금 제도를 개악해 이주노동자들의 쥐꼬리만한 임금도 더욱 깎겠다고 한다. 경제 위기의 고통을 이주노동자들에게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집회에 참가한 노동자들은 이에 맞서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주노조 우다야 라이 위원장은 정부의 악랄한 정책 때문에 이주노동자들이 어떠한 처지에 내몰려 있는지 낱낱이 들춰냈다.

“박근혜 정부는 강제 추방을 강력히 추진한다. 그런데 이주노동자들은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가로막고, 장시간·강제·단기간 노동을 낳는 고용허가제 때문에 사업장을 이탈하는 것이다. 일할 권리도 보장 받지 못하고, 단속 과정 중 다치는 일이 다반사인데 그 책임도 다친 이주노동자들이 떠맡는다.”

우다야 라이 위원장은 이미 시범 시행 중이기도 한 계절 노동자 제도도 “이주노동자를 3개월 용도로 데리고 들어와 농번기에 노예처럼 부려먹다 버리는 정책”이라고 규탄했다. 정부는 기업의 필요성 때문에 이주노동자들을 한국에 데려와 놓고는 그들을 말 그대로 “일회용품” 취급한다.

한국에서 겪은 차별과 억압에 대해 이주노동자들의 생생한 증언, 폭로도 이어졌다.

스리랑카에서 온 날라끄씨는 “억울하다”는 말을 연신 반복하며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죄가 없는데도 ‘마약사범’ 취급을 받고 억울하게 보호소에 구금됐다가 수원이주민센터 활동가들의 노력으로 풀려난 노동자다.(구체적인 내용은 이주노동자 날라끄를 즉각 석방하고 부당한 강제추방 시도 중단하라를 보시오.) 그는 이주노동자를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 한국 정부의 행태에 분개했다.

“나는 한국에서 필요하다고 해서 왔다. 싸우고 싶지 않았지만 억울한 일을 참을 수 없다. 내가 잘못하지 않아도 한국말을 알아 듣지 못해 보호소에 갇혀야 했다. 보호소에서 아프다고 해도 참으라 해서 견뎌야 했다.”

캄보디아에서 온 크메르노동권협회의 스레이나 씨는 “우리는 근로기준법 63조 폐지를 원한다”는 말로 발언을 시작했다. 근로기준법 63조는 농어촌 지역 등에서는 근로시간·휴식·휴일 등에서 근로기준법을 보장받지 못하는 ‘예외 노동자’를 둘 수 있다는 규정이다.

그녀는 “많은 사용자들은 우리에게 추가노동을 강요한다. 게다가 숙소 제공 명목으로 이주노동자들의 저임금도 갈취해 간다”며 비판했다.

방글라데시에서 온 이주노조 조합원 로쿤 씨는 이주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 현실을 폭로했다.

“이주노동자들은 하루 10, 12시간 일해도 제대로 월급을 못 받는다. 나는 공장에 처음 들어갈 때, 사용자가 아무 얘기도 없이 서류에 싸인하라고 해서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고 싸인을 할 수밖에 없었다. 임금도 제대로 못 받고 퇴직금도 거의 못 받는다. 그래서 나는 내가 일하는 공장에 새로운 신입 노동자가 오면 ‘이 공장에서 일하지 마!’라고 할 정도다. 다른 사업장의 이주노동자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우리가 이 상황을 바꿔야 한다. 우리가 우리 권리에 대해 얘기하고 투쟁해야 권리를 찾을 수 있다.”

민주노총 김종인 부위원장은 이주노조가 한국 정부의 오랜 탄압에도 불구하고 올해로 창립 11년이 됐다며 다음과 같이 발언했다.

“이주노동자들은 한국 경제 발전에 중요한 축이었고, 지금도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그러나 이주노동자들은 최장시간 노동에 최저임금도 보장받지 못하며 인권의 사각지대에 내몰려 있다. … 함께 힘을 모아 단결해 싸우자.”

이날 집회에는 인도네시아 발전소노조, 인도네시아 금속연맹, 말레이시아 연구자노조, 대만 이주노동자협회, 필리핀 공무원노조, 필리핀 간호사노조 등 다른 나라 노동조합 활동가들도 참석해 국제 연대를 표했다.

집회가 끝나고 참가자들은 ”단속·추방 반대한다” “고용허가제 폐지하라” 하는 구호를 외지며 보신각에서 메이데이 본 집회가 열리는 대학로까지 행진했다.

한국에 이주노동자가 1백만 명에 가깝지만 여전히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매우 심각한 차별과 억압을 받고 있다. 노동자들이 일할 권리, 사람답게 살 권리를 향한 투쟁은 매우 정당하다. 정부는 단속·추방 중단하고, 고용허가제를 폐지하고, 이주노동자의 노동권을 보장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