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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 기자회견:
성소수자들과 민주노총 등 노동·시민·사회·종교 단체가 함께 성소수자 혐오 반대를 외치다

5월 17일 오전 11시 프레스센터에서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기자회견은 성소수자·인권·노동·시민사회·종교 단체 60여 곳이 동참한 ‘2016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 공동행동’이 주최했다.

보수 기독교와 우익들은 경제 위기 고통전가에서 비롯한 사회 여러 불만을 다른 데로 돌려 성소수자와 이주민·무슬림 혐오를 조장한다. 이날도 보수 기독교 단체들이 중심이 돼 6월 11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릴 ‘퀴어문화축제’에 대한 효력정지가처분신청을 걸고,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을 맞은 5월 17일 오후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는 시민·사회·종교계 등 60여개 단체로 구성된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 공동행동‘이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5월 17일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 날 기념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조승진

이런 시도에 맞서서 광범한 연대가 구축될 필요가 있다. 마침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 기자회견에는 성소수자 단체 활동가들과 더불어 민주노총, 이주노조, 장애인 인권 단체, 여성 단체, 불교와 개신교 단체, 좌파 단체 등 다양한 단체 회원 50여 명이 모여 성소수자 혐오에 맞선 연대를 보여 줬다.

특히, 민주노총의 참가와 발언은 인상적이었다. 민주노총 박병우 대외협력실장은 어버이연합이 성소수자 혐오를 부추겨 온 것을 보면 저들의 혐오 조장이 무엇을 노리는지 보여 준다며 이번 ‘퀴어퍼레이드’(성소수자 자긍심 행진)에 민주노총이 공식 참가단을 꾸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익들이 사회적으로 고립시키기 쉬운 성소수자와 이주민을 공격하는 만큼, 한국 사회에서 강력한 위상과 힘을 가진 민주노총이 자긍심 행진에 공식 참가단을 꾸려 참가하겠다고 밝힌 것은 고무적이다.

기자회견에 참가한 민주노총 박병우 대외협력실장이 “민주노총은 차별금지법 제정에 적극적으로 함께 하겠다”며 발언하고 있다. ⓒ조승진
기자회견에 참가한 한가람 변호사가 "혐오에 대해 단호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며 발언을 하고 있다. ⓒ조승진

참가자들은 성적지향·성별정체성을 포함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동성애 처벌법 군형법 92조의 6 폐지, 일부 보수 기독교 세력들의 혐오 선동 행위 중단을 요구했다.

정욜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 대표는 최근 성소수자를 상대로 벌어지고 있는 ‘전환 치료’는 성소수자의 인격을 완전히 파괴하는 행위라는 점을 폭로했다. 또한 동성애가 에이즈의 원인이라는 우익들의 주장은 오히려 에이즈에 대한 무지를 부추겨 동성애자 이성애자 모두 안전한 성을 즐길 수 없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희망을 만드는 법’ 한가람 변호사는 혐오에 대해 단호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며 기독자유당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성소수자 활동가들을 실명 거론하며 비난한 KBS 이사 조우석에 대한 고소 등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게이 아들을 두고 있다는 하늘 성소수자부모모임 대표의 발언은 감동적이었다. 그는 ‘자식이 성소수자인게 걱정인 게 아니라 편견과 혐오의 사회에 살게 되는 게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성소수자부모모임 대표 하늘 씨가 “성소수자가 행복할 권리는 우리 모두가 행복할 권리와 같다”며 발언하고 있다. ⓒ조승진

우다야 라이 서울경기인천이주노동자조합 위원장도 이주민에 대한 차별이 심각해지고 있다며, 차별에 반대하려면 단결해서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권운동사랑방, 노들장애인야학, 한국성폭력상담소, 조계종과 향린교회에서 온 종교인들, 청년좌파도 연대 발언을 해 참가자들의 많은 박수를 받았다.

최근 대학 내에서 성소수자 혐오 행태에 맞선 대응도 벌어지고 있다. 한국외대에선 얼마 전 수업시간에 한 교수가 동성애 혐오 발언을 하고, 동성애의 ‘불편한 진실’에 대한 리포트를 써오라고 해 논란이 됐다. 한국외대 마르크스 정치경제학 동아리 ‘왼쪽날개’ 소속 한 학생은 학내 단체들이 함께 이에 맞서 싸우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5월 14일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 공동행동 플래쉬몹 영상을 함께 시청하고,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5월 24일 기독자유당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서 제출 기자회견이 인권위 앞에서 진행된다. 성소수자 차별과 혐오에 맞서 함께 투쟁하자.

‘노동자연대’와 ‘노동자연대 학생그룹’이 기자회견에 참가해 성소수자 차별과 혐오에 반대하고 있다. ⓒ조승진
ⓒ조승진

2016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 공동행동 기자회견문

25년 전 오늘 5월 17일 세계보건기구(WHO)는 동성애를 국제질병목록에서 삭제했다. 전 세계는 5월 17일을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 날로 지정하여 기념하고 있다. 그리고 2016년 오늘 우리 한국의 인권, 시민사회 단체와 종교계 등은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에 대한 무지와 편견, 낙인에서 비롯한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의 심각성을 알리고자 한다. 차별과 배제의 시선으로 성소수자의 존재를 부정하는 혐오 선동행위가 이 땅에 더 이상 서지 못하도록 맞서서 강력히 저항할 것이다.

2007년 이후 한국사회에서 드러난 성소수자 혐오선동 세력의 활동은 국내외적으로 인권의 가치를 해치고 차별을 조장하는 활동으로 평가되고 있다. 근본주의적 보수 개신교 단체들이 주최하는 ‘탈동성애인권포럼’ 행사가 19대 국회 뿐만 아니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리는 것에 대해, 작년 11월 유엔자유권위원회는 ‘전환치료(탈동성애)’행사의 공공건물 대관 금지할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 지난 3월, 트랜스젠더 김연희(가명)씨에게 개신교 종교관계자와 가족이 ‘동성애를 치유하자’며 언어적, 물리적 폭력을 휘둘렀던 사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져 인권, 시민사회, 종교계는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을 위한 행동에 돌입했다.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은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을 포함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제정에 눈감았다. 20대 국회의 주요 의석을 차지한 이 3당은 성소수자 인권11대 요구안에 대한 답변에 응답조차 않지 않았다. 혐오세력의 활동에 주요 정당이 혐오의 정치로 화답한 것이다. 20대 총선에서 기독자유당의 2.64%라는 득표율로 극우세력이 정치권에 등장할 수 있도록 길을 마련한 셈이다. 이 혐오의 정치는 비단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만이 아니라 여성, 이슬람, 외국인, 장애인, 종북 등 대상을 가리지 않고 작동하고 있다. 혐오의 정치가 우리 사회의 반차별에 대한 감수성, 평등에 대한 감각이 무뎌지도록 만들고 있다.

2016년 3월 22일 한국의 대한신경정신의학회를 포함한 118개국 20여만의 명의 정신과 전문의를 대표하는 세계정신의학협회에서는 성소수자에 대한 비과학적인 주장을 기반으로 한 탄압과 사회적 차별이 강해지고 있는 인도네시아 등의 최근 상황에 우려를 표명하고. 성별 정체성 및 동성에 대한 성적 지향, 끌림, 행동에 대한 세계정신의학협회 성명서를 발표했다. 세계정신의학협회는 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들이, 모든 다른 시민들과 똑같은 권리와 책임을 갖는 우리 사회의 중요한 일원으로서, 마땅히 이러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견해를 갖는다고 밝혔다. 더불어 사회적으로 존재하는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이에 따른 차별을 인지하고, 이에 대한 적극적인 정신건강 관련 지원을 각국에 요구했다.

작년 11월 5일 유엔자유권위원회는 최종권고에서 한국정부가 ‘전환치료’의 선전, 혐오발언, 그리고 성적지향 및 성별정체성을 이유로 한 폭력을 포함한 어떤 종류의 사회적 낙인과 차별도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을 공식적인 형태로 분명하게 명시하여야 한다고 권고했다. 그리고 이행에 대한 관련 정보를 1년 안에 제공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토록 국제사회가 성소수자의 인권에 대한 입장을 내놓고 있는 역사적 배경에는 결국 사회의 구성원들의 열띤 논의 안에서 비롯됐다. 그 과정에서 중요한 가치는 바로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이다. 이는 대한민국의 헌법 10조, 11조에도 분명하게 자리 잡고 있다. 혐오를 선동하고 정치하는 세력들은 대다수 국민이 아닌 반민주, 반인권 세력, 일부 기독교 세력이다. 사회적 소수자를 빌미삼아 헌법의 가치를 무너뜨리는 이들의 행동을 더는 용납해서는 안 된다. 소수자에 대한 인권, 차별금지, 평등의 가치가 혐오의 정치가 만연한 이 시대에서 중요한 중심의제로 논의되어야 한다.

5월 17일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 날을 맞아 중요한 논의 주체로서 오늘 여기 모인 우리 인권, 시민사회, 종교계는 대한민국에서 혐오선동의 세력들이 펼치는 혐오의 정치, 혐오선동행위가 중단 될 수 있도록 사회적 연대와 실천을 결의한다.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조장하고 인권을 무너뜨리는 그 어떤 행동에 대해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을 포함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과 동성애 처벌법 군형법 92조의 6 폐지를 요구한다. 일부 보수 기독교 세력들의 혐오선동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경고한다. 육색 무지개 깃발이 휘날리고 있는 대한민국 곳곳의 현장에서 혐오는 더 이상 설 수 없다. 평등의 노래가 시민들의 입을 통해 불리고 있다. 지금. 여기. 당신으로부터.

2016년 5월 17일

2016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 공동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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